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혜공왕惠恭王은 이름이 건운乾運. 경덕왕景德王 맏아들이다. 어미는 김씨 만월부인滿月夫人이니 서불한 의충義忠의 따님이다. 8살에 즉위하니 재위 기간 거의 내내 만월부인이 섭정했다. 재위는 765~780년, 15년이다.
이 혜공왕 시대는 천재지변의 시절이었다. 《삼국사기》 그의 본기에서 그 흔적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2년(766) 봄 정월, 해 두 개가 나타났다. 2월에는 양리공良里公 집에서 암소가 송아지를 낳았는데 다리가 다섯이되 다리 하나는 위로 향했다. 또 강주康州(지금의 진주 일대)에서 땅이 함몰되어 연못이 되었으니 넓이가 50여 척이고 물빛이 검푸른 색이었다.(이는 지진이다)
겨울 10월에는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북소리 같았다.(이 또한 지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3년(767) 여름 6월, 지진이 났다. 가을 7월, 별 세 개가 대궐에 떨어져 서로 부딪치니 그 빛이 불같이 솟아올랐다가 흩어졌다. 9월, 김포현金浦縣에서 벼 이삭이 모두 쌀로 맺혔다.
4년(768) 봄, 혜성이 동북쪽에 나타났다. 6월, 서울에 벼락이 치고 우박이 내려 초목이 상했다. 큰 별이 황룡사皇龍寺 남쪽에 떨어졌다. 지진이 났는데 그 소리가 벼락 소리 같았고 우물과 샘이 모두 말랐다. 호랑이가 궁궐 안으로 들어왔다. 가을 7월, 일길찬 대공大恭이 그의 동생 아찬 대렴大廉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고 무리를 모아 33일간 왕궁을 포위했다.
5년(769) 여름 5월, 메뚜기떼가 생겼다. 가뭄이 들었다. 겨울 11월, 치악현雉岳縣에서 쥐 8천여 마리가 평양平壤 방향으로 이동했다.(이 또한 지진인 듯하다) 눈이 내리지 않았다.
6년(770) 봄 정월, 임금이 서원경西原京에 행차했다가 4개월만인 4월에 돌아왔다. 3월, 흙비가 내렸다. 5월 11일, 혜성이 오거五車 성좌 북쪽에 나타났다가 6월 12일에 사라졌다. 29일, 호랑이가 집사성執事省에 들어왔으므로 잡아 죽였다. 가을 8월, 대아찬 김융金融이 반역하여 사형에 처했다. 겨울 11월, 서울에 지진이 났다.
11년(775) 여름 6월, 이찬 김은거가 반역하여 사형에 처했다. 가을 8월, 이찬 염상廉相이 시중 정문과 함께 반역을 꾀하니 그들을 사형했다.
12년(서기 776) 봄 정월, 임금이 감은사感恩寺에 행차하여 바다에 제사를 지냈다.(왜 해신에게 제사를 지냈을까?)
13년(777) 봄 3월, 서울에 지진이 났다. 여름 4월,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 상대등 양상良相이 상소하여 시정時政을 극렬하게 비판하였다.
15년(서기 779) 봄 3월, 서울에 지진이 나서, 민가가 무너지고 사망자가 백여 명이 되었다. 태백太白(금성)이 달에 들어갔다. 백좌법회百座法會를 열었다.(백좌법회는 이런 천재지변의 소멸을 기원했을 것이다)
16년(780) 봄 정월, 누런 안개가 끼었다. 2월, 흙비가 내렸다. 임금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장성하자 음악과 여색에 빠져 돌아다니며 노는 일을 절제하지 않았다. 기강이 문란해지니 재난과 이변이 자주 발생하므로 인심이 이반하고 사직이 위태로웠다. 이찬 김지정金志貞이 반란을 일으켜 무리를 모아 궁궐을 포위하고 침범했다. 여름 4월, 상대등 김양상이 이찬 경신敬信과 함께 병사를 일으켜 지정 등을 죽였다. 임금과 왕비는 난리 중에 살해되었다.
이로 보아 혜공왕 시대 경주는 지진의 공포에 떨었다.
(2016.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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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공왕 15년(779)에 발생한 지진에 민가가 무너져 사망자가 백여 명이 되었다는 논급은 건물 붕괴에 따른 압사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나는 적다고 본다. 전통시대 건축물은 폭삭 붕괴하는 일은 생각보다는 드물다. 그보다는 기와더미에 맞아 죽거나, 혹은 움집 붕괴에 따른 사상자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붕괴 압사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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