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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 하나쯤은 개척해야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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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베르티 에트루리아 공동묘지

 
나랑 같은 연배 이 업계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잡담 나누며 한 말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 숙성했으면 이젠 우리도 남들이 이 업계서 손대지 아니하는 전연 생뚱한 소재 혹은 주제 하나 잡고 터는 닦아놓고 죽어야 한다고 나는 본다.

나이 들어가며 관심사는 줄여야 하다 하고 나 역시 그에 전적으로 동의하나 저 말이 이 신념 혹은 생각과 꼭 배치한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업계 오래 몸담다 보면, 거개 다른 분야도 그렇듯이 조금만 관심과 시간을 기울이면 생소한 데는 없다.

간단히 말해 이 공부나 저 공부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이 문화재업계 역사업계라 하지만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한정할 수밖에 없고 이를 보통은 전공 혹은 전문이라 부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전공 혹은 전문 분야를 하나쯤은 깨보자는 말이다.

그 하나쯤 깨보야 하는 데가 전연 생뚱할 수는 없어 다만 넓은 범위에서 저에 속하나 나도 모르고 남들도 모르는 그런 분야 하나쯤은 개척해 봤음 싶다.

고고학으로 국한한다. 이 고고학이 우리로서는 전인미답인 데가 오죽 많은가?
 

체베르티 에트루리아 무덤에서



남들도 개척하지 못했고 나도 개척하지 못한 그런 것 하나쯤은 골라 이른바 부전공으로 삼아 마지막 불꽃은 살라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지역이어도 좋고 시간이어도 좋으니 그런 것 하나쯤은 내 연배쯤 되는 사람들은 하나 정도는 파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일랜드 선사고고학, 특히 신석기시대 등장하는 거석기념물이나 거대 묘도 갖춤 봉토분을 생각 중이다.

누가 저짝 저런 고고학에 관심이나 있겠는가?

물론 어떤 이가 저짝 선사시대를 전공했다는 말은 들었으나 글다운 글 한 편 본 적이 없으니 저쪽은 전인미답이라 봐도 좋다.
 

아일랜드 브루나보인 신석기시대 무덤에서



또 에트루리아를 생각 중인데 이건 국립중앙박물관이 한 번 특별전까지 했지마는 후속 연구도 없고 진전도 없으니 이쪽 역시 전인미답이나 마찬가지다.

저 전인미답을 탐구하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어려울 것도 없다고 본다.

이전에야 내가 필요한 자료나 정보는 도서관서 대출을 해서 얻었지만 지금은 웬간한 자료는 키워드 하나로 안방에서 순식간에 입수하는 시대다.

후세 언제 누가 저걸 제대로 공부하겠다 나설지 모르고 또 그때 가서는 지금의 내가 한껏 아마추어라 씹힐지 모르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겠는가?
 

아일랜드 타라 언덕에서



언젠가는 필요로 할지 모르나 지금은 어느 누구도 필요를 절감하지 아니한 그런 것들 한두 가지쯤은 초석을 놓는 기분으로 개척해 놓아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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