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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에마키의 길, 인쇄의 길

by 신동훈 識 202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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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인쇄본. 논어언해인데 식산 이만부 가장품이라 한다. 내사본이라 해서 중앙정부에서 찍어 신하한테 농가준 이른바 증정본이다. 김주부 선생 사진이다.



에도시대 목판인쇄가 일본에서도 본 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일본과 우리나라 책의 모양이 뚜렷이 구분되니 

일본의 에마키絵巻와 한국의 인쇄다. 

에마키는 보기에 정성스럽다.

화려의 극을 달린다. 

박물관에 전시 해 놓으면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반면에 인쇄물은 목판이건 금속활자이건 간에

박물관 조명을 받아 놓으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목판으로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이라는 것이 

보는 것이 목적이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에마키나 인쇄물을 독서 소비층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해 본다면, 

과연 어느 쪽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가 닿겠는가. 

필자가 보기엔 우리나라 박물관 도록이나 자료집 중에는

에마키의 길을 걸으면 안되는 것인데도 에마키처럼 출판되는 것이 있다. 

에마키의 것은 에미키에게, 

인쇄물은 인쇄물에게 돌려보내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에마키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한 곳도 분명히 있겠지만, 

모든 책이 에마키가 될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 아닐까 싶다. 

 

***

 

책은 그 자체 요새 공해를 방불할 만한 시대로 접어들고, 무엇보다 책 역시 성격이 변모해서 요새는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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