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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기자? 기뤠기?

[태안, 해저에서 찾은 경주] (2) 주인공으로 주꾸미가 떠오르고

태안 해저에서 고려청자 9점을 긁어올린 그 소식을 1보와 종합기사로 전한 그날 오후, 나는 별도 박스 기사 하나를 준비해서 내보냈다. 


어민 신고로 시작한 해저 조사에서 청자 9점을, 것도 시덥잖은 대접과 유병을 건져올린 데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이렇게 반응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사진 때문이었다. 해저 유물 발견 사실을 언론에 배포하면서 그 조사기관인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서는 관련 사진 석 장을 참고자료로 배포했는데, 개중에 이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오판일 수도 있지만, 이 꼴을 보니, 딱 침몰선박이었다. 침몰선박 아니고는 이 꼴이 벌어질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사진 속 청자대접은 파손됐다. 한데 이 파손 청자대접은 인양한 청자 9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 보도자료를 접하고 문환석 당시 담당 과장한테 전화를 걸어 무엇보다 "침몰선박은 확인했느냐"를 물었더니, 특유의 공무원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직접 흔적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 


이런 요지였다. 


어떻든 나는 이를 통해 침몰선박, 그것도 고려시대 선박이 태안 해저에 침몰해 있음을 직감했고, 그런 까닭에 이 소식을 1보, 종합, 그리고 관련 박스기사까지 붙여 전한 것이다. 


6월 4일 문제의 박스기사에서 나는 주꾸미를 정식으로 데뷔케 했다. 이번 발견 가장 큰 공로자가 주꾸미임을 부각한 첫 기사였다고 자부한다. 


청자에 달라붙은 주꾸미. 이 사진은 마도1호선 본격 발굴이 시작되고서, 조사단에서 찍어 배포한 것이지, 첫 발견 당시 정황은 아니다.



2007.06.04 16:04:27

<주꾸미 통발이 건져올린 태안 고려청자>

고려 침몰선 인양 기대.."급격한 연안 환경변화가 원인"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서해 연안 갯벌 지대가 요즘 심상치 않다. 자꾸만 고려청자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청자 생산지로 이름 높던 지금의 전북 부안이나 전남 강진 등지에서 생산된 도자기가 선박편을 이용해 개경 일대로 운반되다가 수장된 유물들이 무더기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에 덩달아 도자기와 동시에 침몰한 고선박 인양 소식도 2000년 이후 자주 들려온다. 그 이전만 해도 중국 원나라 '국적'인 신안선을 제외하고는 고려시대 이전 고선박 실물자료로는 경주 안압지라는 연못에서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통나무 배와 완도선, 그리고 달리도선에 지나지 않았으나, 어느새 고려시대 선박만 8척을 헤아리게 됐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군산 십이동파선(2004년)을 시작으로 안좌선(2005년), 대부도선(2006년)을  발굴해 해마다 고려시대 선박을 한 척씩 인양하는 진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이에 더해 중국 산둥성 앞바다에서 침몰한 고려시대 선박 2척까지 발굴되었다는 낭보가 지난해 중국발로 전해지기도 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대섬 인근 해역도 또 한 척의 고려시대 선박 발굴을 신고할 채비를 하고있다.  본격 발굴이나 탐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해저 속 '지표' 상태만 실사했음에도, 각종 청자류 30여 점이 무리를 지어 있음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중 유지를 위해 배로 실어나르던 청자류 일부를 바다로 던져 버린 결과일 수도 있으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도자 운반선이 이 일대 어딘가에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4일 전시관이 공개한 사진에는 도자기가 무리를 이룬채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 담겨있어 그 가능성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전시관 문환석 수중발굴과장은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좀 더 확실한 수중 사정은 7월의 본격 탐사와 발굴작업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섬 앞바다 청자 유물 발견은 해저 유물 발견이 대체로 그렇듯이 어부의 손을 빌렸다.


지난달 18일, 이 일대에서 주꾸미 통발인양 작업을 하던 어부 오모(41)씨는 청자대접 1점을 건져 올렸다. 오씨는 이를 태안군에 신고하고, 나아가 이런 사실을 연합뉴스는 같은 달 25일에 보도했다.


이에 문화재청 산하 해양유물전시관은 30-31일, 긴급 현지조사를 통해 각종 청자류 30여 점을 해저에서 발견했다. 


2000년대 이후 고선박 발견이 잇따르는 데는 연안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십이동파선 발굴이 새만금 방조제 건설에 따른 급격한 해수 변화가 원인을 제공했듯이 이번 태안 대섬 앞바다 고려청자 또한 인근 해역의 모래채취라는 환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문 과장은 "도굴 등의 악영향을 우려해 공개할 수 없는 연안 해저 유물 산포지가 현재 파악된 곳만도 100여 곳을 헤아린다"면서 "육상 문화재 발굴뿐만 아니라, 수중발굴에 대한 많은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taeshik@yna.co.kr

(끝)  


나중에는 태안 해역이 해저유물 보고로 워낙 각광받게 되니 이 주꾸미가 덩달아 유명해졌으니, 이런 주꾸미의 스토리텔링 가치를 유감없이 착목해, 그걸로 장사를 가장 잘한 사람이 유홍준 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