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과 모스크는 천양지차다. 박물관은 문화관람시설이라, 누구든 정해진 시간에 정한 절차를 밟으면 들어가서 본다. 하지만 무슬림 성소로 간주하는 모스크는 다르다. 그 근간이 예배시설인 까닭에 무엇보다 해당 종교인이 우대를 받으며, 덧붙여 그런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박물관에서 누리는 자유가 제한된 모습으로 허여될 뿐이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성속 분리를 선언한 케말 파샤 유훈을 뒤집고는 터키 국가 전체를 무슬림 사회로 돌리려는 시도를 강화하는 터키국 대통령 에르도안이 근자 법원 결정을 통해 터키, 아니 세계 문화유산계를 대표하는 거물 하기아 소피아 Hagia Sophia 성당을 박물관 자격을 박탈하고는 그곳을 모스크로 환원키로 했거니와
나는 몹시도 그에 따른 변화가 무엇인지 궁금했거니와, 저 기사를 통해 그 의문 일단을 푼다. 저에 의하면 성소피아 성당은 관리감독기관이 문화부를 떠나 종교 문제를 전담하는 '디야네트'라는 곳으로 이관되고, 이슬람 신자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정확히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에 의해 사원을 관람하려는 관광객들은 하루 다섯 차례 진행할 예배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출입이 제한적으로 허용될 전망이다. 물론 같은 모스크라 해도 출입이 자유로운 유서 깊은 곳은 적지 않다.
현지를 다녀온 사람들도 제대로 체감하지는 못했겠지만, 저 행정명령이 나오기 전 성소피아는 문화재, 혹은 관람시설이었다. 물론 신앙심 깊은 일부 관람객이 신앙과 관련한 행동을 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타 모스크가 그야말로 그 본능이 기도에 있고, 그런 권능을 포기하기 않는데 견주어 하기아 소피아는 박물관인 까닭에 그것은 순전히 관람객 선택에 동반하는 자유행동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어디까지나 그 기본은 박물관이었다. 여타 박물관에서 허용하는 그런 일체 행위가 자유롭게 허용되는 공간이 바로 하기아 소피아다.
이런 기능을 뒤집고 에르도안은 뻘짓을 일삼은 셈인데, 무엇보다 금전적으로도 적지 않은 희생을 요구한다. 연간 관람객 400만명이라는데, 그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관람료 수입과 부대 수입은 모스크에서는 포기해야 한다. 물론 그런 뻘짓까지 하지 않으리라 보긴 하는데, 어떻게 신앙공간인 모스크에 출입하는 사람들한테 별도 관람료를 지불하라 요구할 수 있겠는가? 벼락 맞을 놈이다.
솔까, 그렇다면 말이다. 나 같은 놈은 무슬림 신자라 해서 저곳을 들어갈 것이다. 미쳤나? 내가 돈 내고 들어가게?
한데 변수가 발생하는 모양이다. 다름 아닌 러시아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하기아 소피아가 어떤 곳인가? 국내에는 흔히 러시아정교회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동방교회 최고 성지 아닌가 말이다. 한데 러시아는 이곳을 절대 근거 기반 혹은 뿌리로 삼는 러시아정교회가 국교와 같은 위치를 점한다. 그러니 당장 러시아 정교회 단체와 신자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아쭈? 니들 이럴래? 머시라? 이슬람 사원?
야마가 빡쳐서 전화로 에르도안을 불러낸 푸틴은 짐짓 이런 우려들을 간접화법으로 전달하면서 "너 조심해레이" 했으니, 화들짝 놀란 에르도안은 "아이고 거기 아이고요" 하면서 다짐하기를
정교회 신자가 압도적 다수인 러시아 관광객은 사원 출입을 허용하며, 다른 외국인을 포함해 관람을 원하는 이 모두에게 그런 권리를 보장하며 기독교 성물聖物도 안전하게 보존하겠다고 하고 말았다.
로마가톨릭을 대표하는 교황, 그리고 기타 개신교 단체들 반발은 뭉갤 만 한데, 러시아는 좀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결국 이번 모스크 전환은 실상 에르도안으로서는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지도 모르겠다. 나는 부디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터키? 돈 벌어얄 거 아냐? 뭘로 돈 벌어? 솔까 하기아 소피아 말고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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