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achel Delman, The Conversation

매가 영화계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두 편 문학 작품 각색 영화에서 매는 각각의 주인공인 아그네스 셰익스피어Agnes Shakespeare(결혼 전 성은 해서웨이Hathaway)와 헬렌 맥도널드Helen Macdonald의 삶과 감정에 깊이 얽혀 있다.
클로이 자오Chloé Zhao 감독의 매기 오파렐Maggie O'Farrell의 2020년 소설 원작 영화 <햄넷Hamnet>과 맥도널드의 2014년 회고록 원작 영화 <H는 매를 뜻한다H is for Hawk>는 두 작품에서 맹금류와 그 상징성을 탐구한다.
이 영화들에서 매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존재로 묘사되며 슬픔, 자연, 인간성, 자아와 관련된 성별적 관계를 표현한다.
<햄넷>은 엘리자베스 시대를, <H는 매를 뜻한다>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여성과 맹금류 관계는 훨씬 더 오랜 역사를 지닌다.
내 연구에 따르면 중세 시대에도 그 관계는 다층적이었다. 매는 단순한 유행 액세서리를 넘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에게 성별, 권력, 지위를 표현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수단을 제공했다.
중세 시대에 매를 훈련시키는 과정, 즉 섬세한 통제와 해방의 춤은 남녀 간 구애 행위와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매사냥Falconry의 낭만적인 의미는 당시 예술, 물건, 문학 작품에서 강조된다.
남녀가 함께 맹금류와 사냥하는 모습은 성벽을 장식하는 태피스트리tapestries 부터 손거울을 보관하고 보호하는 장식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중세 시대 다양한 물질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데번셔 사냥 태피스트리Devonshire Hunting Tapestries로 알려진 15세기 태피스트리 네 점 중 가장 큰 작품은 매사냥을 주제로 삼는다.
연인들이 팔짱을 끼고 거니는 동안 그들의 새들은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더 작은 규모로 보자면, 영국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인 14세기 거울 장식장 두 점에는 각각 매를 들고 말을 탄 연인들 모습이 묘사된다.
이 거울들은 사랑의 징표로 선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문학 작품에서도 여성이 매를 들고 있거나 심지어 매 그 자체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
여성을 길들이고 통제해야 할 매로 묘사하는 전형적인 이미지는 단순히 여성의 복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매사냥과 그 상징성은 중세 엘리트 여성들에게 주도권과 자율성을 부여했다.
자신을 정의하다
중세의 고위층 여성들은 시각 문화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있을 때, 종종 맹금류를 활용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계층 사람들이 사용한 인장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장은 인장을 찍은 사람의 승인, 신분, 그리고 지위를 나타냈다.
인장의 도상학과 인장 제작에 사용된 주형molds은 고위층 여성들이 어떻게 인식되고 기억되기를 바랐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에드워드 1세와 카스티야의 엘레오노르Eleanor of Castile 사이에 난 막내딸 루들란의 엘리자베스Elizabeth of Rhuddlan는 13세기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티프를 자신의 개인 인장personal (privy) seal의 주형으로 선택했다.
이 인장에는 똑바로 선 여성이 왼손에 든 순종적인 맹금류를 향해 몸을 기울인 모습이 묘사된다.
같은 세기에 제작된 또 다른 인장seal-matrix에는 세보르크의 영주Lady of Sevorc 엘리자베스가 더욱 역동적인 자세로 묘사된다.
그녀는 옆으로 앉아 말을 타고 있으며, 한 손에는 매를,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독수리 발톱을 들고 있다.
중세 여성들은 인장을 통해 맹금류에 대한 숙련된 기술과 여성으로서의 소속감, 그리고 영향력 있는 여성 집단의 일원임을 보여주었다.
사진뿐 아니라 기록에 따르면, 여왕과 귀족 여성들은 공원과 사냥터를 조성하고 관리했으며, 함께 매사냥을 하고, 맹금류를 훈련시키고, 심지어 선물로 주고받기도 했다.
