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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한반도를 폭격하는 댑싸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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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년에 걸친 해직 생활을 청산하고서 해고 직전 근무처인 전국부로 복귀한 직후이니, 대략 3~4년 전쯤 일로 기억하고서 관련 기록을 검출하니 2018년 10월 27일이라, 당시 연합뉴스에서 [핑크 열풍]이라는 제목으로 핑크뮬리 열풍을 3회에 걸쳐 다루었으니, 제목만 검출하면 다음과 같다.


핑크물리 여송씨 제공



[핑크 열풍] ① '여기도, 저기도' 한반도 뒤덮은 핑크뮬리
[핑크 열풍] ② 신비로운 분위기…근데, 왠지 낯설다
[핑크 열풍] ③ 이렇게 막 심어도 되나…엄연한 외래종(끝)

이런 특집에는 으레 편집자 주라 해서, 왜 이런 시리즈를 다루는지, 이를 통해 무엇을 어찌 했으면 좋겠는지 아는 제언을 담거니와, 그에 대한 편집자 주는 아래와 같았다.

편집자 주 = 가을 진객인 '단풍'이 올해도 곱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근데 단풍 못지않은 인기 절정의 새로운 가을 풍광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핑크 물결입니다. 불과 수년 전 제주 한 생태공원에서 처음 선보였던 핑크뮬리가 거침없는 기세로 북상하더니 올가을 거의 한반도를 점령한 모양새입니다. 핑크 열풍이 거세지면서 한편에서는 '이렇게 많이 심어도 되나'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검증이 안 된 외래종이라는 겁니다. 연합뉴스는 전국의 핫한 핑크빛 현장을 찾아보고, 급작스러운 유행과 확산을 둘러싼 문제점은 없는지 전문가에게 들어봅니다.

여송씨 포스팅서 가져옴



이 소식을 이튿날 전하면서 나는 아래와 같이 적었다.

단군조선 이래 이토록 빨리 한반도를 정복한 이민족은 없다. 핑크뮬리다. 기획 취재 우리 공장 전국부인데, 발의는 김태식이다. 애초엔 문화재 주변에 국한하려 했다가 판을 키웠다.

그로부터 세 번의 가을을 맞이한 2021년 한반도는 핑크 뮬리 제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존재가 등장했으니, 댑싸리가 그것이다. 댑싸리...이 식물이 나로서는 핑크 뮬리만큼 생소하지는 않다. 다름 아닌 빗자루 만드는 식물로 자주는 아니나, 더러 접하기도 했거니와, 그것이 도입한 통로는 자신 없으나 더러 야생에서도 접한 까닭이다.


여송씨 제공



요새 들어 달라진 댑싸리 풍경이라면 집단서식과 대략 인공증식이다. 아예 적지 않은 부동산 전체, 특히 시민공원 일부를 몽땅 들어내 댑싸리 정원으로 삼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다른데, 유의할 점은 그것이 빚어내는 알록달록 오묘한 풍경이 핑크 뮬리와 세트를 이루는 일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댑싸리는 이 무렵 가을녘 정원 식물로 연일 상한가를 치거니와, 이 무렵 그것이 빚어내는 풍광을 보면 마치 행위미술가가 화면 혹은 비름빡에다가 아무렇게나(물론 그네들은 아무렇게나 라고 하지는 않는다) 뿌려놓은 물감 같기만 하다. 그 색생이 참말로 오묘해서 초벌로 뼁끼를 스프레이한 것만 같다.


제공자 같음



이 댑싸리를 찾아보니 바시아 스코패리아 Bassia scoparia 라 하는 모양인데, 이런 이름을 대면 알아먹을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모르긴 해도 식물학자들도 저에 관심이 없는 이라면 사전 찾느랴 정신이 없을 것이라, 통칭으로는 burningbush 라는 말이 있으니 이것이 가을철 그것이 빚어내는 풍광을 그대로 묘사한 말인 듯하고, 그 외에도 ragweed, summer cypress, mock-cypress, kochia, belvedere, Mexican firebrush, 그리고 Mexican fireweed 같은 이칭으로 일컫는다고 한다.

멕시코 운운한 말이야 그것이 아마 저짝에서 주로 자생하는 식물인 까닭에 그리 일컫는 게 아닌가 하며, firebrush니 fireweed 같은 말은 그것이 빚어내는 색감이 마치 불이 타는 듯하다 해서 그럴 것이다. cypress 라는 말이 들어간 조어도 눈에 띄는데, 지중해 키프로스를 말하는가?


상동



그짝에서도 흔한 식물이지 않은가 싶기는 한데 자신은 없다. kochia니 belvedere 니 하는 말들은 나로서는 생소하다.

아무튼 Bassia scoparia 라는 학명 대신 상대적으로 알아듣기는 쉬운 저런 말들에서 댑싸리가 어떤 면에서 사람들을 각인하는지는 엿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로대, 한두 그루로는 제맛을 보기 힘든 저 식물이 요새는 핑크뮬리 제국을 위협하며, 혹은 그것와 조화해서 온통 자주색인 핑크뮬리에 견주어 알록달록 노랑 빨강을 떼거리로 뽐내며 환상제국을 뽐내는 시대를 우리는 맞고 있다.

한민족 대표 습성으로 꼽을 만한 점으로 언제나 나는 휩쓸리기를 꼽거니와, 한 군데서 좋다 소문나면 그것이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진다는 것이니, 몇년 전 핑크뮬리가 그랬듯이 지금은 온통 댑싸리 천국이다. 이태 전에 핑크뮬리를 마당에 선보인 서울 종로 복판 조계사 마당에도 조만간 댑싸리를 볼 날이 있을 것이다.


조계사 국화 축제



이 핑크뮬리 댑싸리와 더불어 이 가을철 꽃식물로 새삼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 있으니, 맨드라미가 그것이라, 이 역시도 야금야금 핑크뮬리 댑싸리 제국을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보니 주로 남쪽을 시발로 한반도를 북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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