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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작전회의보단 스테이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법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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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James Alward Van Fleet


<연휴 중 단상>

모처럼 집에 올라온 김에 책장에 쌓인 책들을 보다가 재미있는 이야기 한 토막을 얻었다. 6.25 전쟁에 참전한 어떤 장군 회고록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6.25 전쟁 당시 한국군을 크게 도운 미군 장성 제임스 밴 플리트 James Alward Van Fleet ( (1892~1992) 라는 분이 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공군 조종사였던 아들을 잃기도 한 그는 다른 미군 장성들보다 한국을 각별히 아꼈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그는 꽤나 대식가였다고 한다. 스테이크를 좋아했는데 그 크기가 보통 사람들의 그것에 비해 두 배는 족히 되어야 만족했다나. 그것까진 좋은데 가끔 그의 요리사가 난감해할 때가 있었다.

한국군 장성들이 작전회의를 하러 그를 방문하곤 했는데, 회의라는 것이 늘 그렇듯 가끔 식사시간을 넘기게 된다. 식사를 내어야 하는데, 밴 플리트에게만 줄 수는 없으니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메뉴를 같은 양으로 내어놓게 된다.

James Alward Van Fleet



이를 받은 한국군 장성은 우선 스테이크 크기에 놀라고, 이를 먹기가 퍽 고역이었다고 한다. 때는 전시戰時였고 미군사령관 앞이었으니 음식을 남긴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 그 큰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고 또 썰어 입에 넣고....

백선엽, 정일권 같이 근엄 진지해보이는 장군들이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도통 줄어들지 않는 고깃덩이 앞에서 쩔쩔매는 일은 상상하자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역사를 어마어마한 숫자나 '위대'한 인물과 사건의 나열로만 기억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엔 이런 일화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위대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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