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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박물관을 걷다가>
금관조복을 갖춰입은 서른네살 젊은이(?) 초상화다.
그런데 금관에 붙은 선은 다섯개요 관직은 정2품 이조판서다.
지금으로 치면 행정안전부 장관인 셈인데, 34살에 엄청 출세한 그는 누구인가.
우당 민영달(1859~1924)이란 인물이다.
명성황후 조카뻘이었던 그는 조선 말 척족세도에 편승해 관찰사, 각조 판서를 두루 거쳤으며, 특히 이재理財에 밝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을미사변 이후엔 칩거에 들어갔고, 경술국치 이후 일제가 남작 작위를 내렸으나 끝내 거부하였다.
세도를 부리던 민씨 일족 중에선 깨끗한 이름을 남긴 셈이다.
이 초상은 주인공 포즈나 필치로 보아 석지 채용신(1850~1941) 작품임이 거의 분명하다.
다만 이름이 안 쓰여있을 뿐.
옆에 적힌 경자庚子는 1900년인데, 민영달이 34세 되던 해는 1892년이니 맞지 않는다.
아마 1892년에 초본을 그려놓고 몇 해 묵혀두었다가 1900년이 되어 완성한 모양인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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