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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나누기 3, 여자는 곱하기 3" 시린 가을이다. "늙어서 그런가 가을 되니 날 버리고 간 년, 내가 싫어 떠난 년, 한 타스로 파노라마로 스쳐간다" 그랬더니, 어느 박물관 모 여선생이 피식 웃으며 대꾸하기를 "남자는 나누기 3, 여자는 곱하기 3"이란다. 남자는 과거의 여자 숫자를 부풀리고 여자는 과거의 남자를 왕창 줄인다는 말이다. 내가 박장대소했다.한 타스 나누기 삼..그래 이 말이 맞다. (Taeshik Kim October 13, 2016) 2018. 10. 13.
신화의 영역에 들어간 훈민정음 훈민정음 신화화가 내 보기엔 위험수준에 이른게 아닌가 한다. 창힐이 문자를 발명하자 귀신이 울었다 하거니와 그것의 창제가 어찌 문화사 혁명이 아니리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귀신이 곡할 노릇도 아니요 그 모든 발명이 신화나 기적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세종이라는 똑똑한 군주가 훈민정음이라는 문자를 발명했을 뿐이다. 그 해례본 소장자가 값으로 천억을 불렀다는데 태워버리건 씹어먹건 말건 그건 그 사람 자유다.(이건 좀 변했다. 이후 소송을 통해 소유권은 국가에 있는 것으로 판결난 까닭이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천억이란 말이 어디에서 기어나온 강짠지 모르겠다. 내 생각엔 20-30억원이면 족하다. 그 신화화는 급기야 훈민정음이 가장 과학적인 표기체계란 얼토당토 않은 다른 신화 버전을 낳았다. 더불어 틈만.. 2018. 10. 13.
사형률 100% 민족정기 한국사회에서 내셔널리즘이 곧 파시즘인 증좌는 무수하나, 민족정기民族正氣 만한 교의도 없다. 이만치 사형률 백프로를 자랑하는 단두대는 없다. (October 13, 2014 by TS Kim) *** 붙인다. 민족정기가 독재 파쇼의 구호라는 사실, 그 반대편에서도 내세우는 민족정기. 하지만 내가 늘 말하듯이 민족은 지고지순한 인류보편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억압이며 배제다. 민족을 절대가치로 내세운 그 어떤 논리도, 운동도 나는 동참할 생각 없다. 그것을 잣대로 하는 그 어떤 과거청산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2018. 10. 13.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던 천고마비天高馬肥 천고마비天高馬肥. 말 그대로 가을은 청명한 날씨와 함께 오곡백과가 풍성한 수확의 계절임을 압축시켜 전한다. 하지만 원래 이 말 속에는 말을 타고 중국을 끊임없이 노략질했던 북방 유목민, 특히 흉노匈奴의 음산한 바람이 분다. 이 말이 등장하는 가장 오랜 문헌은 한漢나라 반고班固(AD 32∼92년)가 당대 역사를 기록한 《한서漢書》의 흉노전匈奴傳과 같은 책 조충국전趙充國傳. 이곳에서 반고는 '천天'자 대신에 가을 '추秋'를 사용해 추고마비秋高馬肥라는 말을 쓰거니와 글자 그대로 가을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흉노는 가을이 되고 말이 살찌며 활이 팽팽해지기 시작하면 (중국) 변방에 (쳐)들어왔다"고 한다. 즉, 천고마비 원형인 추고마비는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흉노가 중국을 대상으로 노략.. 2018. 10. 12.
이태백 시로 보는 천고마비天高馬肥 좀 먼 시대 이야기이긴 하나, 1996년 9월 한국마사회가 당시 과천 서울경마장 주로를 달리던 경주마 1천300여 마리를 대상으로 계절별 체중 변화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더러브렛종 경주마가 매년 9~11월 중 평균 체중이 6.3kg가량 더 늘어난 것을 비롯해 전체 경주마가 가을철 체중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산 경주마는 가을철에 살찌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 호주, 뉴질랜드산보다 평균 0.3kg가량 더 몸무게가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비단 경주마뿐만 아니라 말을 비롯한 동물이 가을에 살이 더 찌는 현상은 본능적으로 겨울철에 건초 부족 등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리 체내에 에너지를 비축하고자 하는 데다 특히 가을철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는 점이 주.. 2018. 10. 12.
