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0월 26일 기념관 개관기념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당시 문교부장관(홍종철)에게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유묵을 대여해달라는 문서와 국립박물관에서 회신한 대여 허가 문서다.
70년 8월 19일에 발신한 문서 내용은 남산 기념관 낙성을 맞아 (당시만해도) 국내에 안중근 유묵이 20여 점으로 알려졌고 그 중 한 점이 국박 소장품이었기에 이를 대여하여 기념관에 전시하겠다는 것. 소장처인 국박으로 직접 보내지 않고 상위 부처인 문교부로 직접 보낸 것이 특이하다. 발신자는 법인 이사장이었던 노산 이은상.
회신 문서도 살펴보자면, 문교부 10월 30일자 승인에 의거하여 11월 2일자로 국립박물관에서 대여 허가를 해준다는 내용이다. 특기사항은 문서 번호를 보건대 국박 유물 대여 업무를 관리과에서 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대여 기간이 10월 26일(기념관 개관일)부터여서 문서 날짜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이미 유물은 덕수궁에서 남산으로 이동해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1970년 11월 당시 국박은 덕수궁 석조전에 있었고 김원룡 관장 시절이었다.(김재원 관장은 70년 5월 1일 퇴임)
이 문서들에서 언급된 유묵이 바로 "庸工難用連抱奇材"(신수1183)로 72년 광복절을 기해 보물(569-7호)로 지정이 된다. 서툰 목수는 아름드리 재목을 다루기 어렵다는 뜻인데 <通鑑>에서 子思가 魏王에게 한 말을 인용한 것이라 한다. 안 의사가 <자치통감>을 다 읽었을리는 없고 <통감절요>의 일부를 읽고 기억해낸 문구였을 것이다.
예전에는 보다 직관적인 見利思義見危授命이나, 志士仁人殺身成仁 같은 유묵이 눈에 들어왔었다면, 요즘에 계속 마음이 가는 유묵이 바로 庸工難用連抱奇材다. 원래는 인재 등용에 관한 말씀이라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바로 庸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53년 전 이 유묵이 국박에서 남산으로 대여된 이후, 다시 남산에 온 적은 없다. 최근에 전주에서 전시한 적은 있었는데... 기회를 보아 다시 전시를 했으면 좋겠다. 庸工이 해낼 수 있을까. 갈 길이 멀다.
덧, 이 문서들은 유물도 참고자료도 아닌채로 다른 문서들과 함께 박스에 담겨 수장고 한켠에 있었다. 이제 내 눈에 띄었으니 자료로 등록시켜야겠다.
[첨부 사진 문서의 전문]
문교부장관 귀하
우리들의 오랜 숙제인 안의사 기념관이 마침내 낙성을 보게 되었사온 바 이는 누구보다도 귀하께서 가장 기뻐하실 일인 줄 압니다.
의사의 유묵은 지금까지 조사된 것이 모두 22점이온 바 유묵들을 소장한 명사들로부터 실품을 인수하여 기념관에 전시하게 되었읍니다.
그중에 귀하께서 일찍 일본으로부터 의사 유묵 1폭을 국립박물관에 넘겨 보관한 것이 있사온 바 그것을 본 기념관에서 보관전시하도록 하여 주심 바랍니다.
유묵 庸工難用連抱奇材
1970년 8월 19일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동 104-43
사단법인 안중근의사숭모회
전화 92-3973번
이사장 이은상
[아래는 그에 대한 회신 문서]
국립박물관
관리 1076-800 23-1443 1970.11.2.
수신 안의사숭모회 이사장 이은상
제목 유물 대여 허가
1. 문화 1740_17879(1970.10.30.)자 승인에 의거 당 관 소장유물 중 안의사 유필을 아래 조항에 대하여 허가하오니 보존 관리에 적극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 대여기간 : 1970.10.26.-1971.6.30.까지
나. 대여유물에 훼손 또는 망실이 생길 경우 당 관장의 요청에 따라 변상 조치할 것.
다. 대여유물에 기간만료 전이라도 당 관의 반환 요청이 있을 경우 지체없이 반환할 것.
라. 대여유물을 진열 중에는 주야 상주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를 강화할 것.
마. 진열중 불의의 사고가 생길 경우 지체없이 당 관에 보고할 것.
바. 대여유물 수 : 안의사 유필 1점
국립박물관장(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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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기념관 이주화 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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