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요, 동서고금 막론한 일이었으니, 특히 국민개병제를 실시하는 곳일수록 탈영병 문제는 그만큼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작금 대한민국은 국민개병제다. 그래서 툭하면 총질하고 탈영하거나, 탈영하고서 총질하는 비극이 벌어진다.
조선시대엔 국민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는 없으나, 이 역시도 국민개병제에 가까워, 실제 군대에 징집되거나,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대야 했다. 조선시대 군역이 더욱 심각한 대목은 자비조달을 해야 했다는 점이다. 그 생활에 소비되는 옷가지며 하는 기본 장비는 가족이 대야 했다. 빤스 같은 속옷? 국가가 주지 않았다.
한국사회 만병통치약이 모든 질병의 근원은 일본 제국주의 유산으로 돌리는 것이어니와, 군대 내부의 가혹행위 역시 그러해서 툭하면 그것이 일제의 유산이라 하지만, 개소리다. 군대폭력은 조선시대가 더 심했다. 사정이 앞과 같으니 얼마나 군대 처우 문제가 심각하겠는가?
그러니 탈영이 빈발할 수밖에 없다. 왜 탈영하는가? 살기 위해서다. 못 살겠다 해서 군대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탈영자는 곤장 50대? 그걸 몰라서 탈영했겠는가? 알면서도 탈영이 잦은 이유는 못 살겠다 해서다. 그 잦은 탈영 이유 중 하나가 놀랍게도 폭력이었다. 개중에서도 신고식은 참말로 지랄맞았다.
신참을 향해 가해지는 여러 폭력은 군대라고 유별난 것도 아니어서, 공무원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라, 그에 대한 다양한 양태를 나는 여러번 이 자리를 빌려 소개했거니와, 군대는 더 하지 않겠는가? 조선시대 군대 탈영문제에 천착한 연구가 나왔다 한다.
한데 탈영 잘해서 천하를 제패한 이도 있다는 사실 잊어서는 안된다. 중국사를 보면 깡패들이 천하를 제패한 일이 많은데, 한 제국을 이룩한 유방, 명나라를 창도한 주원장 같은 이가 실은 조폭 깡패다.
특히 유방은 탈영병 출신이다. 정확히는 진 시황제 무덤을 조성하는 일을 맡은 죄수들을 호송하는 임무가 부여됐는데, 다들 도망가 버리자 지도 냅다 도망쳐서는 졸개들 규합해서 천하를 제패했으니, 탈영을 우습게 보거나 단순히 생존전략으로만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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