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방영 중인 고려거란전쟁 고려 조정 주요 인사 중 넘버원 재상에 해당하는 인물로 일반에는 그닥 익숙하지 아니한 유진劉瑨이라는 사람이 주요 장면마다 등장해 정국을 쥐락펴락한다.
바로 아래 장면이 개중 하나인데....
저 배우가 조희봉이라는 친구라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배우다. 분장을 저리해서 그렇지 나보다도 훨씬? 젊다.
극중에서는 상서좌복야尙書佐僕射 혹은 좌복야라는 칙책으로 일컫는데, 상서성을 이끄는 두 주축을 각각 좌복야와 우복야라, 이쪽에서는 왼쪽이 오른쪽보다 시종 높임을 받았으니 우의정보다 좌의정이 한 끝발 높은 이유가 이에서 말미암는다.
조희봉은 독특한 발성 혹은 톤으로 나름 유진 캐릭터를 살리고자 한 모양인데, 저 정도로 조정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는 능수능란하기가 고건 같은 총리라 보면 되겠다.
고려사 권94 열전 권 제7 제신諸臣이 정리한 그의 행적을 보면 그는 명문 거족이다.
충주忠州 대원현大原縣 사람이라 하지마는 실제 그쪽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을 것이요, 저곳은 본향 본관에 해당한다 생각하면 될 성 싶다.
후비后妃로 유씨劉氏인 사람들은 모두 그의 종족에서 나왔다 하므로 실력보다는 금수저로 저 높은 재상 자리까지 올랐음을 본다.
그를 일러 그의 열전은 "사람됨이 청렴하고 올바르다[爲人廉介]"다 했거니와 고려사 편찬자들한테서는 상당히 후한 평을 받았음을 본다.
그는 일찍이 광종시대 말기에 출사해 내승지內承旨가 되고, 경종시대를 거쳐 목종시대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재상 반열인 이부상서 참지정사吏部尙書叅知政事가 되었으니, 누대에 걸쳐 이른바 요직만 거쳤음을 본다.
드라마 주 무대가 되는 현종 시대에는 그의 즉위와 더불어 상서좌복야尙書佐僕射에 제수되고 이어 문하시랑門下侍郞을 거쳐 검교태사 수문하시중檢校太師 守門下侍中까지 올라 탱자탱자하다가 현종 10년(1019)에 죽으니 왕이 사흘간 조회를 정지하고, 내사령內史令을 추증했다.
그의 이력 중 특이한 점이 지방관은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오직 중앙무대에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유진은 여러 왕을 섬기면서 항상 왕을 가까이 모시는 직책을 맡았고, 외직을 맡은 일이 없었으며, 비록 왕에게 간언[獻替]하지는 못하였지만 자못 재상[公輔]으로서의 명망이 있었다.
이런 열전 기술이 그 이력을 총합한다.
저 유진을 연기하는 조희봉은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가 대개 그렇듯이 솔까 외모가 별품없지만, 연기력 하나로 온갖 군데서 모습을 들이미는 감초역으로 제격이라, 실제 저 또한 그러하며, 영화에서는 그 외모 때문인 듯한데 주로 악역을 맡는다.
저 이미지가 유진이랑 어울릴까?
고려사 열전에는 그의 외모를 묘사한 구절이 딱 한 군데 있다.
美風儀
美는 뜻을 다 알 테고, 風은 풍모 품격이라는 뜻이고 儀는 의표라 해서 주로 외양을 염두에 둔 말이다.
간단히 말해 미풍의는 풍의가 아름답다, 더 간단히 말해 훤칠하다, 미남이다는 뜻이다.
따라서 고증에 더 충실하고자 했다면, 아주 잘생긴 중장년 남자 배우를 내세웠어야 한다.
장동건이나 정우성 같은 배우 말이다.
'역사문화 이모저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은부의 딸 색공色供이 제기하는 의문 (1) | 2024.01.23 |
---|---|
거란 침공에 부활의 팡파르를 울린 팔관회 (0) | 2024.01.23 |
시류에 편승해야 하는 글쓰기, 장은 날마다 서지 않는다 (1) | 2024.01.23 |
전쟁이 키운 색공色供, 피란지 공주에서 여인을 맞은 고려 현종 (1) | 2024.01.23 |
근래 옛 신문에서 새로 접한 한자어들 (0) | 2024.0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