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정紫水晶을 amethyst 라 하고 애머씨스트 라 읽는데, 그 자체가 보라색 석영을 말하지만, 이를 좀 더 확실히 하고자 해서 amethyst crystal이라 표현하기도 하는 모양이라, 크리스탈이라는 말이 붙음으로써 그것이 석영 일종임을 분명하게 해준다 하겠다.
저 amethyst라는 그 자체 보라색이라는 의미를 띠기도 하니, 아무래도 그 보석이 빚어내는 광채야말로 그것을 표상하는 색깔로 간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자수정을 보면 첫째, 내가 매양 말하듯이 보라색이라는 색감이 띠는 신비감을 극대화하며, 둘째 국내 각종 자연사 박물관 등지에서 전시하는 그 대부분이 이상하게도 모조리(거의 예외없이) 브라질산임을 표방하는데, 가격이 도대체 얼마인데 국내에 들어온 저 광물이 모조리 브라질 산인지 모르겠다.
이 자수정 덩이 두 괴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전시품이라, 인근에 사람이 없어 언뜻 그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거니와
보다시피 높이가 2미터가 넘고, 무게만 767킬로그램에 달한다. 저런 덩이가 두 개씩이나 되니, 저 가격이 어떤지 모르겠다만, 저것만 팔아도 꽤 값이 나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 세부를 보면 보라색 석영 덩어리가 다닥다각 붙은 모양이라, 저걸 하나씩 떼서 파는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저 광물이 나는지는 내가 즉각 확인하지 못했지만, 저 보라색을 보면 넋을 빼는 효과가 있다.
저 보라색 꽃으로 저명한 것이 맥문동이라, 이제 피기 시작한 모양인데, 솔밭에서 피어오른 맥문동 군락지로서 새벽 안개 피어오른 광경을 보면 황홀 그 자체다.
자색紫色은 실은 간색間色이요 잡색雜色이라, 원색을 선호한 공자는 이 보라색이 주색朱色을 어지럽히는 색깔이라 해서 증오해마지 않았다.
하지만 저 간색이 주는 맛은 실로 오묘해서 공자가 버렸으나, 역사는 간취했으니, 저 자색이 버림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특히 천상의 궁전, 그 절대지존인 북극성이 내는 빛깔은 어찌된 셈인지 자색으로 간주되어, 그리하여 그 북극성을 중심으로 일정한 분할 공간한 궁전을 자궁紫宮이라 하고, 그 절대자를 천황대제天皇大帝라 한 것이다.
기타 천상의 주인 혹은 그에 버금하는 존재들로 자미대제紫微大帝니 자미원紫微垣이니 해서 유독 紫를 관칭한 이름이 많은 까닭이 바로 그것이 주는 신비감에서 말미암는다.
그래서 천상의 천황대제(宋代 이후에는 그 자리를 옥황상제 혹은 옥황대제가 점거해 버린다.) 혹은 그의 아들이 지상으로 강림할 때는 항상 자운거紫雲車를 타며, 그의 주위로는 자운紫雲이 피어오르는 법이다.
해모수가 강림할 때는 자운거를 탔으며, 김알지가 천상에서 계림으로 강림할 때는 자운紫雲이 일었고, 혁거세가 강림할 때는 자란紫卵을 깨고 났으며, 김수로가 강림할 때는 자승紫繩이라는 자색 동아줄을 타고 내려왔다.
이 자색을 해명하지 않고서는 동아시아 기층문화를 탐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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