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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꽃은 잊으라: 18세기와 19세기 아일랜드 연인들은 머리카락을 주고받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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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nne Calvert, The Conversation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머리카락 한 가닥뿐Only a Lock of Hair>(1857-1858). 출처: 맨체스터 미술관 Manchester Art Gallery , CC BY-NC

 
18세기와 19세기 아일랜드에서는 연인들이 관계 발전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책, 카드, 의류, 보석, 과자 등 오늘날에도 익숙한 선물이 많다.

하지만 덜 알려진 선물들도 있다.

사실, 과거 연인들이 주고받은 선물 중 일부는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머리카락으로 만든 선물은 더욱 그렇다.

빅토리아 시대에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 착용한 애도용 머리카락 장신구는 익숙할지 모르지만, 머리카락으로 만든 선물은 전통적으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주고받은 선물이었다.

내 신간 『경건함과 문란함: 장로교가 지배하던 얼스터의 삶, 사랑, 그리고 가족Pious and Promiscuous: Life, Love and Family in Presbyterian Ulster』에서 나는 얼스터 지역 연애 커플들의 선물 문화, 즉 털가죽부터 음식과 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물 교환 전통을 탐구한다.

이 책은 18세기와 19세기 얼스터 장로교 가정 삶의 의례를 형성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최초로 공개한다.

선물을 주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깊이 고민했다.

연애 과정에서 주고받는 물건들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녔기에 신중하게 선택했다.

셔츠는 우정을 상징하는 반면, 손과 손가락을 덮는 장갑 같은 물건은 결혼과 관련이 있었다.

선물을 받는 사람 또한 이러한 선물을 받을지 말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구혼자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상대방도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었고, 거절은 그 반대를 의미했다.

선물 문화는 관계를 끝내는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관계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받은 선물을 돌려주는 일이 관례였다.

선물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선물은 머리카락이었다.

사람 몸에서 영원히 남는 물리적인 조각인 머리카락 한 가닥은 영원한 사랑을 상징했다.

머리카락은 보통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했고, 때로는 남성 구혼자 요청에 따라 선물하기도 했다.

남성들은 사랑하는 여성에게 편지를 쓰면서 다음 편지에 자신을 기억할 선물로 머리카락 한 가닥을 동봉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땋아 리본으로 묶어 모양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머리카락은 장신구에 박아 넣거나 작은 그림 뒷면에 장식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머리카락 달린 선물들을 받은 사람들은 그것들을 물리적으로나 감각적으로 만지작거렸다.

머리카락을 문지르고, 쓰다듬고, 냄새를 맡고, 바라보면서 보낸 사람을 떠올렸다.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옷 속에 숨겨 가슴 가까이에 두거나, 베개 밑에 놓고 잠을 자면서 선물 준 사람을 꿈에서 떠올릴 수도 있었다.

머리카락 페티시

어떤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달린 선물이나 기념품에 대한 진정한 욕구, 어쩌면 페티시까지 지녔던 듯하다.

19세기 벨파스트에서 성장한 중산층 남성 로버트 제임스 테넌트Robert James Tennent (1803~1880)가 바로 그런 예다.

벨파스트에 있는 북아일랜드 공공기록보관소에 보관된 그의 서류 중에는 그가 어떤 식으로든 연애 관계를 맺은 여성을 상징하는 듯한 머리카락 달린 보물이 엄청나게 많다.

테넌트 컬렉션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그 규모 때문이다.

이 컬렉션에는 각각 작은 수제 봉투에 개별적으로 포장된 14개 머리카락 다발이 들어 있다.

한때는 이 컬렉션이 훨씬 더 컸을지도 모른다.

물품 중에는 "머리카락"이라고 적힌 빈 봉투가 있는데, 아마도 그 안에 머리카락 한 다발이 들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분실되었다.

머리카락 자체는 색깔, 상태, 관리 상태가 매우 다양하다.

가늘고 얇은 금발 머리카락, 분홍색 실로 단정하게 땋은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회색이 섞인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뭉치까지 있다.

컬렉션에는 부서진 반지 하나도 있다.

2022년, 나는 테넌트의 머리카락 컬렉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논문에서 나는 그가 이 컬렉션을 과거의 연애(그리고 성적) 모험에 대한 트로피 진열장처럼 보관하고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컬렉션이 테넌트가 즐거웠던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며 다시 볼 수 있는, 손으로 직접 만든 일종의 포르노그래피 아카이브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컬렉션 자체에 있다.

열두 가닥 머리카락에는 이름이 적힌 라벨이 붙어 있어, 총 열 명 여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열한 가닥에는 테넌트가 수집한 날짜(일, 월, 연도)가 기록되어 있다.

이 컬렉션은 테넌트가 15세에서 24세 사이였던 1818년에서 1827년 사이에 수집되었다.

테넌트의 이러한 수집 활동은 그가 젊은 시절 미혼이었을 때 방탕한 생활을 했음을 보여준다.

여러 가닥 머리카락이 수집된 시기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적어도 두 가닥 머리카락은 테넌트가 미래의 아내인 엘리자 맥크래컨Eliza McCracken과 교제하던 시기에 수집되었다.

두 사람은 1826년부터 다소 험난한 구애 끝에 1830년에 결혼했다.

수집품 중 "루크레티아 벨파스트의 머리카락"이라고 표시된 9번 항목은 1826년 12월 13일자로 된 반면, 엘렌 레퍼 것으로 추정되는 15번 항목은 1827년 6월 26일자로 되어 있다.

맥크래컨의 머리카락 한 뭉치도 테넌트 수집품에 포함되어 있는데, 부분적으로 풀린 갈색 땋은 머리카락에는 "엘리자,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는 어디에 있나?"는 글귀가 적혀 있다.

테넌트가 이러한 수집품들을 통해 독신 시절을 회상했음은 일부 항목 물리적 상태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캐서린 루이스 로리스 양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한 뭉치(1820년 11월 10일/11일자)는 한때 단정하게 땋아져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잦은 접촉으로 풀렸을 것으로 보인다.

발렌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완벽한 선물을 찾느라 고민하고 있다면, 어쩌면 해답은 당신 머리카락에 있을지도 모른다.

머리카락으로 만든 선물은 오늘날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지는 않겠지만, 사랑과 그 표현 방식이 얼마나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땋은 머리카락을 보석에 넣어 선물하거나, 초콜릿 하트, 손으로 쓴 사랑의 편지 등, 우리가 주고받는 선물에는 의미와 추억이 담겨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사랑과 애정은 우리의 내밀한 면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때로는 조금은 엉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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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컬렉션을 수집한 저 놈은 변태였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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