역사학은 조작됐다 아니다를 증명하는 학문이 아니다. 이건 개돼지도 3년만 교육하면 하는 일이다.
한국 역사학은 팩트를 史實로 호도했으며, 죽을 때까지 이 팩트를 밝히는 것이 역사학의 본령으로 알았다.
족보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요약하자면 족보는 조작이 너무나 많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역사학은 조작됐다 아니다를 판정하는 학문이 아니다. 조작됐었다면,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을 했는지를 밝히는 데서 비로소 역사학이 시작한다. 누가, 왜 조작했는지를 궁구하는데서 역사학은 비로소 휴머니즘의 문턱에 들어선다.
족보 조작은 조선후기에 빈발했다고 알지만, 실은 그 극성은 식민강점기였다. 단군 이래 족보 발간이 가장 왕성했던 시대가 바로 식민지시대였고, 그에 따라 조작한 족보 역시 이 시대에 쓰나미처럼 쏟아졌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조작했는가? 이를 궁구하면 그 이면에서 피눈물을 발견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서자와 그 후손들의 서러움 언제나 상놈으로 살아가며 울분을 삼켜야 했던 사람들의 애환 이것이 바로 족보 조작의 작동요인이다.
이들이 자기 직계 조상이 여느 저명한 대학자, 예컨대 율곡이나 퇴계의 서손이라는 묘지명에서 그 서손 혹은 서자라는 글자를 지운 사람들이다. 왜 지워야했는가? 이들이 역사를 조작하기 위해서였겠는가?
함에도 작금 우리 역사학은 여전히 개돼지 수준이다. 족보가 조작됐음을 밝힌 일이 뭐 대단한 일이 되는양 그에서 깃발을 꽂고는 서둘러 하산하고 만다. 그것이 역사학이라 선전한다.
족보는 믿을 수 없다는 단 한 마디로써 족보는 쳐다보 안 본 역사학에서 단 한발짝도 전진이 없다. 역사는 팩트를 발굴하고, 팩트를 찾아내는 학문이 아니다.
이런 착각은 실은 유사역사학 대표 분야인 고고학에서 두드러지는데, 이 학문 역시 이런 미몽에서 깨어나지를 못한다.
고고학 증거야말로 그 시대를 증언하는 오직 유일한 증거라는 믿음이 팽배하다. 고고학 이면을 탐구하는 데서 나는 고고학은 출발한다고 본다.
북한산 비봉 순수비를 보면, 진흥왕이 실제 비봉 꼭대기에 오른 것으로 되어 있다. 이거 실제로 올라본 사람이라면 비문이 거짓말 한다는 걸 단박에 안다. 진흥왕은 결코 비봉에 오르지 않았다. 더욱 엄밀하게 판정하면 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99%다.
진흥왕이 실제 비봉에 올랐느냐 오르지 않았느냐 그것을 밝히는 것이 역사학인가? 그건 개돼지한테나 던져버려라. 비문이 진흥왕이 올랐다고 하면 오른 것이다. 그가 실제로 올랐건 말건 그건 엿까라마이싱이다.
그것이 새빨간 거짓, 혹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함을 인정하고, 그래 진짜 진흥왕은 비봉을 올랐구나 라고 믿는 데서 역사학은 비로서 첫 발을 디딘다.
착각하지 마라.
역사학은 팩트를 밝히는 학문이 아니다.
(2017. 9. 11)
***
이에 대해 내가 말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연구가 많이 있지 않나 하는 이 분야 전업적 연구자 지적이 당시에 있었다.
단언하지만 없다!
왜 족보를 조작해야 했는지, 그 심층을 제대로 짚은 연구는 없다!
단순히 서자 출신임이 싫어서 조작했다? 내가 말하는 역사학은 이 정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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