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가 주도한 구석기 조작사건은 일본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었으니, 마이니치 신문이 주도한 조작 폭로사건은 국내 문화재 행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더욱 그런 강고한 흐름을 형성해가니, 바로 고고학은 대학에서 고고학 관련 학과에서 엄격하게 교육을 받고, 그런 자격 혹은 경력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언설의 강화가 그것이다.
후지무라 사건이 이렇게 전개한 까닭은 다른 무엇보다 그가 저들이 말하는 저런 과정을 밟지 않은 소위 '아마추어 고고학도'라는 데에 비롯한다.
그들이 말하기를, 봐라, 정통 고고학 교육을 받지 않았으니, 저런 짓을 저지른다는 논리로 귀결하거니와, 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사건을 주목한다.
첫째, 그는 소위 정통고고학이 말하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일각 혹은 압도적인 부분이 지적하듯이 이것이 조작사건을 부른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가 왜 구석기 조작에 나섰느냐 하는 동기를 편안히 설명한다는 점에서 참 받아들이기 쉬운 구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유적과 유물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유사 이래 모든 고고학도는 후지무라와 하등 다름이 없는 아마추어 고고학도이기 때문이다.
묻는다. 아마추어 아닌 고고학도 있는가?
그들이 제아무리 정통 고고학 과정을 거쳤다 한들, 그들의 모든 출발이 아마추어인 데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네들이 그토록이나 자랑하는 정통 고고학만 해도, 그 뿌리를 한 세대만 거슬러올라가도 아마추어의 산물이다.
한국 고고학 양대 산맥쯤으로 치부할 수 있는 손보기와 김원룡을 예로 들어도 이들이 무슨 정통 고고학도인가? 다 아마추어다.
다 아마추어의 제자, 그 재전제자들 아닌가 말이다.
무허가 업자들이 발급한 자격증을 소지한 거 아니냔 말이다.
그렇다면 아마추어인가 아닌가는 전연 문제가 아니며,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왜 후지무라가 생겨났는가?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소위 정통고고학 사이에서 소위 아마추어인 그가 살아남기 위한 몸무림의 하나일 수도 있다.
언제나 아마추어여야 하는 그가 살아남는 방법은 그 반대편에 위치한 정통 고고학도들보다 더욱 뛰어난 발굴성과를 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두번째, 첫째와 관련해 그가 아마추어인가는 대단한 성찰을 요청한다.
나는 그를 아마추어라 보지 않는다. 그는 누구보다 정통 고고학자다. 그럼에도 언제나 그를 아마추어라 부르고자 하는 욕망이 정통 고고학에는 내장한다.
왜?
그래야만 고고학 순수주의를 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후지무라 신이치가 곧바로 국내 고고학계에 수입되어 언제나 고고학은 엄격한 훈련을 거친 특수한 자들만이 종사하는 특수한 학문, 특권이 되었으니, 그런 특권 강화에 무지막지한 힘과 논리를 제공한다.
책임조사원이니 조사원이며 준조사원이니 하는 각종 고고학 관련 강화 방침이 나올 적마다, 그 논리를 제공하는 데는 언제나 후지무라 신이치라는 그림자가 어른한다.
후지무라가 아마추어 고고학도이기 때문에 구석기를 날조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논리의 전도와 논리의 궤변이 일어난다.
후지무라가 있건 없건, 그것이 결코 조사원 자격을 강화하는 기준을 될 수 없다.
이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한다.
후지무라가 고고학의 시민 사회 진입을 막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고고학, 지들이 뭐라고 섣부른 의사 흉내내어 자격증을 발급한다는 말인가? (2017. 12. 2)
***
논문사기는 전부 이른바 배웠다는 놈들 소행이다.
조작 사기는 학력과는 눈꼽만큼도 관계없고 양심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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