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3981 푸르디푸른 물속 부들 한시, 계절의 노래(113) 청청수중포 세 수(靑靑水中蒲三首) 중 첫째 당 한유(韓愈) / 김영문 選譯評 푸르고 푸른물속 부들 그 아래물고기 한 쌍 그대 지금 농(隴) 땅으로 떠나면 나는 여기서누구와 살아요 靑靑水中蒲, 下有一雙魚. 君今上隴去, 我在與誰居. 한유는 시보다 문장으로 더 유명한 학자다.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후 유종원(柳宗元)과 함께 중당의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이끌었다. 위진남북조 이래로 공허하고 화려한 변려문(騈儷文)이 유행하자 한유는 “문장으로 성현의 도를 담아야 한다(文以載道)”고 강조하며 한나라 이전의 질박하고 실질적인 고문 전통을 회복하자고 주장했다. 이 시도 그런 영향 때문인지 『시경』과 초기 오언고시의 기미가 짙게 배어 있다. 우선 첫째 구와 둘째 구에서는 물속에서 자라는 부.. 2018. 7. 16. 연꽃 훔쳐 돌아가는 아가씨 한시, 계절의 노래(112) 못가에서 절구 두 수(池上二絕) 중 둘째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아리따운 아가씨작은 배 저어 흰 연꽃 훔쳐서돌아가는데 자신의 자취를감출 줄 몰라 부평초 뜬 곳에길 하나 여네 小娃撑小艇, 偸采白莲回. 不解藏踪迹, 浮萍一道开. 한시는 의상(意象)을 중시한다. 의상은 일종의 이미지이지만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인의 주제 의식과 사물의 형상이 일체화된 이미지다. 특히 한시 중에서도 가장 짧은 형식인 절구는 오언이 20자, 육언이 24자, 칠언이 28자로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극도로 정제된 시 형식이다. 따라서 절구는 의상 중에서도 가장 압축적인 의상을 그려낸다. 마치 스냅 사진을 찍듯이 어떤 풍경이나 대상의 가장 특징적인 장면을 포착해야 한다. 그림 같은 이미지 속에 시인이.. 2018. 7. 16. 소나기가 밀어낸 불볕더위 한시, 계절의 노래(111) 통주의 여름비(通州夏雨) 송 진연(陳淵) / 김영문 選譯評 세찬 바람 땅 휩쓸며불볕더위 몰아내고 소나기 하늘 뒤집어저녁 시원함 보내주네 이 때문에 모기 파리모두 자취 감췄음에 저 멀리 가을 서리기다릴 필요 없겠네 長風卷地驅炎暑, 暴雨翻空送晚凉. 只此蚊蠅俱掃跡, 不須迢遞待秋霜.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정태춘의 노래 「한 여름 밤」을 떠올린다. “한 여름 밤의 시원한 소나기 참 좋아라/ 온갖 이기와 탐욕에 거칠어진 세상 적셔 주누나” 2016년 스웨덴 학술원에서는 그 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지목하면서 그가 “귀를 위한 시를 쓴다”고 인정했다. 이는 싱어송라이터에 노벨문학상을 수여한 최초의 사례일 뿐 아니라 시와 음악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 의미 깊은 평가였다. 미국.. 2018. 7. 16. 혼을 담아 집에 띄운 편지 한시, 계절의 노래(110) 집으로 편지를 보내며(歸信吟) 당 맹교 / 김영문 選譯評 눈물로 먹 갈아편지 써서 만 리 길 너머가족에게 부친다 편지도 가고내 혼도 가니 우두커니 육신만남고 말았네 淚墨灑爲書, 將寄萬里親. 書去魂亦去, 兀然空一身.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향수에 관한 시를 들라면 거의 정지용의 「향수」를 꼽을 것이다. 향수에 묘사된 근대 이전의 고향 마을은 참으로 정겹고 감동적이다. 고향이 도시인 사람도 정지용의 「향수」를 읽으면 시골에 내 영혼의 고향이 따로 있는 듯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정지용의 「향수」보다 더 절실하게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작품을 들라면 주저 없이 이 시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이 시를 쓴 맹교는 두 번 낙방 끝에 46세에야 겨우 진사시에 급제했다. 이 시는 그 무.. 2018. 7. 16. 장맛비 쏟아지는 여름날에 한시, 계절의 노래(109) 여름 풍경(夏景) 송 여휘지(吕徽之) / 김영문 選譯評 대나무 안석 등나무 침상돌 연병(硯屛) 펼쳐둔 곳, 주렴에 훈풍 불어향불 연기 맑게 스미네. 빈 서재에 후드득장마 비 떨어지고, 파초 잎 초록빛이뜨락에 가득하네. 竹几藤床石硯屛, 薰風簾幕篆煙淸. 空齋數點黃梅雨, 添得芭蕉綠滿庭. 옛 선비들은 무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서 몇 가지 피서 용품을 준비했다. 우선 단오 무렵 합죽선(合竹扇)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던 시절에는 부채가 여름 나기 필수품이었다. 부채에도 운치 있는 그림 또는 마음 수양을 위한 사군자를 그리거나 늘 가르침으로 삼을 만한 글귀를 써서 품격을 높였다. 여기에다 대나무 안석과 죽부인을 마련하여 몸의 열기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 2018. 7. 16. 잉어 잡아 찜찜한 이 기분 한시, 계절의 노래(108) 봉모가(鳳艒歌) 수(隋) 양제(煬帝) / 김영문 選譯評 삼월 삼일 삼짇날강머리에 당도하여 잉어가 상류로오르는 걸 보았네 낚싯대 잡고 다가가낚아채려 하면서도 돌아와 쉬는 교룡일까두려운 마음 들었네 三月三日到江頭, 正見鯉魚波上遊. 意欲持釣往撩取, 恐是蛟龍還復休. 1960년대 후반에 활동한 가수 배호는 탄식이 섞인 듯한 저음으로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만 29세에 세상을 떠나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호사가들은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이나 「마지막 잎새」를 들먹이며 그가 이미 노래로 자신의 운명을 드러냈다고 숙덕이곤 했다. 조선시대 가장 뛰어난 천재에 속하는 이율곡은 「화석정(花石亭)」 시 마지막 구절에서 “기러기 소리 저녁 구름 속에 끊긴다(聲斷暮雲中)”라.. 2018. 7. 16. 이전 1 ··· 3722 3723 3724 3725 3726 3727 3728 ··· 399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