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저 사태를 접하자마자 나는 저 영화 한 장면을 떠올렸다.
겉으로 쉽사리 드러나지 않으나 대한민국을 주물하는 거대 언론 논설위원 이강희, 그에게 발탁된 정치깡패 안상구, 그리고 거악을 일소하겠다는 열혈 또라이 무족보 검사 우장훈.
기자는 백윤식, 깡패는 이병헌, 검새는 조승우였다. 이강희가 주물하는 대한민국 권력에는 거대 재벌 회장이 있고, 그의 친구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 이경영이 있다.
내가 인상 깊은 장면이 저들과의 커넥션으로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해외로 도피한 전직 은행장이다.
이 은행장이 입을 열면 이강희 제국이 흔들린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마침내 저들 권력은 그를 국내로 불러들여 검찰에 출두케 한다.
조승우랑 대면한 은행장이 흔들린다. 입을 열기 일보 직전, 그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날아든다. 화장실에서 열어본 그것은 동영상이었다. 술집 여성이랑 질펀히 섹스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
영화는 장면을 바꾸어 광화문 이강희 집무실이다. 구닥다리 세대 논설위원 이강희는 연필로 원고지에다 기사를 쓴다.
그 제목이 정확히 기억에 나지 아니하나 검찰의 과잉수사가 은행장의 자살을 불러왔다는 논설이다.
다시 영화는 장면을 바꾼다. 기자들이 진을 친 검찰청사 앞 차량으로 사람이 낙하한다. 은행장이다. 화장실서 뛰어내린 것이다.
저 소식을 접하면서 왜 자꾸만 저 장면이 오버랩하는지는 모르겠다.
계속 말하듯이 전통가옥 화재는 사람을 사고로 죽일 수가 없다.
스스로 선택한 모양새지만 그건 강요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이를 조계종단에서는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발표했다.
소신공양 자화장?
한데 그 이유가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 종단 안정?
저들은 이유를 안다. 그래서 저리 발표한 것이다.
자화장? 누가 범인인가?
이번 일로 가장 크게 이득을 얻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많다.
그러면서도 그런 약점을 쥘 수 있는 사람이다.
배신은 측근의 특권이다.
지금의 측근은 배신하지 않는다. 과거의 혈맹, 그러다가 지금은 원수가 되어 목줄이 간당간당한 옛날의 측근.
그가 범인이다.
***
하긴 다시 생각하니 다른 원인도 있을 법하다.
허무
이 점을 빠뜨렸다.
이 허무는 모든 사람이 안고사는 숙명인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허무하지 않은 사람 있겠는가?
이런 허무는 권력의 정점에 설수록 더 강렬해지는 특징이 있는데 스님도 혹 이에 해당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 허무는 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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