서리맞은 단풍, 2월 봄꽃보다 붉어라 한시, 계절의 노래(198) 산행(山行) [唐] 두목 / 김영문 選譯評 돌 비탈 길 따라서멀리 추운 산 올라가니 흰 구름 피는 곳에인가가 자리했네 수레 멈추고 앉아서저녁 단풍 숲 사랑함에 서리 맞은 나뭇잎들봄꽃보다 더 붉구나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晚, 霜葉紅於二月花. 한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 치고 이 시를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또한 이 시는 가을 단풍을 노래한 절창으로 각종 한문 교과서에까지 실리곤 했다. 이 시를 그렇게 유명하게 만든 요소는 무엇일까? 시를 꼼꼼히 읽어보자. 우선 작자 혹은 작중 인물은 거처에서 멀리(遠) 떨어진 추운(寒) 산 돌 비탈(斜) 길을 오르고 있다. 천천히 오르막을 올라선 눈 앞에는 흰 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몇 집 자리 잡고 있다. 때.. 2018. 10. 12.
천하통일하는 날, 내 제사상에 고하거라 한시, 계절의 노래(197) 아들에게(示兒) [宋] 육유 / 김영문 選譯評 죽고 나면 만사가공(空)이 됨을 알지만 구주(九州)가 하나 됨을보지 못해 슬프다 왕의 군대 북벌 나서중원 평정 하는 날에 제사 올려 네 아비에고하는 걸 잊지 말라 死去元知萬事空, 但悲不見九州同. 王師北定中原日, 家祭無忘告乃翁. 정강의 변[靖康之變]이란 말을 들어보셨으리라. 북송 황제 휘종(徽宗)과 흠종(欽宗)이 금나라 장군 택리(澤利)한테 잡혀가면서 북송이 멸망한 사건을 말한다. 한족(漢族)으로서는 서진(西晉) 시절 영가의 난[永嘉之亂]으로 회제(懷帝)와 민제(湣帝)가 흉노에 잡혀간 이후 다시 겪는 민족적 치욕이다. 이후 송나라는 휘종의 아홉째 아들 조구(趙構: 高宗)가 천신만고 끝에 도성 개봉(開封)을 탈출하여 강남으로 내려가 .. 2018. 10. 12.
동정호를 엄습한 가을 한시, 계절의 노래(196) 소상팔경(潇湘八景) 일곱째(其七)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淸] 안념조(安念祖) / 김영문 選譯評 바람 맑고 달빛 하얀동정호 가을날에 만고 세월 호수 빛이덧없이 흘러가네 묻노니 지금까지유람 지친 나그네가 몇 번이나 술 잔 잡고악양루에 올랐던가 風淸月白洞庭秋, 萬古湖光空自流. 爲問從來遊倦客, 幾回把酒岳陽樓. 이태백이 달을 건지러 들어갔다는 동정호(洞庭湖)는 중국의 호남(湖南)과 호북(湖北)을 가르는 거대한 호수다. 중국 사람들은 흔히 800리 동정호라 부른다. 한강(漢江)과 장강(長江) 사이 거대한 소택지 운몽택(雲夢澤) 최남단에 위치하며 평야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장강은 직접 동정호로 흘러들지는 않지만 악양시(岳陽市) 인근에서 동정호 동북쪽 출.. 2018. 10. 12.
Be the reds 우리공장 옥상이다. 17층까지 대략 70미터. 옥상은 공원 녹지라, 이런저런 나무에 풀때기 자라니 이곳에 화살나무 몇 그루 붉음을 한창 탐하며 외치기를, Be the reds! 역광에 담아 보니 이 가을 온통 선지해장국이요, 선혈 낭자함이 구하라 손톱에 긁힌 그 친구 얼굴 상처가 뿜어낸 그 빛깔 같다. 캡틴아메리카마냥 70년 냉동인간 되었다 갓 깨어났더래면 화엄사 홍매라 했을진저. 부디 서리 맞을 때까지 살아남아 내 너를 보고는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외치고 싶다만, 내가 먼저 서리 세례구나. 냉동한 붉은 가슴 쓸어 풀고는 단심가丹心歌 부르고 싶노라 하는데, 옆에서 주목이 빙그레 웃더라. "난 살아 천년이요 죽어 천년이노라"라고. 2018. 10. 11.
