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런저런1902 black ice vs. 살얼음, 번역자의 책무 "갓길"은 "노견路肩(로견)"을 바꾼 낱말이다. "노견"을 글자풀이를 해서 한동안 "길어깨"라 하기도 했다. 노견- 길어깨- 갓길. 처음에는, '갓길'이 뭐냐, 그냥 고상하게 '노견'이라 하자 는 주장도 있었다. 갓길. 이 낱말은 외국어 로드숄더 road shoulder, 또는 노견을 기가 막히게 거의 완벽하게 '번역'해 놓은 낱말이다.겨울이 오니, '블랙아이스 black ice'라는 낱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도 바꾸어보면 어떨까? 길얼음? 살얼음? 얇은얼음? 로빙路氷? 흑빙黑氷?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이걸 뭐라고 하지? 생각하다가, 얼음막!! "얼음막"이라고 하면 어떨까? 직업이 번역이다 보니, 늘 저 말을 이 말로 번역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옛날에 우리 회사가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었다. 회사 바로.. 2024. 11. 30. 이태리 전국 파업에 잡힌 내 발목 유럽 쪽은 걸핏하면 공무원까지 파업이라 사정이 시시각각 변한다.29일 내일 다른 곳으로 움직이려 했다가 발목이 잡혔다.어쩔 수 없다.파도바 체류를 늘캐고 다음 행선지를 오늘 공략한다.하도 시시각각 변화하니 정신이 없다.이러고도 나라가 돌아가냐 하는데 돌아간다.우리 기준 이쪽에 개선해야 할 대목은 천지다.그 기초를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신통방통하나 그래도 세상은 돈다.아둥바둥 나 아니면 안 될 듯해도내가 없으면 더 잘 돌아가는 게 세상이며 그게 이치더라.오직 사람만 그리 되지 않으니 결국 마음 하나가 문제 아니겠는가? 2024. 11. 28. 현실에서 포착한 비현실 가을 한 장면 듣자니 서울은 오늘 폭설인 모양이라 가을이 자최 감추고 이젠 진짜 겨울일성 싶거니와요샌 계절도 다 사진빨 영상빨이라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하는 가을풍경 중 하나로 저 사진이 자주 sns에 등장해 마음을 심란케 하는데저도 실은 사진빨이라찍은 지점을 보면 낙엽 쌓인 나무 둥치라 아마 카메라 광곽 기능을 이용했을. 법한데 요샌 사진도 찍는 시대가 아니라 만들어내는 시대라일반카메라보다 폰카가 저런 촬영에는 더 최적화한다.저 역시 폰카 소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저런 장면 보고선 한 번쯤은 이른바 심쿵하지 않겠는가?다만 저 시점은 육안으로 맛보려면 내가 축축한 바닥에 등때기 깔고 누워야 하니 좀 비현실이라 하겠다.그래도 대신 날아 대신 보아주는 드론에 견주어서는 현실성이 상대로 있다 해야지 않을까? 2024. 11. 27. 피렌체가 대체 무엇이기에? 피렌체 호텔 조식당 길게 늘어선 줄이 무엇을 말하는가일곱시 문을 여는 호텔 조식 식당 줄서기는 처음이다.피렌체 중앙역 인근 어느 호텔.더 놀라운 점은 이 평일에 투숙객 바글바글하고지금 눈대중으로 대략 오십명 정도가 몰렸는데전부 일본과 중국인이며 한국인은 나밖에 없다.이는 피렌체라는 환상이 동아시아에서 어떤 존재로 각인하는 보여주는 장면으로 본다.피렌체죽기전에 봐야 하는 이런 말 난무하고 나도 더러 써먹는데 그 첨단 도시가 피렌체 바르셀로나요죽기전에 봐야 하는 미술품 선두는 언제나 루브르 모나리자다.전부 패키지인 걸 보면 어디 줄서서 일찍 들어가려나 보다. 2024. 11. 26. 한 달 넘은 객지생활, 바리깡을 생각한다 남자들 머리는 다 취향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한 달에 한 번은 바리깡질을 해줘야 하며 이보다 짧게 주기를 가져가는 사람도 많다.삼 개월을 떠나 있으려면서 떠나기 전날인가 동네 단골 미용실에서 밀었다.사십일이 넘어간 상태가 이것이라 저 원빈 들이밀고 볼품없는 중늙은이 느닷없이 나타나 미안하다만깎을 때가 지났다.이 이발이라는 것도 한 곳에 진득이 있을 때나 가능하지 지금처럼 천방지축 돌아다니면서는 힘들다.그렇다고 내가 이쪽 문화에 익숙한 것이 아니니 이러다 석달 동안 더벅머리 중늙은이 상태로 귀국할 성 싶다.그렇다고 내가 컨셉이라 해서 시염 질구고 머리 질러 묶고 다니는 털보관장 이한용처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무엇보다 귀밑으로 종유석처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싫어 그제는 샤워하는 김에 면도기로 밀어봤더니 .. 2024. 11. 25. 秋夜羅馬 호텔 창문을 약간 열어두고선 이런저런 잡무를 처리하는데창문 너머로 아까부터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나기에 대로변이라 그런 모양인갑다 하다간 혹 비가 아닌가 싶어 내려다 보니 사람 내왕이 많은 이 로마 중심 거리가 텅텅 비고 우산 쓴 이 두어 사람이 보일 뿐이다.집떠난지 한 달이 넘어 이역만리 전전하면서 어찌 집이 그립지 않겠는가?더구나 계절은 이곳도 가을 지나 겨울 문턱에 들어서기는 마찬가지요밤이 깔리고 빗소리까지 제법 나니 그 간절함 더하지 않겠는가?나올 땐 짐을 좀 든 상태였으니 더 무거웠다.그 짐짝 중 하나를 어제 비로소 내려놓았으니 한결 가벼워진 것만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다 벗어던지지는 못했으니 여전히 짓누르는 무게가 있다.돌이켜 보면 이런 짐 없이 깔깔대고 웃기만 한 나날이 얼마나 될까 하니 어째 .. 2024. 11. 22.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31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