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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키이우가 된 키예프, 테헤란은? 울란바토르는?

by taeshik.kim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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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일 관련 뉴스가 도배를 하는 사태 와중에 연합뉴스를 포함한 언론들이 그 사태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그 침공 주된 대상지이자 우크라 수도를 종래 표기인 키예프 대신 키이우 라는 요상한 표기를 들고 나와 그것으로 대치하기 시작했으니 그에 대한 연합뉴스 알림은 다음과 같다.

[알림] 우크라이나 지명 표기 변경
송고시간 2022-03-02 16:00
연합뉴스는 2일부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키이우'로, 동부 도시 하리코프를 '하르키우'로 변경하는 등 우크라이나 내 지명을 현지 발음으로 표기합니다. 다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존의 러시아식 발음 표기인 키예프, 하리코프 등을 괄호 안에 병기합니다. 이는 국립국어원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추후 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를 통해 지명 표기가 결정되면 이를 준용할 방침입니다.

현지발음 존중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이번 변경은 그에 따른 추세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하등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현지 발음과 한국어 표기가 확연히 다른 데가 한두 군데에 그치지 아니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린다.

내가 직접 현지 가서 현지인들한테서 계속 확인한 대표적인 외국 수도로 이란 테헤란과 몽골 울란바토르가 있다.

키이우 무슨 기념물이라는데 안 찾아봤다. 위키피디아에서 전재 


테헤란의 경우 현지 페르시아어로는 تهران으로 한다는데, 페르시아어를 모르는 내가 이를 가타부타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그 영문표기만 해도 Tehran이라, 한국어 표기를 존중하는 우리네 상식이라면 Teheran 정도가 되어야지만 전연 딴판이라 영문 기준 2음절이 한국어로 건너오면서 3음절이 되고, 더구나 그에는 없는 모음까지 덕지덕지 붙었으니 이는 어떤가?

이란 현지인들 발음을 유심히 들어보니 굳이 우리말로 표기한다면 테흐란이라 이 경우 흐는 가래끓는 소리에 가깝다. 따라서 현지 발음을 존중한다면 테흐란 정도가 되어야 마땅하다.

저 도시가 어쩌다가 테헤란으로 둔갑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기는 하지만 일본어 표기가 テヘラン인 걸로 보아 틀림없이 동경을 건너서 이쪽으로 침투하는 바람에 이 꼴이 났을 것이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 친구들은 내가 알기로 러샤 영향을 짙게 받아 그 문자로 표기하거니와 아무튼 Улаанбаатар가 된다는데 그 발음은 올랑바타르oɮɑːŋ.bɑːtʰɑ̆r, 영어 대응어를 봐도 Ulaanbaatar라, 어디에도 울란바'토르'는 없다. 울란바타르다.

테헤란 어디. 난 이곳은 못가봤다. 위키피디아 전재


왜 올랑바타르 혹은 울란바타르 정도여야 하는 이 도시가 이 모양이 되었는가? 확증은 없으나 이 역시 일본어 찌꺼기가 침전한 것이라, 이를 일본에서는 ウランバートル라 표기한다. 보다시피 토르다. 내가 현지 몽골인들한테서 들은 것도 울란 올랑은 자신이 없으나, 확실히 타르였다.

지명이나 인명 같은 고유명사를 어찌 표기하느냐 하는 문제는 언제나 고민이다. 이는 이미 구마라집이 심대하게 고민한 문제이며, 현장 법사 또한 머리를 싸맸다. 발음을 직접 표기하느냐 아니면 의역하느냐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아니했으며 영어권의 경우 이 친구들은 잘라먹기를 좋아해 플라톤도 플레이토, 아리스토텔레스도 아리스토틀, 베르길리우스도 버질로 헝겁쪼가리로 만들거니와 아무튼 그럼에도 원칙을 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현지어 발음을 존중하기로 했으므로, 이참에 현지발음을 최대한 존중하는 쪽으로 재정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물론 그에 따른 사회 비용도 만만치 아니해서 키예프 키이우만 해도 지금이야 괄호에 병기하지만 조금 지나면 키이우로만 정착할 것인데, 그리 되면 과거 관련 기사 검색만 해도 키이우로는 키예프가 검색되지 않는 최대 불상사가 생긴다.

1888년 울란바타르. 위키피디아 전재 


또 테헤란만 해도 이미 문화상징과도 같은 위치를 점하는지라, 저것을 테흐란으로 바꾼다면 서울 강남 테헤란거리도 이름을 바꿔야 한다.

생각만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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