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폐쇄가 결정된 이튿날인 오늘(4일) 그 전시장 평화의소녀상에 얹힌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 포스터. 주최측 조치에 항의하는 이들이 한 일로 보인다. 나고야=정아란 기자.
안세홍 "일본은 우익 협박범을 잡아야지, 왜 전시를 닫나"
송고시간 | 2019-08-04 08:47
강제 중단된 일본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에 위안부 피해자 사진 출품
"니콘살롱 전시 거부당한 2012년보다도 일본 상황 악화"
맞는 말이다. 가스통 배달한다는 놈을 잡아야지, 그걸 빌미로 전시회를 무산하는 심뽀는 대체 뭐란 말인가?
오늘 나고야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현지로 급파한 우리 기자 곧 전해올 것이다.
어제까지 전개된 상황은 아래 기사에 총정리가 이뤄졌다.
어제 전시장...관람객으로 인산인해였다. 나고야에서 정아란 기자.
일본서 '소녀상' 전시 사흘만에 중단…"'표현의 부자유' 선언"(종합3보)
송고시간 | 2019-08-03 23:16
소녀상 출품된 나고야 아이치트리엔날레 기획전 닫혀…2012년 이어 두번째 철거
일왕 겨눈 영상 작업도 기획전 출품돼 우익 극렬 반발
일본 정부, 전방위 압력…작가·큐레이터들 "역사적 폭거" 항의 성명
문제의 전시는 지난 1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에서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라는 행사다. 그 행사 일환으로 이 예술센터 8층에서는 '표현의 부자유, 그 후'를 주제로 하는 주제 전시공간이 마련됐다.
이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김운성·김서경 조각가 소녀상과 안세홍 사진가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담은 '겹겹' 연작, 그리고 일본 천황을 정면으로 겨눈 영상 작업이 걸렸다.
전시장을 막아서는 경비원들. 나고야 정아란 기자
이 행사 기획자의 의도는 명약관화하다. 글자 그대로 표현의 자유, 이를 통해 그것을 억압하는 체제를 고발하고자 했다. 자유민주주의국가를 표방하는 일본에서도 이런 억압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특히 그들이 과거 제국주의시대에 저리는 각종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금기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천황제와 관련해서는 그것을 위해하고자 하는 그 어떤 시도도 체제 전복으로 간주해 그것을 탄압하려는 움직임이 집요하다. 더구나 그 폭압의 시대에 위안부 동원이 대표한 반인권 행위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존재했다는 자체를 부정하는 실정이다.
이번 트리엔날레는 저런 자리를 통해 그에 대한 반란을 기도했다. 하지만 전시가 공개된 직후 이미 일본 정치권과 일본 우익들이 노골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중단이 시간문제라고 봤다.
막힌 전시장
이 일은 미술 전시라는 점에서 언론사 업무분장 측면에서는 문화부 업무이기도 하며, 나아가 그 개최장소와 일이 벌어지는 곳이 일본인 까닭에 우리 공장에서는 도쿄지국 업무이기도 하다. 전시 개막과 그에 즈음한 여러 반응은 당초 도쿄지사에서 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꼴을 보니, 영 찜찜해 문화부가 투입되기 시작하고, 주말을 고비로 기어이 이 일은 문화부 전담이 되다시피했다.
그러다가 기어이 문화부에서 기자를 현지 파견하는 것으로 결판났다. 이 판단은 실은 내가 아니라 편집국 차원 결정이었다. 금요일 오후가 되어 그렇게 결정되니, 미술 담당기자가 얼마나 어안이 벙벙했겠는가? 나름 해피한 주말을 꿈꾸었을 텐데, 금욜 오후 다섯시가 되어 느닷없이 주말 나고야 출장이 결정됐으니 말이다.
다행히 한일 경제전쟁 여파로 벵기는 텅텅 빈 모양이라, 나고야 직항이 있는 듯 그것을 잡은 모양이다. 그 급박한 시간에 이리저리 융통해 일본어 현지통역도 구하고, 숙소까지 잡느라 진을 다 뺐다. 그렇게 해서 이튿날 오전 기자가 인천발 나고야행 벵기에 몸을 실었다.
전시장에 걸린 위안부 피해할머니 사진. 나고야에서 정아란 기자
그렇게 해서 어제 전시장에 가 보니, 주말인 까닭도 있겠지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랄까? 그것이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예술센터 8층은 관람객으로 미어터졌다.
