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ESSAYS & MISCELLANIES2268 집, 그 분류를 생각한다 고고학 분류를 완전히 새판을 짜서 새로 해야겠단 생각이 갈수록 든다. 예컨대 '집'이라는 항목을 설정하고 그것을 1. 생전에 사는 집 2. 사후에 사는 집 이라고 대별하고는, 이를 다시 세분하여 2의 경우 1. 육신이 머무는 집 2. 영혼이 머무는 집 이라고 나누고는 1에다가 무덤과 탑을 집어넣고 2에다가는 사당과 신사를 집어넣으며 2의 사당은 다시 종묘 등을 세분하는 따위를 생각할 수 있겠다. 종교시설, 특히 신전은 신들을 위한 주거지이니, 이 신들은 생전과 사후가 있기 곤란하거니와, 불교신전의 경우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하나 대웅전은 육신이 머무는 곳, 혹은 생전에 사는 집 스투파는 영혼이 머무는 집, 혹은 사후에 사는 집 으로 대별이 가능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이걸 통합해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 2023. 4. 29. [여행답사 자료정리論] ① 내일로 미루지 마라 ***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숙명여대로 자리를 옮긴 畏友 이혜은 교수가 두어 번 나한테 이 자료 분류 방법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써 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귀찮고 또 내가 이쪽 전공도 아닌데 괜한 부담 떠안기 싫어 그러마 대답은 하고선 차일피일 미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필요성을 동감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었고,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는 꼭 정리는 하고 싶었다. 다행해 요새 좀 여유가 나기에 호박씨 까먹는 심정으로 하나씩 초해보려 한다. 퇴직이 코앞에 다가온 내가 요새 서둘러 하는 일 중 하나가 여행 혹은 답사 사진 정리라, 찍은 시점을 기준으로 적어도 몇 년 이상은 흐른 자료가 대부분이라, 정리에 무척이나 애를 먹는다. 우선 지난주 혹은 한달전이라 해도 가뭇가뭇한 기억 천지라, 1년이 지나고 몇년.. 2023. 4. 29. 감사원? 감시원? audit and inspection 반길 사람 있겠는가? 감사원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12, 북악이 서울분지 향해 남쪽으로 흘러내린 동쪽 기슭 언덕배기에 위치하니 이 장소 처음에 누가 물색했는지 알 순 없지만 위치로 보면 참말로 절묘해서 그 아래를 항시 조망하며 감시할 만한 데라 연원이 오랜 사찰로 치면 방장 조실스님 같은 큰스님이 머물며 주지 이하 아랫것들이 사찰을 잘 운영하고 있나 언제나 지켜보는 암자 그것과 천상 같다. 저 감사원은 한자로는 監査院이라 쓰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명칭이 The Board of Audit and Inspection of Korea라, 한자도 그렇고 영어도 마찬가지라, 저 감시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기관 치고 좋아할 데라고는 어느 한 구석도 없다. audit and inspection 반길 사람 누가 있겠는가? audi.. 2023. 4. 28. 오래된 것일수록, 당대의 증언일수록 더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 학계, 특히나 고물딱지를 신주보물단지처럼 여기는 우리네 역사 관련 학계에서 고질과도 같은 믿음이 있으니, 오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그것이다. 텍스트로 국한해 볼짝시면, 덮어놓고 오래된 것일수록 그에 대한 상대적인 믿음이 더 강한 노골과도 같은 신념이 있다. 오래된 것일수록, 그것이 소위 당대當代의 증언이라 해서, 그것이 후대에 나온 판본들에 견주어 당시의 실상을 훨씬 더 잘 전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위 당대 혹은 당대에 가까운 텍스트일수록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언제나 그 보기로 들 듯이, 나는 광개토왕비 기록의 진실성을 믿지 않는다. 그것이 광개토왕 혹은 장수왕 시대의 기록이라 해서, 그것이 저 시대 사정을 후대의 다른 기록들에 견주어 진실성을 .. 2023. 4. 27. 출판환경과 일신의 변화 *** 아래는 April 26, 2016 글이라, 이 무렵 나는 해직 상태였으니, 더구나 《직설 무령왕릉》 출간 며칠 전이라는 그런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이에서 말하는 변화가 실은 변화가 아닐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말한다. 다시 말해 원래 그러했는데 나만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는 2000년에 《풍납토성 500년 백제를 깨우다》를 내고 이듬해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를 냈다. 이때는 남들 보기엔 어떨지 모르나 참으로 득의한 시절이라 지금보다 더 자신만만 했고 거칠 것이 없었다. 나이는 딱 삼십대 중반이요 기자생활 8, 9년차였으니 더했을 것이다. 그때는 출판계 사정도 잘 몰라 그냥 책만 내면 되는 줄 알아 출판기념회 같은 자리도 없었다. 그때는 또 나름대로는 도덕이란 게 있어 더.. 2023. 4. 26. 창경궁, 효도로 포장된 잔소리 대마왕들의 골방 집합소 궁宮은 정의가 너무 간단해서 왕王이 사는 집이다. 그 집을 궁宮이라 하지만 시황제 이전엔 신분에 관계없이 집이라고 할 때 쓰던 말이었다. 요새 돈께나 있는 사람들은 집이 한 채가 아니라 오피스텔도 있고 별장도 있는 거랑 마찬가지로 왕은 본가 외에도 무수한 별채를 거느렸으니 큰집에 해당하는 본채를 정궁正宮 혹은 법궁法宮과 같은 말로 표현하기도 하며 기타 우수마발은 이궁離宮이라 했다. 이궁이 탄생하는 절대의 조건이 잔소리 대마왕 위리안치였다. 절대권력자로 군림하는 왕이라 해도 강상의 윤리는 거스를 수 없어 마누라야 싫어도 데불꼬 살면서 안주인 역할을 맡겼지만 문제는 엄마나 할매. 나이 들어가며 잔소리 많아지기는 이 엄마나 할매가 더 심했으니 오죽 성가신 존재인가? 왕이 잔소리에서 해방되려면 무엇보다 이런 할.. 2023. 4. 24. 이전 1 ··· 138 139 140 141 142 143 144 ··· 37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