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ESSAYS & MISCELLANIES2540 빚에 대하여 나는 2년을 놀았다. 그 놀음은 비자발이었으니 해고가 초래한 이 기간을 나는 축복으로 만들려 했으며 지나고 보면 그런대로 그 언저리에 가지 않았나 한다. 그 축복이 어찌 나 혼자 힘이었겠는가? 주변에서 음으로 양으로 많은 이가 도와줘서였다. 일전에 두어 번 한 말이기는 하지만 저 축복이라 부르는 기간 실은 내가 가장 많은 빚을 진 시즌이기도 하다. 느닷없이 백수가 되었다니 이런저런 자리를 제안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이런저런 자리, 돈 나오는 자리로 초대하기도 했다. 이런 분들 목록을 내가 따로 작성하지는 않았다. 꼭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같은 느낌도 나고 또 내가 그리 치밀하게 사는 사람은 아닌 까닭이다. 다만 그들은 내가 앞으로 어케든 갚아야 하는 빚쟁이들이다. 꼭 백수 기간이 아니라 해도, 실질적인.. 2023. 8. 25. 권력이 대중과 야합할 때는 약도 안 듣는다 나는 언제나 상식과 통설을 의심하며 권력은 언제나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은 이번 보건사태서도 시종일관 유지하려 했다고 보는데 그 일환으로 나는 1차 유행은 신천지, 2차 유행은 전광훈 때문이라는 몰빵도 결코 찬동할 수도 없다. 예서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런 프레임을 권력과 대중이 야합해서 짠다는 사실이다. 이 프레임을 두들겨부수어야 한다. 그런 프레임은 누구한테 절대로 유리한가? 권력이다. 나는 이런 몰빵을 책임면탈로 규정한다. 그 프레임이 지금은 의료계를 향하는 중이다. 파업을 예고한 의료계를 향해 권력은 각종 협박을 쏟아낸다. 조금만 더 지나면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한 의료진은 역적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리하여 그들은 신천지가 되고 전광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권력은 언제나 희생대타를 만든.. 2023. 8. 23. 방황? 그건 사치였다 소백산백 전형의 산촌 출신인 나는 국민학교 동창이라 해 봐야 마흔 명이었으니, 졸업할 때는 이보다 두어 명 줄었을 것이다. 그 입학졸업 동기생 중 벌써 다섯인가가 이런저런 이유로 아주 갔다. 그것도 이미 사십대 시절에 이랬다. 그런 친구들 중에 생업 전선에 뛰어든 시기가 내가 가장 늦었으니, 그때야 그래도 중학교는 졸업해야 한다 해서인지 다들 중학교 졸업, 혹은 고등학교 졸업과 더불어 다들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구미로 대구로 울산으로 공장에 돈 벌러 갔다. 이런 친구 중에는 이미 할매 할배가 된 이가 꽤 많은 이유가 매우 이른 시기에 생업 전선에 뛰어든 데서 말미암는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학력과 결혼연령은 반비례한다. 훗날 그 친구들이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저 깡촌에서 대학물을 먹은.. 2023. 8. 22. 문화재 현장을 배회하는 운동장 광활주의 해체주의를 버릴 때다. 모든 문화재 정비현장이 이 꼴이라 나무는 다 베어내고 광활한 운동장주의가 판을 친다. 미륵사지 현장에도 나무 하나 없고 황룡사지 현장에도 나무 하나 없어 그나마 있던 감나무조차 베어버렸으며 거돈사지엔 한쪽 귀퉁이 느티나무만이 기적으로 살아남았고 회암사지엔 나무라곤 단 한 포기도 없다. 그것이 초래한 재앙은 한여름에 적나라히 드러나니 그늘 하나 없다는 점이다. 저리 만든 자들이 이 땅의 고고학도 건축학도 문화재위원이란 자들이다. 나무는 왜 베어버렸으며 나무는 왜 못 심게 하는가? 맨날 하는 꼴이라곤 옛날 수종 옛날 수종 타령만 일삼으니 이런 나무는 일본 수종이라 해서 안 되고 또 이런 수종은 전통 조경 나무가 아니라 해서 안 된단다. 요샌 저런 현장만 가면 울화통이 치민다. 남대문 .. 2023. 8. 22. 환호와 갈채, 부패의 자양분 권력과 정부를 부패케 하는 힘은 권력과 정부 그 자체가 아니다. 그들을 향한 환호와 갈채가 원천이다. 독재는 이를 자양분으로 삼는다. 잘하는 권력, 잘하는 정부는 있을 수 없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권력 정부만 있을 뿐이다. 마뜩히 해야 할 일을 한 데 지나지 않는 권력과 정부를 환호갈채할 수는 없다. 모든 권력을 향해 국민이 들어야 할 것은 갈채와 환호가 아니라 몽둥이어야 한다. 2023. 8. 22. [공립박물관 sPINOFF] 왜 도서관은 안 먹는 욕을 박물관은 바가지로 먹는가? 같은 문화기반 시설이라 하는데 도서관이 결코 존재론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 설혹 도서관이 이래야 하는가 하는 욕을 먹는 일은 있으나, 왜 도서관이 있어야 하느냐는 논란에 휘말린 적은 단군조선 이래 없었고 아니 그보다 더 먼저 인류 탄생 이래 있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같은 문화기반 시설이라 하는데 박물관은 사정이 영 딴판이라 걸핏하면 존재론에 휘말려 그것이 꼭 있어야 하는가를 묻는 일이 많다. 이런 사정은 시대 장소를 불문해서 한국사회를 예로 들건대 둘이 병존하는 일이 많은 대학사회만 해도 박물관은 그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데 실패해서 심지어 졸업 때까지 그 대학 소속 학생으로 박물관 단 한 번 가보지 못한 이가 대다수이며(내가 그랬다.) 심지어 졸업. 때까지도 박물관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이.. 2023. 8. 21. 이전 1 ··· 158 159 160 161 162 163 164 ··· 42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