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모란42 뭇꽃 지고 가는 봄 홀로 붙잡은 작약芍藥 희제계전작약戱題階前芍藥장난삼아 섬돌 앞 작약을 소재로 짓는다 [당唐] 유종원柳宗元(773~819) 다른 꽃 시절과 함께 다 시드는데고운 꽃 오늘 새벽 곱기만 하네붉은송이 짙은 이슬에 취해 기울고아리따움은 남은 봄 붙잡아 두었네홀로 감상하다 하루가 저무는데훈훈한 바람에 자주 흔들리네밤 창가에 부드러운 향기 뱉으니조용히 누우니 우리 친함을 알겠네진수유수로 보내 드렸으면 하지만멀기만 하네 남쪽에 있는 사람이라 凡卉與時謝, 姸華麗茲晨. 欹紅醉濃露, 窈窕留餘春. 孤賞白日暮, 暄風動搖頻. 夜窗藹芳氣, 幽臥知相親. 願致溱洧贈, 悠悠南國人. 《유종원집柳宗元集》 권 제43 고금시古今詩에 저런 제목으로 수록됐다. 이 풍경은 제목에서 엿본다. 아마도 계단에다가 작약을 심은 모양이라, 시간은 새벽을 시작으로 그날 밤으로 옮겨.. 2020. 4. 19. 모란 피었다기에 득달처럼 달려들어 껴안곤 물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1934년 4월 간행한 《문학》3호에 실렸다가 이듬해 시문학사에서 나온《영랑시집》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너가 핀 줄도 몰랐다. 우연히 행차한 우연한 장독대에 너가 핀 모습 하염없이 본다. 그래 이맘이면 모란도 만발이라 다른 선하들 꼬꾸라져.. 2020. 4. 18. 모란의 사촌 작약 Peony 작약 勺藥 Peony / Paeonia lactiflora 작약과 작약은 여러해살이풀로 한 포기에서 여러 줄기가 나와 곧게 자란다. 붉은색, 흰색, 분홍색 주먹만 한 큰 꽃이 아름다워 정원에 흔히 심어 관상용으로 삼기도 한다. 나무인 모란과 꽃 모양이 매우 닮아 헷갈리기도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작약을 모란과 엄밀히 구분하지만 영어로는 피오니 peony 라는 같은 말로 지칭한다. 그만큼 유사성이 높은 까닭이다. 뿌리는 약으로 쓰므로 밭에 심어 약용식물로 가꾸기도 한다. 잎으로는 갈색 물을 들일 수 있는 염료식물이기도 하다. 지금 작약이 한창 새순을 틔우는 시기다. 2020. 3. 22. 내일이면 저버릴까 밤새 지켜보는 꽃 한시, 계절의 노래(52) 모란꽃을 아끼며 두 수[惜牡丹花二首] 중 첫째 [당(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계단 앞 붉은 모란애달프게도 저녁 되니 두 가지만시들었구나 내일 아침 바람 불면모두 질 테니 밤에 아껴 그 시든 꽃불 비춰 보네 惆悵階前紅牡丹, 晚來唯有兩枝殘. 明朝風起應吹盡, 夜惜衰紅把火看. (2018.05.31) 꽃이 시들까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석화(惜花)’다. 백거이는 계단 앞에 만발한 모란 중에서 저녁 무렵 두 송이가 시들자 내일이면 그 시든 꽃잎이 모두 떨어질까 근심한다. 그러고는 밤중에 횃불을 밝혀들고 꽃을 아끼며 감상한다. 진실로 꽃 중독자라 할 만하다. 오대(五代) 왕인유(王仁裕)의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에 의하면 당나라 궁궐에서는 꽃을 오래 보기 위해 꽃나무 가.. 2019. 5. 29. 꽃절 모란사 망월사 산만 산란한 인근 장경사와는 달리 이곳은 경내 들어서자 분냄새 진동이라 사방이 꽃이다. 한데 그 분내음 익숙해서 보니 모란이라 천지사방 모란 잔치다 저 아랫마을 모란은 이미 져서 씨방 남겼는데 이곳은 산골이라 그런가 지금이 한창이다. 풍경 산마루에 걸린다 뒤안에선 요란히 나무 찍는 소리 살피니 딱따구리 굴참나무 쪼아댄다. 대가리 한껏 뒤로 제쳤다가 이마빡 내려찍는데 김일이다. 대갈통 살아남는 게 신기할 뿐이다. 주변이 꽃밭이라 틀림없이 비구니 사찰이라 비구 사찰 이럴 리 없거니와 아니나 다를까 비구니 주지 스님 함박웃음 지으며 맞는다. 딱따구리 장단에 맞은 편 능선에선 산비둘기 꾹꾹 울어댄다. 스님은 아해들과 놀아주고 시골장터 같은 장경사완 달리 한적 고적이라 동행한 이 말하기를 나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 2019. 5. 11. 선덕여왕 시대에도 모란은 향기가 진동했다, 그래서 덕만이는 억울하다 《삼국유사》 제1권 기이(紀異)편은 글자 그대로 기이한[異] 이야기 엮음[紀]이라, 이에는 주로 역대 왕과 관련한 기이한 이야기를 하나씩 정리한다. 개중 신라 선덕여왕에 대해서는 '선덕왕 지기삼사(善德王 知幾三事)'라는 제하로 그와 관련한 일화 세 가지를 거론했으니, '지기삼사(知幾三事)'란 글자 그대로는 그렇게 전개되리라는 기미 혹은 낌새[幾]를 미리 알아채린 세 가지 일이라는 뜻이다. 흔히 의문사 '어찌'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幾(기)'라는 말에는 기미, 낌새라는 다른 뜻도 있다. 그렇다면 선덕여왕이 미리 낌새를 알아차린 세 가지 사건은 무엇인가? 첫째가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이 홍색·자색·백색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꽃 그림과 더불어 그 씨 석 되를 보내오자 그 의미를 알아차린 일이고, 둘째는 .. 2019. 4. 23.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