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회장이나 기업 창업주 회고록은 실상 요란한 선전과는 달리 빈깡통 소리만 요란한 수레에 지나지 않는 일이 많아 얻을 게 없다.
공허한 말이 너무 많고 후세를 계도하려는 선전성이 너무 강한 까닭이다. 이병철 회고록이 그랬고 김우중 회고록은 빈강정이었다.
이 정주영 회고록 《이 땅에 태어나서》 또한 그런 부류가 아닐까 해서 아무리 2천원밖에 하지 않는 창업주 이야기라 괜히 미어터지는 서재만 더 복댁이게 하지는 않나 해서 주저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회고록은 워낙에나 기업에서 많이 찍어 홍보용으로 돌리는 까닭에 같은 책이 여러 종 헌책방을 차지하는 일이 많거니와 이 회고록도 살피니 판을 거듭해서 난중엔 하드카바까지 있었지만 개중 가장 오랜 판본을 찾았으니 이것이다.
틀림없이 대필작가를 썼는데 기초자료는 아마도 현대그룹사일 것이로대 작가가 누군지 그가 어떤식으로 작업을 했는지가 도대체 논급이 없이 아쉽기 짝이 없다.
그제 사고서 내리 읽기 시작해 대략 삼분지일 정도 독파했다.
이틀만이다.
간평하면 여타 재벌창업주들 회고록에서 상정하는 그 모습과는 사뭇 달라 이 자체가 지난 일세기에 걸친 한국근현대사다. 뜬구름잡는 얘기가 없을 순 없겠지만 상당히 자세하다.
근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한테는 필수문헌이며 내 부모 할매 할배 이야기면서 조선시대사요 고려사이고 삼국사기다. 저에서 그리는 한국근세는 고스란히 삼국시대 신라의 그것이다.
1915년생. 1921년생인 선친과 같은 시대를 살다간 그의 회고록을 읽으니 자꾸만 선친이 오락가락한다.
이맹희 회고록과 더불어 읽어서 얻을 것이 가장 많은 재벌회장 회고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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