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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쉰이 넘으면서 나는 성장이 멈췄다

by taeshik.kim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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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열정이 식었으며, 또 그 무엇보다 나는 저 나이가 되면서 책을 놓았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말은 딱 내 그것이었으니, 책을 읽는다는 것이 나로서는 살아있음의 확인이요, 무엇인가를 향한 열정과 무엇인가로의 습득이었지만, 나는 저 나이가 되면서 그 모든 것을 중단하고 말았다. 




지치기도 했고 환멸이 일기도 했다. 또 무엇보다 체력 저하도 한 몫 했으니, 남들이야 편하게 운동하라 했지만, 설혹 내가 운동을 미친 듯 했다 해서 안 올 노안이 온 것도 아니요, 떨어질 체력이 바닥이 나지 않을 것도 아니었다. 

저 무렵 나는 책을 놓았고, 또 일선을 떠남으로써 기자로서의 생명도 다했다. 내 스스로 선택한 것도 있지만, 그 직접 발단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도화선이기는 했지만, 그렇다 해서 내가 아니 놓을 것은 아니었다. 물론 어딘가 소속된 피고용인으로 내가 선택한다 해서 모름지기 그리될 것은 아니로대, 어차피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책을 놓으니 참말로 편해졌다. 그때부터 오로지 세 치 혀와 무한반복 ocn 인생을 사니 참말로 편했다. 과거를 들추어 내고, 과거의 나를 소환하며 나는 이랬노라,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노라 했다. 

이런 나를 일반화하며 남들한테도 투영하기를, 쉰이 넘으면 다 떠나야 한다고도 했다. 내가 이런데 너희는 어떤가 반문하니 다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 지금도 그리 틀리다 보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을 배반하고 배신하는 몇몇 지인이 있어 나랑 같은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주물하고, 또 주물하고자 하는 이도 가뭄에 콩나듯 하는 이를 보기는 했으니, 나는 그런 이를 존경한다. 




3층까지 가득 채운 서가를 가득 메운 책을 본다. 저 다수는 언젠가는 읽으리라 작심한 것이라, 그래서 그 오지 않을 미래를 비축하는 양식으로 쟁여놨지만, 이제 더는 책장을 들출 일은 없을 것이다.

서가를 메꾼 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함포고복한 삶을 살려 하며, 아마도 아주 빠른 미래 어느날 대부분은 처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는 없다. 원없이 읽었고 원없이 먹어치웠으며, 원없이 주린 배를 채웠다. 더는 채울 것도 없다. 그래서 마주한 것이 환멸이었다. 

쉰이 넘으면서 멈춰버린 성장이 조금 한심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환영할 일이 아닌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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