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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A와의 술잔 대화

by taeshik.kim 2024.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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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야, 너도 야망이라는 게 있냐?"

느닷없는 질문에 대포 한 잔 빨던 A가 잠시간 머뭇하다 이리 답한다. 

"있죠. 왜 없어요?"




"그래? 한데 널 지켜본지 십년이 넘어 이십년을 향하는데 왜 야망이라는 게 내 눈엔 안 보이지?"

"그리 보일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저라고 왜 야망 혹은 욕심이 없겠어요? 있어요."

"그래? 네 야망은 무엇이냐?"




"제가 공부한 거 박물관에서 구현해 보고 싶죠. 저라고 왜 보고 들은 게 없겠어요? 그에서 느낀 것들을 제대로 구현해 보고 싶죠. 다만, 그 꿈을 펼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아 저도 조금 답답할 뿐이죠."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난 너가 야망도 없이 사는 줄 알았다. 절박? 이런 걸 너한테 느끼지 못해서 물어본 거다."

"왜 저라고 절박함이 없겠어요? 그건 단장님이 잘못 보셨거나, 아니면 제가 그리 보였을 뿐이겠죠. 저도 욕심 있어요. 야망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난 너가 주어진 대로 크게 만족은 못하겠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줄만 알았다. 꿈이 있다니 다행이다 싶다. 그 꿈도 펼치지 못하고 스스로 주눅 들어 사그라져 가는 친구가 오죽 많으냐? 너도 그저 그런 사람으로 전락해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야망이 있다니 다행이고,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심한다."

"왜요? 저 어디 취직시켜 주실 데 있으세요?"

"내가 그럴 힘이 있겠냐? 다만, 그럴 힘이 혹여라도 있거나 내게 생긴다면, 첫째 나는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쳐다도 안 보고, 둘째 야망이 없는 친구는 거들떠도 안 본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쪼잘쪼달대는 A한테 대작이랍시며 못 마시는 술도 기울이며 더러 짱구쳤다. 

다시 한 시간쯤 흘러 또 대뜸 물었다. 

"너 돈 벌고프냐?"

"네, 당연히 벌고 싶죠. 솔직히 말씀드려요? 무지 벌고 싶어요."

"그래? 나는 너가 돈에 궁하다는 느낌은 지난 십년간 한 번도 못 받았다."

"네, 저도 벌고 싶어요. 벌어서 단장님 맛난 거 많이 사드릴께요 호호호"

"그래? 난 그 딴 거 필요없고, 너가 진짜로 돈 벌거덜랑, 또 혹 내가 그에 도움이 됐다 싶거덜랑 밥 사지 말고 법카 하나 주면 된다. 상한선 없는 법카. 으흐하하"




"까잇거 드릴께요 호호호"

폭설이라던 눈이 비실비실 흐물흐물 그치고 깊어 가는 밤

이 애타는 청춘, 혹은 그것을 지나는 A를 보며 내 가슴이 조금은 쓰린데 대병 한 병이 스멀스멀 바닥을 향해 달린다.





이런 친구들이 꿈을 펼치고 그래 돈도 버는 세상, 그런 세상은 오기는 하려나? 

취기 때문인지 밖을 나서는 A가 춥다 오돌오돌이더라.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세상은 춥다. 것도 졸라 춥다." 


#꿈 #야망 #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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