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종묘와 orgy 라는 제목으로 2008년 1월 26일 19:04:08에 쓴 글이다.
춘추전국시대 종묘宗廟 혹은 사직社稷을 일컫는 이름은 차이를 보였던 것 같다. 아니, 그보다는 이들 국가 최고 제사시설이라 할 수 있는 곳을 그것이 자리한 지명을 따서 다르게 부르기도 한 모양이다.
연燕의 경우 조祖라 했고, 제齊는 사직社稷이라 했으며, 송宋은 상림桑林이라 했다. 또 초楚는 운몽雲夢이라 했다. 이들은 수풀이 우거진 곳에 자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 맨 뒤에 출전이 있다.)
그러한 특성은 송나라 사직 혹은 종묘가 있던 곳이 뽕나무 수풀이라는 데서 단적으로 확인되며, 초나라 사직이 있던 운몽 또한 장왕을 비롯해 초나라 역대왕들이 자주 거둥해 사냥하던 곳이라는 점에서 수풀이라는 특성을 검출해 낼 수 있다.
내 언젠가 중국 社/稷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에 사직 또한 수풀에 자리했다는 내용을 본 것도 같다.
한데 이들 종묘 혹은 사직이 일반 백성에게는 짝짓는 장소였다. 나는 서울 신촌골에 있는 모 대학 출신인데 그 캠퍼스 안에 청송대聽松臺라는 소나무 울창한 수풀이 있으니, 이곳에서 여름철이면 연애 사건이 심심찮게 문제가 되었거니와,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겠지만 그때는 연애하는 장소 대명사처럼 인식되곤 했다.
이들 신성한 수풀이 집단 섹스를 벌이는 곳이었음은 선진시대 문헌인 저 《묵자》 중에서도 명귀明鬼 下 편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그곳에 다음과 같이 일렀다.
燕之有祖 黨齊之(有)社稷, 宋之有桑林. 楚之有雲夢也. 此男女之所屬而觀也
(연나라에 조가 있음은 제에 사직이 있고 송에 상림이 있으며 초에 운몽이 있는 것과 같다. 이는 남녀가 어울려 밀회하는 곳이다)
*** 보유 ***
종묘와 사직은 접근 통제 금지 지역이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이 금지 통제가 밀회와 섹스에는 호조건을 제공했으니
이 관점에서 조선시대 종묘와 사직도 봐야 한다.
왜 저들이 담장을 쳤겠는가?
신성구역임을 표시하고자?
개소리다.
orgy를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역사문화 이모저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령왕릉과 쌍릉 사이, 백제 장인들의 눈물겨운 생존투쟁] 수릉壽陵, 대권 잡은 군주가 맨 먼저 만든 자기 집 (0) | 2023.04.13 |
---|---|
[무령왕릉과 쌍릉 사이, 백제 장인들의 눈물겨운 생존투쟁] 전대미문前代未聞, 하지만 국경을 벗어나면 유행이 되고 (1) | 2023.04.13 |
[무령왕릉과 쌍릉 사이, 백제 장인들의 눈물겨운 생존투쟁] 우체통을 닮은 능산리 사리감舍利龕 (0) | 2023.04.12 |
날벼락 같은 명령, "무령왕릉은 중국식 벽돌무덤으로 만든다" (0) | 2023.04.11 |
낙산사 보여주시오 했다가 쌩까인 중국 승려 (0) | 2023.04.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