음주운전에 서러움 북받쳐 한시, 계절의 노래(195) 동정호에서 놀다 다섯 수(遊洞庭湖五首) 중 넷째 [唐] 이백 / 김영문 選譯評 동정호 서쪽엔가을 달 빛나고 소상강 북쪽엔이른 기러기 날아가네 배에 가득한 취객백저가 부르는데 서리 이슬 가을 옷에스미는 줄 모르네 洞庭湖西秋月輝, 瀟湘江北早鴻飛. 醉客滿船歌白苧, 不知霜露入秋衣. 중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새롭게 확인한 충격적인 사실 가운데 하나는 이태백이 자신의 친척 이양빙(李陽氷)의 집에서 병사한 일이었다. 나는 어릴 때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노래를 부르며 이태백의 죽음에 관한 전설을 들었다. 이태백은 휘영청 달이 뜬 밤, 동정호에 배를 띄우고 놀다가 달을 건지러 물 속으로 들어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태백이 자.. 2018. 10. 11.
연못아, 너는 어찌 그리 맑은가? 한시, 계절의 노래(194) 책보다가 느낀 바 있어(觀書有感) [宋 주희(朱熹) 반 뙈기 네모 연못거울인양 펼쳐져서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다 함께 배회하네 묻노니 어떻게그처럼 맑은가 원천에서 샘물이흘러오기 때문이지 半畝方塘一鑒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남송 주희(朱熹)는 조선시대 유학자들 사이에서 공자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았다. 그가 집대성한 성리학이 퇴계와 율곡을 위시한 우리나라 선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주희의 업적은 문학보다 철학이나 사상 부문에서 훨씬 두드러진다. 성리학을 빼고는 중국, 한국, 일본의 사상사를 논할 수 없다. 이런 연유로 중국문학사에서도 주희의 문학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희 시를 읽어보면 그가 의외로 문.. 2018. 10. 11.
이마는 툭, 눈은 움푹 한시, 계절의 노래(193) 장난삼아 짓다(戲作) [宋] 소식(蘇軾) / 김영문 選譯評 뜰 앞으로 네댓 걸음나가기도 전에 화려한 마루 맡에이마 먼저 부딪치네 몇 번 눈물 닦아도깊은 눈에 닿기 어려워 두 샘물 그렁그렁그대로 남아 있네 未出庭前三五步, 額頭先到畫堂前. 幾回拭淚深難到, 留得汪汪兩道泉.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형제, 자매, 남매들은 늘 소소하게 다투며 자라기 마련이다. 티격태격, 옥신각신하는 삶 속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형성한다. 한 살 차이인 소식과 소소매 남매도 그러했던 듯하다. 하지만 다툼의 방법이 달랐다. 보통 남매였다면 소소매가 아마 “야! 이 털북숭아! 수염 좀 깎아!”라고 했으리라. 하지만 문향(文香)이 가득한 집안답게 소소매는 시로 동생을 놀렸다. “갑자기 털 속에서 소리가 전해오네.. 2018. 10. 11.
수염에 귀조차 보이지 않는 동생 동파야 듣거라 한시, 계절의 노래(192) 장난으로 짓다(戲作) [宋] 소소매(蘇小妹) / 김영문 選譯評 한 무더기 시든 풀이입술 사이로 뻗어 있고 수염이 귀밑머리 이어져귀조차 종적 없네 입꼬리 몇번 돌고도입 찾을 수 없었는데 갑자기 털 속에서소리가 전해오네 一叢衰草出唇間, 鬚髮連鬢耳杳然. 口角幾回無覓處, 忽聞毛裏有聲傳. 북송의 소동파(蘇東坡: 蘇軾)는 중국 전체 문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룬 대문호다. 앞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그의 부친 소순(蘇洵)과 그의 아우 소철(蘇轍)도 소동파와 함께 당송팔대가에 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중국 민간 전설에는 소식의 누이가 등장한다. 정사의 기록에 의하면 소식은 3남3녀 중 둘째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의 형, 큰 누나, 둘째 누나는 모두 요절했고, 소식은 그보다 한 살 많.. 2018. 10. 11.
