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현 실력자 사탐 빈 칼리드 알사우드 왕자는 우리한테는 두 얼굴이다. 이 왕세자가 우리한테 강렬히 각인한 계기를 찾아 보면, 자말 카쇼기 Jamal Khashoggi 라는 반체제 성향 자국 언론인이 2018년 10월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을 상기하거니와, 이를 지시한 배후로 지목되었다. 이후 이 사건이 어찌 진행되었는지 내가 지켜보지 못했지만, 이를 통해 암살자라는 그런 이미지가 형성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2019년 6월 26~27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10조원에 달한다는 이른바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되었으니, 이 투자가 이후 어떤 형태로 어떤 분야에서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나, 암튼 중동 왕자라고 할 적에 우리가 떠올리는 만수르 이미지를 전형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한국을 훑고 지난 얼마 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느닷없는 방탄소년단 사우디 공연을 발표한다.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라는 타이틀로 당시 월드투어 중인 이들한테 사우디가 추가된 것인데, 이런 발표는 그해 10월 11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소재하는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공연으로 이어진다.
나중에 드러났지만, 그리고 이 발표 직후 내가 짐작했듯이, 이 공연은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 때 문재인 대통령한테 방탄 공연을 직접 요청함으로써 이뤄졌다.
이 공연이 독특했던 점 중 하나는 당연히 중동이라 예외가 아니어서 두터운 그 팬덤 아미 구성원 절대다수는 여성이었고, 또 당연히 이 공연을 보러 운집한 절대다수는 여성들이었거니와, 그네들이 콘서트장에서 환장한 모습을 보이기는 여느 서구 국가의 그들이랑 다를 바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무슬림 국가 중에서도 보수성의 극단을 달린다는 사우디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극적인 신호탄이었다.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주도한 이가 말할 것도 없이 알사우드 왕세자였다.
당시 공연을 계기로 새삼 지적되었듯이, 그는 사우디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었으니, 특히 그 이전에는 각종 제약이 가해진 여성의 사회활동을 대폭 확대했으니, 링크한 저 기사에서도 언급되었듯이 2015년 12월에는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더니, 2018년 1월에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하고 그해 6월에는 여성한테 운전면허증도 발급했다. 이런 일련의 '여성해방운동'에서 방탄소년단 공연까지 이뤄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사우디가, 이를 추동하는 사우디 왕세자가 이번에는 왕실 경호원으로 여성을 채용하기에 이른 듯하다. 문제의 그 왕세자가 여성 왕실 경호원 모습을 담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앞서 사우디는 2018년 2월, 25∼3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군 전투병과와 안보 분야 공직 입문을 허용했다더니 진짜로 한 모양이다.
암살자와 여성해방운동가, 그 절묘한 조화를 사우디 왕세자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긴 암살자라 해서 여성해방운동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 이 절묘한 조화를 우스꽝스럽다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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