정아란 기자가 그런 표정들을 묶어 '커지는 일본 정부 압박…오히려 '소녀상' 전시장은 인산인해였다'라는 제목으로 보내온 기사가 송고된 시점이 어제 16시12분 41초였다. 나는 이 기사를 청주 상당산성 성벽에서 송고키를 눌렀다.
나는 주말 하루를 쉰다. 하지만 어디 살다보면 그런가? 예정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 법이다.
주말인 어제는 공교롭게 내가 청주를 가야했다. 얼마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도종환 의원 부친상이 있어, 빈소로 조문을 가야했다. 정오 무렵 도착하니 빈소엔 내가 아는 사람이 없어 어정쩡하게 밥이나 먹고 떠나려는데 이낙연 총리 일행이 들이닥쳤다. 보니 그 비서실장 정운현 형이 있어, 그와 자리를 함께하다가 총리가 이내 자리를 뜨니 나 역시 자리를 떴다.
평화의 소녀상을 관람하는 사람들.
그 푹푹 찌는 날씨에 여러모로 애매했다. 그리하여, 청주 일대 내가 그간 보지 못한 두어 곳 돌리라 하면서, 이제나저네나 일본에서 들어올 기사를 기다렸더랬다. 먼저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가서, 그 인근 흥덕사지를 둘러보는데, 정말로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무더웠다. 오죽했으면, 갤럭시노트나인 휴대폰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데 지나치게 기기 온도가 높다 해서 자동으로 꺼지는 게 아닌가? 그렇게 살이 타는 여름날이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박물관 실내로 피신하니 이제야 살 듯했다. 그에서 빈둥빈둥하는데, 여직 기사는 안 들어왔다. 버티고 버티다 상당산성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 날씨에 성벽에 기어오르니 땀이 비오듯 했다. 성벽을 따라 걷는데 마침내 전화가 왔다. 첫 기사를 넣었다는 것이다. 성벽 그늘을 찾아 기사를 보아 내보냈다.
그렇게 다시 투덜투덜 연신 땀을 훔치며 도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데, 다시 나고야에서 급박한 전화다. 전시중단이 결정될 거 같단다. 이미 NHK 같은 데서는 전시 중단을 예고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판단을 내려야 했다. 전시 중단이라고 치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를 말이다.
그러다가 다시 전화가 왔다. 전시회 측에서 전시 중단을 공식 통보받았다는 내용이다. 더는 머뭇거릴 수는 없어, 한줄짜리 전시 중단 기사를 보내라 해서 그것을 내보냈다.
전시폐쇄에 항의하는 일본 트리엔날레 관계자들. 나고야에서 정아란 기자
이후 상황은 더 급박하게 전개됐다. 나야 내가 사서 하는 고생일 뿐이요, 나중에는 에어컨 이빠이 틀어놓은 자동차 안에서 기사를 봤지만, 현장 나간 정아란 기자는 그야말로 개발 땀나는 시간이었다. 보니 사방 전시장을 뛰어다닌 모양이었다. 통신 상태도 좋지 아니해서, 그걸로 더 애를 먹은 듯했으며, 휴대폰인지 놋북인지 그 밧데리까지 앵코가 난 모양이었다.
이건 무수한 기자가 경험하는 일이지만, 막상 사건 현장에 휘둘리면, 그 전체가 어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다. 기자회견이며, 전시장이며, 스태프 꽁무니 쫓느라 무슨 돌아가는 양상이 한눈에 정리되겠는가?
그렇게 현장 나간 우리 기자가 고생했다. 우리야 에어컨 빵빵한 실내에서 편히 읽는 저런 기사들이 그렇게도 한편에서는 기뤠기라고 욕을 쳐먹는 기자들 피땀의 소산임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지금도 현장에서 고생하는 기자들을 변호하며 괜한 넋두리 늘어놔 봤다.
닫힌 전시장. 나고야에서 정아란 기자
그건 그렇고, 이번 한일 경제전쟁이 아니었으면 이번 전시는 무사히 치러졌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그것과 관계없이 중간에 내려야 했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그 시기를 조금 앞당겼다고 할까?
백주대낮, 그것도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리도 억압하니....
하긴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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