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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조선총독부박물관 직원들이 왜 이런 걸 다 찍어놓았을까 하는 자료도 만나게 된다.
이 사진은 경성제국대학 교수, 숙명여전 교장 등을 역임하고 <고종실록>, <순종실록>, <조선총독부 시정25년사> 등의 편집을 도맡았던 동양사학자 오다 쇼고(小田省吾, 1871-1953)의 집 현관이다.
눈발 흩날리는 날 찍었는지 지붕이며 길바닥에는 옅게 눈이 쌓여있고, 희끗희끗한 눈송이가 찰칵 소리에 영원히 담겼다.
대문 옆에 뭔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데, 확대해서 읽어보니 꽤나 흥미롭다.
오른쪽 맨 위부터 보면, 당연히 집주인 오다 쇼고의 이름 넉 자가 붙었다. 그 아래에는 전專 뭐라고 썼는데 잘 안보이고, 그 아래에는 경성중학교삼급(?)京城中學校三級(?) 오다 實(미노루인지 마코토인지)이란 이름이 보이는데, 오다 상의 아들인가 싶다.
왼쪽으로 건너와서 위를 보면 무슨 부관사府官舍, 무슨 구호九號라는 정도만 간신히 읽히는데, 아마 조선총독부 고위 직원들이 살던 관사가 이런 모양이었던가 보다(근데 일본식 집이라, 이 사진 찍던 계절에는 추웠을 듯).
그리고 그 아래는 주소다. 경성부 서소문정 120번지. 시청역 9번 출구 나와서 서소문장로교회 쪽으로 꺾어져 조금만 걸으면 닿는 곳, 지금은 동화빌딩 별관과 진주회관 등이 있는 자리다.
이 집 전화번호는 광화문 882번.
이 집에 전화를 걸려면 아마 "아 교환! 광화문 882번으로 돌려주시오!"라고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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