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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절대 법치와 절대 부국강병 외친 《상군서商君書》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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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득한 2005.03.08 09:33:03 글이다. 지금은 사라진 내 옛 블로그 글이다. 《상군서》가 어떤 책이며, 어떤 역본이 있는지를 소개한 정도지만, 읽어보니 지금도 그런 대로 소용할 바는 없지는 아니해 전재한다. 


상군서추지商君書錐指, 164쪽, 중화서국中華書局, 장례홍蔣禮鴻 저, 2014/05/01. 원문이라 해봐야 얼마되지 않는다. 후대 전승과정에서 극심한 텍스트 탈락이 있었다. 저자 蒋礼鸿(1916~1995)은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돈황학敦煌学 전문가다. 字를 云从이라 하며 浙江 嘉兴 사람이다.



<절대 법치와 절대 부국강병 외친 상앙>

법가철학 전공 장형근 교수 ‘상군서’ 내 


2005-02-23 10:33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적어도 공자 이후 중국이 주축을 이룬 동아시아 사상사 2천500년, 특히 제왕학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외유내법外儒內法. 


겉으로는 공자를 들먹이며 인의仁義를 부르짖었으나, 그들이 실제로 추구한 것은 부국강병의 법가法家였다. 공자가 몰沒한 지 약 1세기 뒤에 태어난 맹자.


한 수 배우고 싶다 해서 불원이천리不遠而千里해서 달려가 만난 양梁 혜왕惠王이 “노인께서는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롭게 해 줄 수 있겠소”라는 말로 조언을 구하자, 대뜸 “왕께서는 하고 많은 말 중에 하필 이익을 떠드십니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는 말로 심한 무안을 주었다.


걸핏하면 인의를 논하며, 툭하면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요순堯舜의 성대聖代를 운운하는 이런 논리를 한 칼로 내려친 사람도 있었다.


맹자가 한창 청운의 꿈을 불태우며 유세객이 되고자 한 그 시절, 대략 기원전 350년 무렵에 이미 진秦 효공孝公에게 등용되어 전권을 위임받은 재상으로서 “개소리 말라”는 단 한 마디로 절대 법치法治와 절대 부국강병을 주창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상앙商鞅(기원전 390~338)이었다.


“힘은 강함을 낳고 강함은 위엄을 낳으며, 위엄에서 덕德이 생긴다. 따라서 덕은 힘에서 생긴다.”


“백성이 약하면 국가가 강하고, 국가가 강하면 백성은 약하다. 따라서 법이 있는 나라는 백성을 약화시키는 데 힘쓴다.”(이 경우 백성百姓은 일반 민중이 아니라 백 가지 성姓을 가진 뭇 신료로 보아야 할 듯)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절대 법치주의가 태어난다.


“왕자王者는 (통치 행위 중) 형벌이 9이며 상賞은 1이다. 강한 나라는 형이 7이고 상이 3이다. 약한 나라는 형이 5이며 상도 5이다.”


형벌을 많이 쓸수록 부강한 국가라는 등식으로 발전한다. 여기에서 삼족을 멸한다는 저 유명한 연좌제 이론도 탄생한다.


“엄중한 형벌과 연좌제를 시행하면 속 좁고 성질 급한 사람이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되며, 사납고 괴팍한 사람은 더 이상 소송을 하지 않으며….” 


현재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전인민의 군사화도 획책된다. 이른바 병농일치兵農一致. 농사도 지으면서 군사 훈련도 받는다. 병농에는 반드시 황무지 개간이 요구된다.


군주 이하 전 신민이 하나로 똘똘 뭉치기 위해서는 사상 탄압은 필수적이다. 특히 말만 번드레한 식자층은 아예 말살해야 한다.


“군주가 여러 학설에 현혹되어 오락가락하고 관리는 각종 여론에 밀려 소란하면 백성은 나태해져 더 이상 농사에 전념하지 않게 된다.…나라에 일이 생겨도 식자들은 법령이나 물고 늘어지며 상인은 임기응변으로 자기 이익만 쫓고 예능인은 국가를 위해 일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나라를 쉽게 무너진다.” 


이런 상앙의 가르침에 가장 충실한 후계자는 상앙 사후 약 1세기 뒤에 출현한 진 시황제와 이사 콤비. 농서와 의서를 제외한 모든 서적을 불태우게 했다.


시황제와 이사의 근원적 스승이 바로 상앙이다. 그가 설파한 절대 법치와 절대 부국강변론을 담고 있다는 책이 바로 《상군서商君書》. 이 상군서는 다른 여느 선진先秦시대 문헌이 그렇듯이 끊임없이 위서僞書 시비에 휘말려 있으나,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그의 행적과 현재의 상군서가 상당 부분 합치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사마천도 이미 상군서를 보았다고 증언한다.


국내 중국학계에서 보기 드문 법가 철학 전공자인 장형근 용인대 중국학 전임교수가 쓴 상군서는 도서출판 살림이 기획하는 동서양 고전시리즈인 ‘e시대의 절대사상’ 제1편으로 최근 선보였다. 


상앙이나 그 진정한 후계자인 한비자 같은 법가 사상가를 흔히 동양의 마키아벨리즘에 비유하고, 이번 책 또한 ‘동양의 마키아벨리즘'’ 내걸었으나, 이는 출판사측의 명백한 판단 착오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주의 신성성을 해체함으로써 시민사회 형성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으며, 아울러 권모술수로 대표되는 통치술을 주장했으나, 상군서는 바늘 하나 찌를 틈이 없을 정도의 절대 원칙주의를 바탕으로 오히려 군주를 신민에게서 완전히 유리, 차단케 함으로써 그의 신성화를 획책하고 있다. 283쪽. 8천900원.

taeshik@yna.co.kr 

(끝)


상군서추지商君書錐指, 164쪽, 중화서국中華書局, 장례홍蔣禮鴻 저, 2014/05/01. 원문이라 해봐야 얼마되지 않는다. 후대 전승과정에서 극심한 텍스트 탈락이 있었다.



첨언 : 장형근 교수의 위 책은 상군서에 대한 역주가 아니라 일종의 해설서다. 단, 이 책 말미에다가 장 교수는 상군서 중 일부를 번역에 부치고 있다. 이 상군서는 원문이라고 해 봐야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군서를 온전히 만나고자 하는 이는 완연한 역주본을 먼저 봐야 한다. 이 상군서 완역본으로는 두 가지 정도가 있다. 하나는 2000년 홍익출판사에서 나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04년 자유문고 본이다.


외국본으로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중화서국본이 있는데, 청대 고증학자의 주석본을 점교點校한 것인데, 상군서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픈 이에게는 이 중화서국본을 강권한다.


중화서국본은 국내 중국학 전문서점이 몇 군데 있으므로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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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상군서 역본이 몇 종 더 나왔으니, 개중 추천할 만한 것으로 아래 두 가지가 있다. 우재호 역본은 역주가 풍부해서 고급진 상군서 읽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한테는 강추한다.  


임동석 역주 상군서商君書 -임동석 중국사상 100131 | 동서문화사 | 2015년 01월 

우재호 역 상군서,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067, 소명출판 | 2005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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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군서 원문은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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