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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양반의 조건과 양반의 거짓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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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우리는 명문가요, 동방의 갑족'이라 내세운다. 기준의 문제일 뿐 누가 틀렸다고 따지겠는가?


양반 명문가의 조건이 몇 있었으니,


첫째, 세조의 왕위찬탈에 협력하지 않았다. 설령 세조 초 벼슬을 했어도 본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우리 집도 이 사기 대열에 합류하였다.


둘째, 기묘사화와 을사사화에 화를 입었거나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그에 관한 야사들이 쓰일 때마다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며, 그 공신도 본의가 아니었다고 퉁친다. 그 야사 가운데 일부는 가해자 후손이 가해자인 선조를 피해자로 변개한 것이 많다. 특히 을사사화는 민감한 문제여서 영남 남인의 뿌리가 사실은 가해자 집단이다.




셋째, 임진왜란에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해야 했다. 제대로 된 의병이야 곽재우와 조헌 등등 빼면 의병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부끄러운 게 사실이지만 그것 따지면 칼맞아 죽는다.


넷째, 광해군 때 문과에 급제했지만, 답안지 구절이 문제가 되어 파방되어 뜻을 이루지 못했어야 한다. 파방되어 합격이 취소된 사람은 33인(확인안함)이었지만, 파방되어 합격이 취소되었다고 행장 등에 쓰인 사람은 족히 2천 명은 된다.


이런 조건을 갖추어야 번듯하게 양반이라고 내세울 수 있었다. 족보나 행장 문집의 기록 말고 사료를 통해 접근하면 저 네 조건을 만족하는 양반은 없다. 고백하자면 우리집도 1과 4는 분식회계였고, 2와 3은 사실이었다.


***

누구나 알지만 말하기 쉽지 않은 부분을 기호철 선생이 건드렸다. 

문중사학...이거 참말로 무섭다. 

이 문중사학 그 연장에 있는 것이 내가 계속 말하는 국가보훈사학이다. 

근현대는 문중사학이 국가보혼사학으로 변질해 

독립운동가 만들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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