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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어디에 사니? 해미읍성!

by 여송은 2021.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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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 엄마, 이 담은 왜이렇게 높아요? 꼭 성같아요.

토깽이 : 아~~이건 읍성이라고 부른단다.

토리 : 이 커다란 담을 읍성이라고 불러요? 읍성이 뭐예요?

토깽이 : 이름이 어려울 때는 이름의 한자를 잘 풀어보면 답이 나온다고 했지? 엄마가 한자 힌트를 줄게!
고을 읍(邑), 성 성(城).

토리 : 아! 고을에 쌓은 성!

진격의 거인 토깽이?!

토깽이 : 딩동뎅! 맞아요.
여기서 중요한 건 고을에 쌓았다는 거야.
고을은 마을보다 큰 단위로 중앙에서 파견된 수령(守令)이 있는 중요한 곳이지.

토리 : 수령? 수령은 또 뭐예요?

해미읍성 밖으로 고개를 내민 은행나무.


토깽이 : 아차차. 그래 수령이라는 말도 어려울 수 있어. 혹시 ‘사또’라는 말을 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들어봤을 거야.

토리 : 네!! 사또는 많이 들어봤어요.

토깽이 : 수령의 다른 이름이 사또란다. 수령은 고을을 맡아 다스리던 지방관으로, 쉽게 말하면 그 고을의 대장이란다.
왕이 혼자서 방방곡곡을 다스리기는 어렵겠지?
그래서 이렇게 각 고을 마다 수령을 두고 지방을 다스리게 했어.

사또밥


토리 : 아, 그렇구나~~!
수령은 중앙에 있는 왕의 뜻을 지방에 있는 백성들에 잘 전달하고, 또 그들을 잘 다스리는 중간 연결고리 같은 존재네요.

엄마, 그러면 읍성이 있고 그 안에 수령도 있는 해미(海美)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나봐요.

해미읍성 진남문(鎭南門)


토깽이 : 그럼~~ 해미는 아주 중요한 곳이었지.
그 전에, 예전에는 해미읍성 주변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거 알고 있니?

토리 : 아니요? 대박. 지금은 온통 땅이잖아요.

토깽이 : 그렇지. 지금은 바닷물이 들어왔다는게 상상이 가지 않지만, 1980년대 간척사업을 하기 전까지만해도 해미읍성 주변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단다.

토리 : 상상이 안가요! 바닷물이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그럼 배들도 왔다갔다 했겠네요?

토깽이 : 그럼~당연하지.
당연히 배가 왔다 갔다했고, 그 배는 많은 물자와 사람 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사상까지 실어 날았단다.

대동여지도 중 해미 / 바다가 앞까지 들어온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서산시와 해미읍성


토리 : 우와! 그럼 바다에서 잡아 온 물고기도 많았겠어요!

토깽이 : 물고기 뿐이겠니. 해미는 중국과 가깝고 배로 왕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건너온 새로운 물건을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곳이기도 했지.

또한 물자가 풍부한 곳이라 늘 사람이 붐볐고, 그 사람들은 시장을 만들고, 많은 부를 만들어 냈단다.

해미읍성 안에 전시된 화포
해미읍성 안에 전시된 신기전 화차(神機箭 火車)


토리 : 그 때는 시끌시끌 활기찬 도시였겠네요?

토깽이 : 그럼~! 사람이 많으니깐 당연히 물건과 돈이 왔다 갔다 하겠지? 그래서 중국에서 건너 온 새로운 물건을 팔기도 했고, 바다에서 난 싱싱한 해산물들을 파는 활기찬 장터였단다.

지금 모습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지? ㅎㅎ

그래서 중앙에서는 이곳에 수령을 파견해 고을을 잘 다스리게 했고, 이렇게 성도 쌓은 거란다.

토리 : 엄마 설명을 들으니 활기찬 장터의 모습이 상상이 갔어요. 해미읍성에서 축제를 한다고 들었는데, 그때의 장터 모습을 보여주면 재밌을 갓 같아요! 조선시대 상인 복장 차림으로 물고기나 오징어를 파는 거에요! ㅎㅎ

토깽이 : 그래 재밌겠다. 축제하면 다시 오자. 그럼 또 다른 읍성을 볼 수 있을 거야.

토리: 네! 좋아요!

해미읍성 안에 있는 회화나무와 뒤 건물은 옥사


토깽이 : 토리야, 여기 해미읍성은 슬픈 이야기도 담고 있단다.

지도를 보면 해미와 중국은 가까운 걸 볼 수 있지? 그래서 증국으로부터 새로운 사상과 학문도 빨리 받아 들였단다. 그 중에 하나가 천주교를 비롯한 서학(西學-서양의 사상과 문물)이었지.

토리 : 천주교하면 천주교 박해가 생각나요.

토깽이 : 그래, 매우 가슴 아픈 일이지.
18세기 말이면 우리나라에도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단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는 천주교를 사학이라고 탄압하지.

특히 1866년 병인양요에 이어진 박해 때에는 이 지역 천주교인들이 이곳에 끌려와 옥에 갇히고, 더러는 읍성 안에 있는 회화나무에 묶여 고문을 당하기도 했단다.


토리 : 저는 엄청 큰 돌담이 있는 고을인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아픈 상처가 있는 곳인 줄 몰랐어요.

토깽이 : 해미라는 지역이 바다와 맞닿아 있어 다양한 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여 좋은 점도 있었지만 이렇게 가슴 아픈 면도 있었던 거지.

해미읍성 안에 있는 동헌(東軒)
내아(內衙) / 관아의 관리와 그 가족들의 살림집

 
토리 : 네.
엄마, 저는 오늘 엄마랑 해미읍성을 돌아 보면서 자라온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토깽이 : 자라온 환경?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토리 : 저도 잘 정리가 안돼서 그냥 자라온 환경이라고 말했어요. 음... 문화유산도 우리처럼 자라 온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환경에는 자연적인 환경, 인위적인 환경 모두 포함으로요.

만약 해미읍성이 바다와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면 중국과의 활기찬 교역도 없었을 것이고, 또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아무래도 늦었을 것이고, 어쩌면 천주교와도 동떨어진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문화유산을 이해하려면(?) 사람 사귀듯 천천히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누구랑 지냈는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봐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거기에 지도는 필수 인 것 같아요!


토깽이 : 어머 토리야. 토리가 그런 말 해서 엄마 조금 감동했어. 그래, 엄마랑 문화유산을 보러 가면 앞으로 지도 보는 습관을 들이자. 조금 더 문화유산이랑 친해지려면! ㅎㅎ

토리 : 네!!

토깽이 : 그런데 우리 토리 지도 잘 못 보는 길치인데, 갈 길이 조금 힘들겠다??! ㅎㅎㅎㅎ

토리 :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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