중들이여, 동냥하라! 1994년 미국 월드컵은 말총머리 스타 로베르토 바조Roberto Baggio를 위한 대회였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당대 축구계를 호령한 이 스타는 이탈리아인으로서는 매우 특이하게도 불교도다. 이런 점에 주목해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는 이 축구스타를 불교 홍보에도 좀 써먹을 요량으로 초청을 하려 했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리처드 기어. 늙을수록 섹시함을 더 풍기는 이 유명 헐리웃 스타는 양키로서 희한하게 불교도다. 열렬한 티벳 독립 지지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 자본이 물밀듯이 흘러들어간 헐리웃 영화에서는 그 중국 자본 견제로 영화 출연이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바조나 리처드 기어가 생각보단 한국 불교계에서 그리 인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반색을 하고 반길 텐데, 실은 정반대였으니, 특히 바조의.. 2018. 10. 10.
대학로의 주말 동남아시장 대학로에 주말이면 동남아 시장이 들어서기 시작한지가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다. 내 기억에 대략 5년 전쯤에도 이런 풍광을 본 듯하고, 지난 주말 벌인 좌판을 보니 그때보다 규모가 훨씬 적어진 게 아닌가 한다. 이쪽에서 시장을 본 적은 없다. 다만, 이번에 얼핏설핏 살피니, 욕심 나는 음식이 더러 있다. 하긴 그새 나로선 동남아를 더욱 다녔으니, 더 친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 빨간 핫도그 함 먹어보는 걸...후회가 막급하다. 좌판 차린 곳은 동성고 앞쪽인데, 아들놈이 댕기는 학교가 바로 여기다. 주말 장을 여는 사람들이 특정한 동남아 국가에 집중하는지, 혹은 동남아라면 아무나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5년 이상 정기 주말 장이 섰다면, 종로구청 허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일 터이고, 나아가 방치하.. 2018. 10. 10.
삼밭에 자란 쑥대, 느티나무 곁 뽕나무 종로구 수송동 우리 공장 인근엔 목은영당(牧隱影堂)이라는 사당 하나가 있으니, 목은이란 말할 것도 없이 고려말 정치자이자 유학자인 이색을 말하고, 영당이란 영정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다. 오늘 무슨 제향이 있었는지 아침에 북닥였다. 대한재보험 KOREARE와 서울 국세청 사이로 난 영당 입구는 인근 지역 흡연자들이 점거했으니, 노인과 박카스 아줌마가 점령한 탑골공원과 신세가 같다 보면 된다. 그 영당으로 들어가는 길목 왼편에 두 갈래로 찢어 자란 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데, 이 나무가 뽕나무라고 하면 사람들이 거개 의아해 한다. 무슨 뽕나무가 이리 크게 자랐냐고. 나 역시 처음 이 나무를 대할 적에 무슨 나무인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그루터기 근처에서 자란 가지에서 돋아난 이파리를 보고는 뽕나무임을.. 2018. 10. 10.
김경호씨 일가족 탈북 이후 다시 오른 서울타워 가지 말라는 화살나무 못내 떨쳐내고는 남산으로 오른다. 돌아 부러 이 계단을 이를 이용했으니, 이 계단이 실은 조선신궁의 그것인 까닭이다. 다만 저들 석재 자체가 조선신궁의 그것인지는 자신이 없다. 오르면서 그 점이 못내 궁금해 이곳 안중근기념관에 근무하는 이주화 군이 혹 알까 해서 카톡으로 물으니 계단은 신궁 그것인데 석재는 교체한 것으로 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남산공원을 지나는 구간 서울성곽은 멸실이 극심하니, 조선을 식민지배하면서 일본이 하필 이곳에다가 조선신궁을 세웠기 때문이다. 사대문 안 서울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남산 북쪽 기슭을 정좌定坐한 조선신궁을 언제나 올려다 보았으리라. 근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양도성 기저부를 찾기 위한 발굴을 진행한 결과, 조선신궁을 구성한 여러 전각 중 하나인 배.. 2018. 10. 10.
