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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540

잔인한 4월을 보낸다 뭐가 그리 잔인했느냐 물으니 유별나게 그러한 일도 없다. 그렇다고 4월을 저리 꼽은 그 시인도 특별한 이유가 있어 그리 말하지는 않은 듯하며 괜히 폼 내본다 해서 비꼰 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왜? 만물이 싹튼다는 그런 달을 한번쯤 비틀어줘야 남들이 쳐다라도 보지 않겠는가? 꽃만 해도 그런 4월에도 무수히 피었다가 그보다 많은 숫자가 졌으니, 하필 그 달에 누군가 무엇을 획득했다면 무주지 점령이 아닐진댄 또 그건 누군가한테는 쓰라린 패배 아니었겠는가? 반세기 이상 헤아리는 성상에 한 달은 한 줌에 지나지 않을진댄 2023년 양력 4월은 왜 그리 길기만 했는지, 여전히 8시간 남은 이 달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부여잡은 것들을 놓아야 했기에 더 지리했을 수도 있으리라. 그 부여잡음이 허탈일 수도 있고, 집.. 2023. 4. 30.
우연[coincidence]과 그 파국, 내 아이[my baby]와 우리 아이[our baby] 우연에 집착한 인물로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같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가 그린 우연은 모두가 비극이다. 우연이 초래한 파국은 비극 투성이다. 이를 더 쉬운 말로 운빨이라 한다. 하지만 운빨은 내가 곡해한지 모르나 우연이 초래하는 축복이다.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이 한 말이다. "제아무리 노력해도 운빨 따르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파국에 이르고서야 우연을 돌아다 본다. 그때 이 말만 하지 않았어도, 그때 이런 일만 있지 않았어도, 이런 따위로 과거를 곱씹는다. 스스로 자책하기도 하고 남한테 모든 탓을 돌리기도 한다. 그 우연이 충돌할 때 비아냥과 삿대질과 분노가 싹트는 법이다. 그러면서 이르기를 이게 다 네 탓이라 한다. 그러면서 과거를 곱씹어 보니 네 탓 아닌 게 없더라. 이 네 탓 타령이 오가는 사이.. 2023. 4. 30.
집, 그 분류를 생각한다 고고학 분류를 완전히 새판을 짜서 새로 해야겠단 생각이 갈수록 든다. 예컨대 '집'이라는 항목을 설정하고 그것을 1. 생전에 사는 집 2. 사후에 사는 집 이라고 대별하고는, 이를 다시 세분하여 2의 경우 1. 육신이 머무는 집 2. 영혼이 머무는 집 이라고 나누고는 1에다가 무덤과 탑을 집어넣고 2에다가는 사당과 신사를 집어넣으며 2의 사당은 다시 종묘 등을 세분하는 따위를 생각할 수 있겠다. 종교시설, 특히 신전은 신들을 위한 주거지이니, 이 신들은 생전과 사후가 있기 곤란하거니와, 불교신전의 경우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하나 대웅전은 육신이 머무는 곳, 혹은 생전에 사는 집 스투파는 영혼이 머무는 집, 혹은 사후에 사는 집 으로 대별이 가능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이걸 통합해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 2023. 4. 29.
[여행답사 자료정리論] ① 내일로 미루지 마라 ***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숙명여대로 자리를 옮긴 畏友 이혜은 교수가 두어 번 나한테 이 자료 분류 방법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써 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귀찮고 또 내가 이쪽 전공도 아닌데 괜한 부담 떠안기 싫어 그러마 대답은 하고선 차일피일 미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필요성을 동감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었고,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는 꼭 정리는 하고 싶었다. 다행해 요새 좀 여유가 나기에 호박씨 까먹는 심정으로 하나씩 초해보려 한다. 퇴직이 코앞에 다가온 내가 요새 서둘러 하는 일 중 하나가 여행 혹은 답사 사진 정리라, 찍은 시점을 기준으로 적어도 몇 년 이상은 흐른 자료가 대부분이라, 정리에 무척이나 애를 먹는다. 우선 지난주 혹은 한달전이라 해도 가뭇가뭇한 기억 천지라, 1년이 지나고 몇년.. 2023. 4. 29.
감사원? 감시원? audit and inspection 반길 사람 있겠는가? 감사원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12, 북악이 서울분지 향해 남쪽으로 흘러내린 동쪽 기슭 언덕배기에 위치하니 이 장소 처음에 누가 물색했는지 알 순 없지만 위치로 보면 참말로 절묘해서 그 아래를 항시 조망하며 감시할 만한 데라 연원이 오랜 사찰로 치면 방장 조실스님 같은 큰스님이 머물며 주지 이하 아랫것들이 사찰을 잘 운영하고 있나 언제나 지켜보는 암자 그것과 천상 같다. 저 감사원은 한자로는 監査院이라 쓰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명칭이 The Board of Audit and Inspection of Korea라, 한자도 그렇고 영어도 마찬가지라, 저 감시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기관 치고 좋아할 데라고는 어느 한 구석도 없다. audit and inspection 반길 사람 누가 있겠는가? audi.. 2023. 4. 28.
오래된 것일수록, 당대의 증언일수록 더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 학계, 특히나 고물딱지를 신주보물단지처럼 여기는 우리네 역사 관련 학계에서 고질과도 같은 믿음이 있으니, 오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그것이다. 텍스트로 국한해 볼짝시면, 덮어놓고 오래된 것일수록 그에 대한 상대적인 믿음이 더 강한 노골과도 같은 신념이 있다. 오래된 것일수록, 그것이 소위 당대當代의 증언이라 해서, 그것이 후대에 나온 판본들에 견주어 당시의 실상을 훨씬 더 잘 전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위 당대 혹은 당대에 가까운 텍스트일수록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언제나 그 보기로 들 듯이, 나는 광개토왕비 기록의 진실성을 믿지 않는다. 그것이 광개토왕 혹은 장수왕 시대의 기록이라 해서, 그것이 저 시대 사정을 후대의 다른 기록들에 견주어 진실성을 ..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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