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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송충이, 김동인 감자를 읽는 키워드

by taeshik.kim 202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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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송충이 밥이다. 남산 위 저 소나무는 송충이 소굴이었다.


1923년 김동인 문학습작기에 나온 이 작품을 읽는 키워드는 가난도 아니요 매음도 아니요 감자도 아닌 송충이다.

몰락한 잔반 집안 앳된 처녀 복녀는 열다섯살에 스무살 많은 동네 홀아비한테 팔려갔다가 부부가 결국 평양 칠성문 밖 매음이 판치는 빈민가로 들어간다.

그쪽에 기자묘가 있고 거기엔 소나무 숲이 있었지마는 송충이 피해가 극심해 총독부에서는 빈민구제 사업 일환으로 그 송충이잡이 공공사업을 실시했으니 복녀는 그에 지원해 오십명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이제 열아홉. 인물도 반반한 그를 인부 감독관이 눈여겨 보고선 따로 불렀다.

그날부터 복녀는 약통 들고 사다리 타고 소나무 올라 집게로 더는 송충이를 잡지 않아도 됐다. 하루종일 감독관과 수작하고 웃어주면 벌이도 외려 나았다.

순진한 처녀 복녀는 이때부터 변했고 놈팽이 남편은 이를 이용했으며 그렇게 몸팔아 벌어온 돈을 보고선 서로 좋아라 했다.

송충이는 사람이 잡지 않아도 가을이 되면 사라진다.

그 송충이가 사라진 자리에 같은 칠성문 밖 드넓은 중국인들 감자농장이 나타났다.

감자를 서리하다 그 주인 왕서방한테 걸린 복녀는 이것이 인생 역전이었다. 왕서방한테 몸을 바칠 때마다 적지 않은 돈이 수중에 떨어졌으니 말이다.

이것이 종국에는 질투의 화신으로 변한 복녀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결말하고 말지마는 그의 어이없는 죽음은 남은 남편을 즐겁게 하고 그 살인을 뇌일혈로 판정한 한의사 또한 두둑한 돈을 챙겨준다.

송충이가 없었던들 왕서방도 감자도 없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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