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허탕 치고 마주한 성환 배꽃, 부상으로 얻은 왜가리

by taeshik.kim 2022. 4. 19.
반응형

배꽃 역시 년중 지극히 한정한 시기에만 조우하는 시절 조공품이라 한 번 놓치면 내가 지구 반대편으로 찾아가지 않는 한 다시 꼬박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쉰 해를 넘는 시간을 지나면서 나는 배꽃다운 배꽃을 카메라에 담아본 적이 없다.

올해는 기필코 그리하리라 다짐하고는 경부선을 오가는 길에 이맘쯤이면 언제나 쒸웅 하고 뒷걸음질치고 마는 천안 성환의 배나무 과수원 단지를 노렸으니 마침내 저번 주말 그것이 만발한 드넓은 농장을 맘껏 휘젓고 다녔다.

배꽃 허탕치고 마주한 왜가리


그 일주일 전, 주말을 이용해 나는 같은 곳을 찿았다가 허탕을 치고 말았으니 천안아산역에서 지불한 쏘카 대금 칠만오천원이 아까워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

현장행을 감행하기 전 내가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으니 이곳에 사는 지인(여송은이라고는 밝히지 않겠다)한테 기별 넣어 현 배꽃 상태 알아봐 달라 했더니 만개라 하기에 어여둥둥하며 보무도 당당하게 나섰다가 낭패하고 말았으니 그 지인이 작년 이전에 올린 배꽃 사진들을 보고는 만개라고 자랑스레 떠벌렸던 것이다.

그래도 보람은 썩 없지 아니해서 배꽃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라 담주말이면 절정일 것임에 틀림없음을 확인하며 재공략 시점을 확정하는 한편 그 허탈함을 왜가리로 채우는 횡재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날아가는 새도 포착하는 기술을 어느 정도는 습득했다. 부랄도 보일 것만 같은 왜가리



망할 지인 이름을 곱씹으며 터지지도 않은 배꽃 몽우리 몇 개 짓이기며 과수원 떠나 정처없이 차를 몰아가는데 저짝 도로변 가시나무 숲 위로 거대한 새무리가 날아다님을 목격했으니 오잉? 틀림없이 저곳이 저들 둥지요 집단서식지였다.

쏘카 세우곤 살피니 왜가리랑 백로가 집단 주거하는 아파트 단지라 둥지를 배회하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둥지서 알을 품고 있는 놈,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멀뚱멀뚱 가지에 앉아 딴짓하는 놈도 있다.

저놈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쉬 도망도 치지 않으니 그래 모성 본능이라 둥지랑 알을 두고 지깐 놈들이 도망을 가야 부처님 손바닥이라 사진찍기가 좋아 신나게 셔터를 눌렀다.

날아가는 왜가리. 이걸 어케 찍느냐 궁금했더랬다.


그에서 대략 30분 내지 한 시간을 놀았으니, 그것이 나한테 준 소중한 경험도 있어, 이전까지 나는 새가 나는 장면을 제대로 포착한 적이 없었으니, 이건 순전히 경험이 축적하는 기술이라, 새똥 천지인 그 가시나무 숲 아래서 목에 디스크가 올 정도로 올려다 보며 셔터를 누르다 보니, 일정 시점이 지나니 이제는 새가 날아다니는 장면도 어느 정도는 포착하는기술을 습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촬영한 왜가리 백로 사진들을 나는 내가 몸담은 우리 공장 K컬처기획단 홈페이지 K-odyssey를 통해 소비하며 독자와 공유했다.

다시 한 주가 흘러 이제는 배꽃이 만발했을 것임에는 틀림없고, 또 마침 이짝에 나한테는 한국관광공사 대선배님이 계셔 그 분이 만발했다는 기별을 넣어주기에 잠시간 고민하다간 쏘카에 대한 분노가 채 식지 아니했고, 덧붙여 이럴 때면 언제나 전용 운전수 노릇을 자처하던 그 지인(이것도 여송은이라고는 얘기 안하겠다)도 이제는 컸다고 독자노선 걷기 시작하는 추세가 완연해 "어머 단장님 어케요? 저 이번 주말 친구 집들이 가야해요 호호호"하며 쌩깠는지라, 그래 잘먹고 잘 살아라 한 터라, 똥차를 몰고 성환으로 향했다.

배꽃 바다


토요일 오후, 고속도로 교통상황이 우려스러웠지만, 다행히도 내비 아줌마가 안내한 길은 경부고속도로가 아니요, 우면산터널을 지나 과천과 용인을 통과하는 그 도로가 막힌 데가 거의 없었으니, 무난하게 이내 현지에 도착하니 오잉? 천지사방 배꽃이 만발한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 선배님이 오면 꼭 연락하라 했지만, 번다하게 만들어 드리기 싫어 훌쩍 다녀왔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추려 조금 전 같은 K-odyssey에다가 일부를 풀어 발행했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 현대가 지향하는 모습은 유럽풍 그것이 아닌가 한다


혹자는 묻는다. 왜 그리 싸돌아 다니냐고. 생각보다 내가 그리 싸돌아다니지는 않는다. 다만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일정을 워낙 요란스럽게 떠들기에, 또 그렇게 한 번 다닌 길을 주구장창 새로운 소재가 나타나기 전까지 써먹기에 언제나 장똘뱅이라 남들한테 각인할 뿐이다.

덧붙여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우리 K컬처기획단 인력 사정이 여전히 빈한한 편이라, 그 단장이라는 놈이 이렇게라도 발품을 팔아 그에서 팔아먹을 것들을 벌어와야 한다.

이 정도면 환상 아니겠는가?


이렇게 말하면 내키지 않는 일 떠밀려서 하는 듯하지만, 분명히 말하거니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좋다. 저 만발한 배꽃도 지금 놓치면 언제나 다시 마주할 기회가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솔까 내년에 다시 만발할 그때도 내가 살아있으리란 보장도 없으니 말이다.

반응형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신백화점 아래서  (1) 2022.05.04
홍모란 제낀 우정총국 백모란  (1) 2022.04.19
빵꾸 땜질한 장독  (1) 2022.04.02
부끄러븐 모란  (1) 2022.03.29
한글박물관이 조우한 꽃바람  (1) 2022.03.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