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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슬렁슬렁 자발 백수 유람기] (84) 짐을 싸야 할 시간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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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요란스러웠다. 이미 퇴직을 예고하면서 요란스러웠고, 그것이 확정되고서는 퇴직 확정으로 또 요란스러웠으며, 그를 기념하는 나들이를 준비하며 또또 시끄러웠고, 그것을 실행하는 지금도 또또또 시끄럽기 짝이 없다.

그 시끄러움이 이제는 제1단원 막을 고해간다. 돌아가서도 아마도 당분간은 시끄러울 것이다. 왜? 이번 여행 마무리 정리가 남은 까닭이다.

제2막이랄까? 또 그 시끄러움을 마주해야 하느냐 경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로대, 말하건대 꼴불견이면 보지 않음 그뿐이지, 그걸로 나를 탓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한달을 기거한 로마 방을 새삼 돌아본다. 널부러진 꼴이 남영동 서재보다 더하지만, 하나씩 갈무리하고 차곡차곡 트렁크 쟁여넣으면 낯선 이 방을 한 달 전 들어서던 그 모습으로 금방 돌아가리다. 

떠날 때는 떠난다는 흥분이 지배하지만, 갈 시간이 되어서는 아쉬움만 엄습하는 법이다. 

함부로 굴린 몸뚱아리 성한 데 없다고 징징거렸지만, 어쩌면 이 징징거림을 즐겼을지 모른다. 

몸무게는 가서 재봐야겠지만, 느낌으로는 5킬로그램 이상 빠진 듯하고, 맨 마지막에 들어간다는 아랫배도 제법 평면 티비에 가까워졌다. 어제는 발가벗고서 침대 딩굴딩굴하며 허벅지 허공에 높이 치켜들고 보는데, 갓 태어난 망아지 그 수준이라, 그래 남들 하는 말로 돌아가서는 근력 운동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원없이 걸었다. 걷는 일을 줄인다 해도 만보기 보니 하루 평균 1만8천보더라.

어제는 태국안마라는 걸 받아봤다. 진즉에 올 것을 후회가 막급했으니, 그 여파인지 안마 후유증이라 할 여진이 계속한다. 

그만둘 때야 이런 소위 한달살기를 걸핏하면 결행하겠노라 했지만, 나는 안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또 말뿐임을 나는 너무 잘 안다.

듣자니 고국 절친이 몸이 안 좋아진 모양이라, 그 대표 징후가 태식아 보고 싶다는 말인데, 그 말이 내내 밟힌다. 돌아가자마자 어머니를 뵈러 가고, 상경하는 길에 그 친구도 찾아보려 한다. 

퇴직 기념여행은 보통 가족여행을 한다. 나라고 그걸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다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다음으로 미뤘다고만 말해 둔다. 




나는 미국을 제대로 본 적 없다. 아마도 퇴직기념 가족여행은 미국 쪽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마누라 아들놈 왕복 비즈니스에 태우려면 알바도 열심히 땡겨야 한다. 

서서히 생업이 압박하지만, 퇴직에 즈음해, 그리고 떠나기 전에 이곳저곳에 뿌려놓은 데서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못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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