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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여름 소분掃墳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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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쳐 대강 잡초만 쳤다. 마침 올해는 예초기도 새로 장만해 기분은 좋았다.

하도 비가 많이 와서..또 걸핏하면 주변 논밭으로 멧돼지가 내려와서 걱정이라

근처 밭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온통 멧돼지 발자국이다.


 


소분은 이런 여름날엔 해거름이나 새벽에 해야거늘 어제 해거름에 조금 남긴 부분은 대낮에 쳤다.

땀으로 범벅이라 쓰러지지 아니한 걸 다행이라 하겠다.

서너번 벌초伐草를 해야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휴가를 빌렸다.


 


웃기는 짬뽕이 아들놈이라

할배 묘소라 해도 건성건성

돌아가시고 태어났으니 그런갑다 하지만 영 손발이 맞지 않아 쳐낸 잡초는 갈코리로 긁어내라 했더니 하는둥마는둥이라

복장 터져 기어이 갈코리 뺐었다.

 

 


제아무리 촌놈이요 농민의 아들이며 농민이기도 했건만 그것이 숙련도를 보장할 수는 없거니와 현장 떠난지 이젠 사십년

온몸이 욱신욱신 손이 덜덜 떨려 젖가락질이 되지 않으니 약골을 탓하리오




범벅한 땀에 숨이 막혀 귀가하자마자 마당에서 홀라당 벗어제끼고는 이내 찬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 쓰니 그제야 좀 살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아부지 바리깡질 해드리니 맘이 조금은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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