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믿음]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치고 합격자 이름을 써서 방을 붙이는 것을 방방(放榜)이라고 한다. 요즘 주요 일간지에 합격자 명단 공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 합격자에게는 합격 증서를 주는데, 생원과 진사에 입격(入格)한 자에게는 백패(白牌)를, 대과에 급제(及第)한 이에게는 홍패(紅牌)를 준다.
선인들도 부정행위에 있어서만큼은 전통은 계승하고 신기술은 개발하여 부정행위는 그칠 날이 없었다. 그래서 방방을 마쳤는데 부정이 발각되어 합격을 취소하기도 했는데, 이를 파방(罷榜)이라고 한다. ‘개인의 일탈(현 정부 관료의 주특기)’인 경우 그 사람만 파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치적 이유로 전체가 파방되는 경우도 있었다. 중종 때 현량과(賢良科)라든가 광해군대 인목대비 폐비를 꼬집은 답을 적어 정치문제로 번져 전체를 파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파방되었다고 해도 정시문과라면 합격자가 33명이 일반적인데, 개인의 문집이나 행장을 통해 정리하면 파방되어 출사하지 못했다는 사람이 수천 명이다. 실력이 부족해 떨어졌다고는 못하고 합격은 했는데 파방되어 관료가 되지 못했다고 사기를 친다. 어떤 이의 행장을 보니 아주 치졸한 부정행위로 파방되었는데도 정치적 이유로 파방되었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자기 선조 한 분은 현량과에 뽑혔는데 파방되었고, 그 현손은 광해군 때 파방되었다고 하였다. 듣고만 있었는데 심기를 자꾸 건드리기에 여차저차해서 사실이 아닌 후대의 과장이라고 했더니 분기탱천 잡아 죽일 듯하였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전화가 왔는데 꼬리를 내린다. 저도 죽도록 찾아보았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이다. 조상에 대한 족보나 문집 기록으로 역사적 사실이 잘못이라고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 (편집자주) ***
비교대상이 될런지는 모르겠다만 우리 시대엔 후기에 모집하는 대학이 있었다. 거기 나온 친구들 하나 같이 전기에 서울대에 낙방해서 거기 들어갔단다.
서울대 비인기 학과가 있다. 거기 나온 친구들 하나같이 하는 말이 법학과에 지원했다가 그 비인기학과로 밀렸다고 하더라.
파방은 낙방의 만능키였다. 실력 안되어 떨어져 놓고는 짐짓 정치 박해를 받아 그리된양 사기를 치기 딱 좋은 구실이 파방이었다.
'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사람이 인식한 꽃의 의미 (1) | 2022.07.03 |
---|---|
세검정洗劍亭, 그 내력 (1) | 2022.06.25 |
송암 기정익 (1) | 2022.04.14 |
무슨 풀을 심으라는 규정이 없는 묘소, 건원릉이 억새 천지가 된 내력은? (1) | 2022.04.09 |
내년 꽃 피어 술잔을 들 땐 취기 오른 볼 홍매처럼 붉어지리 (2) | 2022.03.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