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라고 다 설레고 반갑기만 하겠으며, 이별이라고 다 아프기만 하겠는가? 이미 만난 사람도 언젠가는 이별할 수밖에 없으니, 그 이별이 남보다 못한 원수가 되는 일도 다반사라.
텔레그람인가? 메신저 중에서는 이 쪽이 유별나게 들고낢이 잦은 듯한데, 연락처에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가 누구 님이 텔레그램에 가입됐습니다 하는 알림이 더러 뜨거니와, 개중에는 이미 죽어 이승을 떠난 이름도 아주 가끔 보여서 묘한 기분을 들게 하는데, 아마도 번호가 반납되어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 아닐까 생각해 본다.
sns 유행이 그런 추세를 더 강화했겠으며 팬데믹 국면이 더 그런 흐름을 부채질했겠지만, 실제 친분이 꽤 있는 사람이지만 대면보다는 온라인에서의 주고받음이 훨씬 잦을 수밖에 없는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을 예로 들어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별한 사람을 차마 삭제하지 못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그 이름이 떠서 다시 기분이 묘해지는 일도 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딜리트 버튼 잠시 만지작이며 주저하다 마침내 지우고 만다.
조금 전 페이스북 공간에서는 자발로 뜬 것은 아닌데, 우연히 얼마 전에 유명을 달리한 친구가 보여 그 이름을 친구 명단에서 지워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 얼마 되지 아니했으므로 놔두자 해서 물러서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페이스북만 해도 내가 이쪽에 몇몇 지인 이끌림에 개끌리듯 끌려들어 입문한지 이제 10년이 넘었고, 더구나 나 역시 어느새 이제는 정년을 향해 돌진하니, 죽음으로 영영 떠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썩 남 같지도 않다가 한동안 보이지 않아 나중에 보니 죽었더라 하는 소식도 요새는 부쩍부쩍 많아진다.
언젠가는 내가 사리지는 주인이 되리라.
그래도 이는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이라, 이런저런 고비로 멀쩡히 같이 살아있음에도 갈라서야 하는 일이 오죽 많겠으며, 또 같이 갈망하나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얼마나 많겠는가?
얼마 전 죽어간 어떤 사람 이름을 친구 명단에서 보고 야릇한 감회가 돌아 몇 자 긁적거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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