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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지옥과도 같은 나날들

나는 미군 방위였다. 1987년 11월 20일, 논산훈련소 제30연대에 훈련병으로 입대해서는 한달간 교육받고, 같은 훈련소 30연대로 옮겨가 다시 한달 훈련을 받고, 평택 주한미군 군사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로 가서 그곳 카투사 훈련소인 KRTC에서 다시 한 달을 훈련받고는 석달 만에 미군 제501여단 산하 캠프 험프리스 제3정보대대에 배속되어 모학이라는 정찰기 정비소 Tool Room에 근무하고는 1990년 2월 15일,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이등병 월급은 4천원인가 5천원으로 기억하며, 제대할 당시 병장 월급은 만원이 채 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군번은 71131676이다. 용돈 마련을 위해 미군인지 한국군에서 지원하는 군사용품 무슨 kit인가는 자주 시장에 내다 팔았으며, 1년에 한 벌씩인가 나오는 야상 잠바는 비교적 비싼 값에 영등포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내가 주한미군 한국 증강군(KATUSA·Korean Augmentation Troops to the United States Army) 일원으로 입대한 것은 조금이라도 군 생활 편하게 하기 위함이었으며, 실제 생활도 그랬다. 그래, 나는 탱자탱자, 군 생활에서 책도 많이 읽고 하는 생활을 했다. 

당시 육군 복역기간은 30개월이었지만, 나는 대학 1~2학년 때 교련 수업 충실히 받았고, 성남 문무대 입소 생활과 전방입소까지 했으므로 3개월 단축 혜택을 받고 군 생활 27개월을 했다. 하지만 그런 군 생활이 영광이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마라.

아무리 편한 미군 부대 생활이었어도 그건 지옥과도 같은 나날이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이것이 죄냐고? 

편한 군대를 찾아 갔고, 실제로도 그랬으며, 그렇지만 군대라는 것이 나에겐 지옥이었다는 사실은 하늘이 두쪽 나도 변함이 없다. 그렇지 못한 군 생활을 한 사람들에게 미안함이야 있지만, 그렇다 해서, 내가 그랬다는 것이 비난의 대상일 수는 없다고 본다. 

한국사회에서 이 군 문제가 하도 복잡미묘한 까닭에, 그런 일이 심심찮게 터지는 까닭에 몇 마디 긁적거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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