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화기반 시설이라 하는데 도서관이 결코 존재론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
설혹 도서관이 이래야 하는가 하는 욕을 먹는 일은 있으나, 왜 도서관이 있어야 하느냐는 논란에 휘말린 적은 단군조선 이래 없었고 아니 그보다 더 먼저 인류 탄생 이래 있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같은 문화기반 시설이라 하는데 박물관은 사정이 영 딴판이라 걸핏하면 존재론에 휘말려 그것이 꼭 있어야 하는가를 묻는 일이 많다.
이런 사정은 시대 장소를 불문해서 한국사회를 예로 들건대 둘이 병존하는 일이 많은 대학사회만 해도 박물관은 그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데 실패해서 심지어 졸업 때까지 그 대학 소속 학생으로 박물관 단 한 번 가보지 못한 이가 대다수이며(내가 그랬다.) 심지어 졸업. 때까지도 박물관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이가 많으니, 더 심지어는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이런 사정은 국립공립이라 해서 별반 다르지는 아니하고 특히 공립의 경우 그 사정은 더 처참해서 경기도박물관의 경우 심지어 그 소재지가 수원이 아닌 용인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는 경기도민이 천사백만 중 천삼백구십만 명이다.
박물관이 도서관과 갈 길을 달리하는 지점은 별게 없다. 존재감 각인에 실패한 것이며 그래서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내몰린 것이다.
진단이 나왔으므로 그 치료법 역시 간단하다. 살아 남으려면 존재를 끊임없이 각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끊임없이 각인해야 한다.
이런 진단 이런 각성도 없이 무턱대고 우리를 왜 몰라주느냐 분통 터뜨리는 일이야말로 상바보가 하는 짓이다.
물론 안다. 말이 쉽지, 돈과 조직이 있어야 저런 일도 어느 정도 가능한다는 말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 필요하다면 누드쇼라도 해야 하며 누구처럼 또 필요하다면 명색이 경기도립 공립박물관이라는데 연간 사업비 팔억밖에 되지 않는다는 그 모박물관장처럼 덮수룩하게 수염도 질구어 구석기인 행세하며 돌도 깨야 하며,
또 저 경상도땅 어느 기초자치단체 공립박물관장처럼 미친 놈처럼 뛰어다니며 구걸행각을 벌여 35억이라는 실로 막대한 사업비를 확보해 연간으로 굴려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미쳐 날뛰면 못할 일도 없다.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악다구니 써서라도 내가 있어야 함을 역설하며 이를 통해 내가 필수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명해야 한다.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토기 도자기 똥장군으로 가득한 진열장은 끌어엎고 깨부셔버리고 알미늄 강판을 갖다 놓더라도 똥폼 나게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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