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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탁영 김일손이 만난 운석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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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미비아 운석은 무게 60t에 길이 폭 각 2.7 m나 된다 한다. 옮기지도 못했을 터.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의 제자이자, 그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성종실록> 편찬을 위한 사초에 굳이 실어 무오사화(1498)를 촉발하고 만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1464~1498).

그가 앞일을 알았더라면 <조의제문>을 사초에 싣지 않았을까?

하여간 그런 그가 충청도 도사로 있던 1495년(연산군 1) 5월, 그는 연산군에게 장문의 상소를 올렸다.

시국을 두고 그 처리에 관한 이익과 병폐를 무려 26조목으로 정리한 것인데, 그중 자연재해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2월 27일(임오)에 서산瑞山 등지에 지진이 있었는데, 곧 전하께서 상주가 되신 뒤의 일입니다. 올해 정월 18일(계묘)에 한산韓山 등지에 지진이 있었고, 2월 초하루에 3분의 1이나 먹은 일식이 있었고, 그 달 7일에는 대낮에 별이 떨어졌으니, 괴이함이 또한 심합니다. 


자연재해가 임금의 덕과 관계된다는 논리는 유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것이니 뭐 그렇다치고,

주목되는 건 이때 '별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바로 운석隕石인 셈인데, 지금의 단양군 영춘면 어드메 떨어진 그 운석을 보고 탁영 선생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신이 영춘현永春縣에 떨어진 이물異物을 보았는데, 세상에 장화張華가 없으니, 누가 그 괴이한 것을 분별하고 판단하겠습니까. 신이 듣자오니, 조정에서 쪼개어 보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의심한다 하는데, 신의 생각에는, 돌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나 별이 떨어지면 돌이 되는 것이니, 이것 또한 공중에서 변화된 것인지 어찌 알겠습니까. 


이때 조정에서는 운석을 가져와 잘라보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깨어보아도 돌은 돌, 이게 과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지 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우주 정거장이나 허블 망원경이 없던 시절이라 조정 대신들은 성층권 저 너머 태양계, 그걸 너머 은하계, 나아가 온 우주에 '돌'이 무수히 떠다닌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탁영 선생은 제법 흥미로운 추리를 펼친다.

'별이 떨어지면 돌이 되는 것이니, 이것 또한 공중에서 변화된 것'이라....

우주에서 내려오는 물질(대부분 소행성 파편)이 열권, 성층권, 대류권을 거치며 공기와 마찰해 타고 남은 광물질이 우리가 보는 운석이다.

그러니 탁영 선생이 제법 비슷하게 추론해내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물론, 그 추론의 다음 문장은 이렇지만 말이다.  


신이 감히 당장에 어떤 사건을 지적해서 그 재변에 해당된다고 증거댈 수는 없사오나, 전하께서는 마땅히 몸소 돌이켜 보고 마음에서 찾아서 경계하고 삼가고 두렵게 여겨, 하늘의 꾸지람에 답하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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