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은 동네 양아치요 요즘으로 보자면 면 혹은 리 단위 조폭 두목이었다. 이장 출신 조폭 두목이라 보면 된다.
그가 인재를 등용하는 수법은 패턴이 있다.
사기 열전에는 유방을 도와 한 제국을 건설한 공신이 떼로 입전立傳되어 있는데 이들이 유방과 연결되는 계기는 크게 두 갈래라,
하나는 동네 같은 조폭이요
다른 하나는 이미 거병하고 난 뒤에 새로 채용한 부류가 있다.
한데 후자를 면접할 때 거의 같은 패턴이 반복하는데 공개 망신 주기가 그것이다.
유방은 조폭 출신답게 일단 이 첫 만남에서 욕찌꺼리를 퍼붓는다.
그리고 이럴 때면 의관을 정제하는 일이 없어 심지어 자빠져서 손님을 맞는가 하면 양말 벗고 시녀들한테 발을 씻기기도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때는 아예 나 없다 하고 환관 배때지를 깔고 누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그의 평소 생활행태가 부지불식간에 드러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일부러 그런 것이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한신도 그렇게 만났고 숙손통도 그리 만났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유방은 백팔십도 태도를 바꾼다.
그가 천하를 제패한 뒤에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장량 주발 한신보다 못하다.
하지만 내가 그들보다 뛰어난 것은 바로 그들을 부릴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드라마 보면 길바닥 쓰러진 노인네 살리고 봤더니 우리나라 제일 갑부더라..그리해서 용케 그 사람 스폰 받아 성공한 일대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길거리 쓰러진 할매 할배 잘 보자.
돈벼락 맞을 줄 누가 아는가?
한데 나의 유방은 어딨는거임?
지나간 건가? (2016. 1. 2)
#용병술 #인재등용술 #한고조유방 #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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