매merlins와 같은 작은 새들은 여성에게 적합하다고 여겨졌다.
영화 <H는 매를 의미한다>에서 클레어 포이Claire Foy가 연기한 헬렌은 매를 "숙녀의 새lady's bird"라며 거부한다.
중세 여성들 역시 이러한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은 것으로 보인다.
헨리 8세의 외할머니인 마거릿 보퍼트Margaret Beaufort는 많은 맹금류를 키웠다.
여기에는 매와 라네렛lannerets을 비롯하여 참매goshawks와 라너lanners 같은 더 큰 종들도 포함되었다.
보퍼트Beaufort가 노샘프턴셔Northamptonshire 콜리웨스턴Collyweston에 있는 자신의 궁전에 조성한 사슴 공원은 테라스, 연못, 습지 초원이 있어 매사냥에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궁전에 개인 방이 있던 그녀의 며느리인 요크의 엘리자베스 왕비Queen Elizabeth of York는 참매를 이용해 사냥을 즐겼다.
일부 사례에서 여성들은 매사냥 관련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채색 삽화가 있는 책인 《테이머스 기도서》(Taymouth Hours)에는 화려한 머리 장식을 한 여성들이 큰 맹금류를 이용해 청둥오리mallards를 사냥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이 여성들은 위엄 있는 자세를 취하며 매를 다루는 기술과 지휘력, 통제력을 보여준다.
다음 세기에는 소프웰 수도원Sopwell Priory 수녀원장 줄리아나 드 버너스Dame Juliana de Berners가 사냥과 매사냥에 관한 논문을 담은 《세인트 올번스 서적》(Boke of St Albans)의 일부를 저술한 것으로 간주된다.
잉글리시 헤러티지English Heritage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매 조련 전문 지식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13세기 중반, 이마이나Ymayna라는 여성은 리치먼드 성Richmond Castle에서 리치먼드 백작Earl of Richmond의 매와 사냥개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
그녀는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가족과 함께 인근 토지를 소유할 수 있었다.
이메이나는 남성 중심적인 직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성이지만, 그녀의 사례는 그녀와 같은 여성들이 더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그들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거나 역사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을 뿐이다.
여성 매사냥꾼들은 칼을 소유하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칼자루는 유럽 전역 박물관 소장품으로 남아 있다.
현재 옥스퍼드 애슈몰린 박물관Ashmolean Museum in Oxford에 전시된 14세기 정교하게 조각된 칼은 작은 맹금류를 가슴에 꼭 안은 귀족 여성 모습을 한다.
문학 작품을 보면 매사냥이 여성들 사회적 교류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기회를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중세 영어 시인 《오르페오 경Sir Orfeo》에서 오르페오Orfeo는 말을 타고 각자 매를 든 60명 여성 무리를 발견한다.
《햄넷》에서 아그네스는 남편 윌리엄 셰익스피어에게 자신의 매사냥 장갑falconry glove이 어머니에게서 받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중세와 근세 초기 여성들은 장갑을 포함한 다양한 선물을 서로 주고받았다.
하지만 내 연구 결과는 맹금류가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 더 흔하게 선물 교환되었음을 시사한다.
마거릿 보퍼트Margaret Beaufort는 어린 손자이자 미래의 헨리 8세를 포함한 남성 친척 및 지인들과 맹금류를 주고받았다.
맹금류는 특별한 행사나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적합한 선물로 여겨졌다.
솔즈베리 백작부인Countess of Salisbury 마거릿 폴Margaret Pole은 1525년 조카 헨리 코트니Henry Courtenay가 엑서터 후작Marquess of Exeter 작위를 받자 그에게 세 마리 매를 선물했다.
권력 있는 여성 지주들이 남성들과 선물 교환 의식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매사냥이 단순히 여성적인 권력과 지위의 표현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여성들은 공원을 소유하고 맹금류를 선물로 주고받음으로써 매사냥 문화를 통해 사냥과 귀족의 후한 효험이 지배하는 남성적인 세계에 속해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Provided by The Conver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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