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패대기한 홍시
이런 홍시를 보고선 나훈아가 엄마를 불러내진 않았을 터
도동서당 코스모스 넘어 젖가슴 같은 신라 무덤 뒤로 하며 선도산을 오른다.
주인 모르는 신라 공동묘지 물끄러미 스쳐간다.
생태계 절대 폭군 칡 넝쿨,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번식성 자랑하는 오동나무 타고 오른다.
지구가 망해도 살아남을 놈들이 저 두 놈이다.
이 놈은 자주 보긴 하지만 정체를 모르겠다.
망개다. 벌겋게 익었다
먹긴 하나 푸석푸석 맛대가라고는 찾을 길이 없다.
요새야 뿌리 캐서 끓여먹는다 여념이 없고 그 이파리는 망개떡 감싸는 보재기로 요긴하다.
꿀밤이다. 묵을 해먹긴 한 걸로 기억하지만 이건 그닥 인기가 없어 비슷한 다른 종류 꿀밤을 주웠다고 기억한다.
싸리꽃 만발이라 꿀이 좀 있는지 벌이 많다.
천지사방 멧돼지 난동 흔적이라 살피건대 이놈들이 무얼 파먹었는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마를 캐먹는 걸로 알지만 마 흔적은 없다.
보라는 언제나 경이다.
흰싸리다.
뱀딸기라 해서 뱀이 먹는다 하지만 뱀은 주식이 개구리나 쥐다.
나한테는 3천900이나 마찬가지인 선도산 정상
올라 경주분지 조망한다.
저 너머 남산이 길게 굼뱅이마냥 누웠고 토함산이 보인다.
봉황대 황남대총은 이짝에서도 압도적 크기를 자랑한다.
봤다. 보지 말아야 할 걸 보고 말았다. 으름이다. 살피니 좍좍 벌어졌다. 한창 단맛 올랐으리라
두어 개 따서는 맛을 보는데 뿔싸 실패작이다. 저 정도면 과육이 말랑말랑하고 단맛이 죽죽 나야하는데 좍 벌어진 놈들조차 돌덩이 씹는 듯 도로 뱉어버리고 말았으니
선도산 으름이 김천 으름은 아녔다.
정성이 부족했나 보다.
한동안 뵙지 못한 부처님께 불공 열심히 드릴 걸 그랬다.
혹 맛난 으름 주셨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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