남산공원 화살나무 찾아간 천불 단풍 절정을 보름쯤 앞둔 이맘쯤 나는 근 몇년 연속으로 남산공원을 같은 목적으로 탄다. 이곳 화살나무 단풍이 서울성곽과 어울려 오묘한 풍광을 빚곤 한다는 그 기억이 하도 강렬하기 때문이라, 나 혼자 그것을 즐기기엔 아깝다 해서 더러 그것을 공유하고픈 사람을 동행하기도 했더랬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동네 길목에 보니 해바라기 여물어 꽃잎 잃어버리곤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듯 푹 고개 수그렸다. 공원에 들어선다. 뭐 이 천만 도시 도심 공원이 아무리 좋다 해도,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할 수는 없을 터, 그럼에도 인간계에선 이만한 곳 찾기가 쉽진 않다고는 해두자. 작년부턴가 이 공원 느낌이 확 달라졌는데, 내가 그리 좋아하는 화살나무는 꽤 많이 뽑아버렸음에 틀림없다. 나는 불타는 가을이 좋다. 내가 열이 많아선지 .. 2018. 10. 9.
남산의 자물쇠 빠다 기름 바른 유창 미국영어로 여친인듯한 동행한테 미국인 듯한 양코배기 젊은 친구가 남산을 장악한 열쇠 더미를 보고는 "love locks"라 설명하는 말을 우연히 엿듣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접때 어떤 아줌마는 남산이 처음인듯, 대뜸 하는 말이 "이게 대체 돈이 얼마야" 하는 게 아닌가? 열쇠로써 변치않는 사랑 상징한답시며 자물쇠 채우곤 그에다가 "변치 않는 우리 사랑"이니, "죽을 때까지 한가지로" 하는 오글거리는 몇 마디 적고는 그 아래다가 그를 맹서한 커플 이름과 날짜를 적어 걸어주는 저 전통이 중국에선 아주 흔한데 혹 그에서 흘러왔는지는 모르겠다. 볼 때마다 글쎄, 저리 요란스레 맹서한 사랑이 지금도 영속하는 커플 몇이나 될까 못내 의뭉한 까닭은 내가 냉소적이기 때문일까? 아님 그러지 못한 내.. 2018. 10. 9.
탁본이 역사 인멸 주범이다 전남 화순군 이양면 증리 산 191-1 번지에 소재하는 쌍봉사라는 사찰 서쪽 뒤편으로 올라간 쌍봉산 기슭에 통일신라말, 이곳을 무대로 이름을 떨친 철감(澈鑒)이라는 선사(禪師) 산소가 있다. 이 무렵이면 승려는 거의 예외없이 다비를 할 때라, 원성왕 14년(798)에 출생한 철감이 경문왕 8년(868)에 입적하자, 그 역시 다비식을 하고는 그 유골과 사리를 수습하고는 그것을 봉안할 산소를 조성하고 그 인근에는 선사의 공덕을 칭송하는 신도비를 세우니, 그것이 현재는 저리 배치되어 있다. 승려 무덤은 여타 직업 종사자 혹은 다른 신분과는 독특하게 다른 점이 있어, 역시 승려임을 표시하고자 그 모양을 탑으로 만들었으니, 불교에서 탑은 바로 부처님 사리를 모신 산소인 까닭이라, 이 전통을 살린 것이다. 저 두 .. 2018. 10. 9.
해방신학과 학생운동 일전에 두어번 어딘가 긁적거렸지만, 어딘지 모르고 검색도 되지 않으니 이참에 다시 정리한다. 데모하다 잡혀가는 놈은 대체로 나같은 데모 아마추어다. 1987년 7월, 한열이 장례식 때 시청 앞에서 노제가 있었다. 그거 끝나고 해산하는 과정에서 남산 지금의 하얏트호텔 쪽으로 가다가 나는 붙잡혀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됐다. 그 남대문경찰서는 지금이나 그때나 위치가 같아, 서울역 맞은편 남산 기슭, 옛 대우건물 인근에 위치한다. 당시 나는 마침 교련복 바지까지 입었던 데다 거기 경찰서가 있는 줄도 몰랐다. 얼씨구나 날 잡아드시오 하고 제발로 호랑이굴 찾아간 멍청한 멧돼지였다. 얼치기가 뭘 알겠는가? 붙잡혀 경찰서로 연행되는 동안 몇 백 미터 끌려가며 양쪽에 도열한 의경인지 전경인지 하는 놈들한테 졸라 맞고 졸라 .. 2018.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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