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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579

해태, 지역연고제에 발목잡혀 붕괴한 제과제국 남영동 사저에서 직선거리로 대략 삼백미터 거리에 있는 크라운해태제과다. 해태가 망하고서 같은 제과 계열 크라운제과에 흡수되어 바꾼 이름이 저거다. 해태라는 상표를 버릴 순 없다 해서 저리 명명했을 것이다. 저 해태제과는 박건배 제국이었고 1980년인가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그 프랜차이즈로 광주로 확정한 해태타이거즈를 품음으로써 더 유명해졌지만 이건 실은 독이었다. 가뜩이나 호남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해태한테 호남은 절대존재기반이었지만 성장을 막았다. 호남을 박차고 전국 기업으로 가야했지만 프로야구는 그 길을 막아버렸다. 그런 환경이 요새 같으면야 외려 장점으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지역연고제를 기반 삼은 그 시대의 한계였다. 저 해태 본사를 볼 때마다 그런 상념을 지울 길이 없다. 물론 뻘.. 2023. 6. 4.
얻어터져야 하는 역사 501년인가 작성 문서로 간주되는 포항 중성리비. 503년 문서로 인정하는 영일 냉수리비 524년 문서인가 하는 울진봉평비.. 이들 문서에 드러난 신라는 고도의 법률국가다 지나치게 문서행정 법률행정이 세분화했다. 이 그림을 보지 못한 채 당시 신라가 부체제였네 중앙집권권력이 성립하지 않았네 하는 헛소리가 횡행한다. 이런 헛소리 남발하는 자들이 언필칭 그 분야 대가인양 활보하는 무대가 신라 상중고기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몽둥이 찜질이다. 조정 대신 서너놈이 화백이라는 이름으로 한여름 원두막에서 가운데다가 왕은 시동처럼 앉혀놓히고는 모여서는 수박 짤라 먹고 아이스커피 한 잔 때리며 이 놈 죽일까 저 놈 죽일까 하고는 국정을 운영했다는 설레발이 난무하는 무대가 신라사다. 전라도천년사? 있지도 아니한 마한이라는.. 2023. 6. 3.
소일에서 부여잡은 쥐꼬리 소명 육체적 고난에서 해방한 요즘은 되도록이면 점심이나 저녁 약속을 정하지 않으려 하며, 날이 갈수록 실제로도 그리되어 가는 심플한 생활로 들어가는 징후 완연하다. 문제는 그에서 오는 허함이라, 무엇인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아직도 있는 걸 보면, 놓으려면 멀었다 싶기는 하다. 그제부터 시도한 점심시간 보내기가 공장 인근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부속 자료실에 가서 이런저런 책이나 뒤지며(뒤진다 하는 까닭은 시력과 인내 때문이라, 그것이 바닥난 지금은 정독은 실상 불가능하다) 소일하는 일이라 어제 들른 서울공예박물관 자료실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같은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역사편찬원에서 근자에 전 3권으로 역주한 조선 숙종 연간 사대부 관료 엄경수嚴慶遂(1672~1718)가 승문원에 들어간 1706년을.. 2023. 6. 1.
왕궁 왕릉 종묘 사찰을 하나로 묶는 그랜드디자인 왕릉에 대한 이해의 출발은 왕궁이다. 왕궁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왕릉이 안보인다. 둘은 왕이 거주하는 집이다. 나와바리가 다를 뿐이다. 왕궁은 살아있는 왕의 독점적 구역이요 왕릉은 죽은 왕들의 조차지다. 이 둘이 만나는 접점이 종묘다. 종묘는 두 가지를 한 군데로 봉합한다. 이런 이해는 사찰에 대한 그것에도 그대로 관통한다. 사찰은 부처님의 집이다. 그 집은 불교 도입 초창기엔 생전의 집(대웅전)과 사후의 집(탑파)가 착종하다 고려시대 이후엔 급속도로 대웅전 중심으로 재편한다. 탑은 사라졌는가? 대웅전으로 통합됐을 뿐이다. 탑이 애초에 중국에 상륙했을 적에 그것을 원묘圓廟와 같은 용어로 번역하곤 했으니, 이는 탑파가 지닌 원초적 의미가 추모에 가 있었음을 증명한다. 그런 廟로서의 탑파가 훗날 대웅전 하나.. 2023. 5. 31.
고고학의 축복 2100년 뒤엔 고고학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때 저땅을 파는 자들은 뭐라 할까? 21세기 서울은 미국 식민지였다고 할 수도 있겠고 그러면서 저 기와집은 재지세력이라 하겠지? 저 콘크리트는 미국 주둔군 사령부라 하고? 작금 고고학이 구축한 역사상을 당대를 살던 사람들이 환생한다면 뭐라 할까? 나는 몹시도 이 점이 궁금하다만 이 하나는 분명하다. 귀신 씻나락 까묵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고고학이 천만다행인 점은 환생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예수님 사흘만에 잠깐 깨났다가 기자들 안보여서 다시 가신 이후 환생한 사람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고고학의 축복이다. 2023. 5. 30.
남북정상이 만난 그 시점 홍콩에서 김환기는 백억짜리 그림을 팔았다 어제,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무형문화재위원회가 있었다. 이 회의 참석을 위해 할 수 없이 연차를 쓸 수밖에 없었다. 평소엔 일이 없다가도, 비우면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 이래저래 공장에서 걸려오는 전화 받고, 그거 치닥거리하고, 정리해야 하는 일이 유독 많다. 주 52시간 강제화를 앞두고 아마 다음주부터 이 공장도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암튼 이번 주까지 이 공장 모든 편집국 산하 부장은 매주 토요일 하루를 쉰다. 그런 까닭에 모처럼 이틀 연휴가 되어, 회의 끝나고 곧바로 남하했다. 간만에 이쪽 친구들 해후하고 배터지게 먹고 놀았다. 오늘, 어딜갈까 고민하다 나주를 돌았으니, 30도 육박한 폭염이 고통이었으나, 근 20년 만에 금성관과 향교 주변을 도는 재미도 쏠쏠했다. 영산포 가서 홍어 배불리 먹고는.. 2023.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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