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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 같은 이맘이면 상춘객으로 미어터질 불국사가 다람쥐 한 마리 없이 조용했다.
오직 가쁜 숨 헐떡이는 목련만 거무틱틱하니 꽃이파리 변해서 고공낙하 준비 중일 뿐이었다.
절정에 다다른 살구가 목련더러 말한다.
"그러게 누가 일찍 피래?"
호총 같은 목련 이불 틈바구니로 다보 석가 두 탑 오토가니 목을 내미는데
일찍 찾지 못한 미안함이 앞서서 물었더니 두 탑이 이구동성하기를
"글쎄, 사람이 많으면 많은 대로 시끄러워 죽겠더만, 없으니 더 휑뎅그레 죽을 맛이네 그려"
지천에 깔린 목련 꽃잎 이불 삼아
사뿐사쁜 질겅질겅 물컹물컹 올망졸망
궁댕이 흔들며 밟다가 하마터면 미끄러져 발목이 나갈 뻔
그래 꽃은 역시 완상이요 즈려밟음은 위험터라.
언제나 말하듯이
눈부신 아름다움은
언제나 죽음을 생각케 하고
언제나 허전을 갈구케 하니
이곳이 그런 곳
이때가 그런 때
아니면 무엇이리오?
죽음과 허전이 합치하는 데서 발작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2020 봄은 그렇게 갔으니, 또 한 번의 봄을 나는 퇴적한다.
왔단 기별도 없었다.
간단 예고도 없었다.
깨어보니 가고 없더라.
2020 봄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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