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프레아피투 방문이 확정됐다는 전갈은 당연히 한국문화재재단을 통해 문화재청에도 들어갔다.
당시 문화재청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 정재숙.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다는데 당연히 문화재청장이 영접해야 했다. 하지만 내일 대통령이 찾는다는 현장을 어찌 한국에 있는 문화재청장이 영접한단 말인가?
팬데믹 이전 당시만 해도 내 기억에 앙코르 유적이 있는 캄보디아 시엠립으로는 국내서만 하루 스무대 이상 민항기가 들어갈 때라 무리한다면 불가능할 것도 아니겠지만, 간당간당했다.
정재숙한테 어찌할 거냐 물으니 "어쩔 수 없다. 담 기회를 노려야지" 하고 그 특유한 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문화재청 같은 차관급 청 단위 기관은 자기 현장을 대통령이 찾는 일이 다른 장관급 부서랑은 다르다.
존재를 그런 일을 통해 각인해야 하며, 그에 따라 해당 사업이 죽고 살고 한다.
결론이지만 이 프레아피투 복원정비사업은 문통 방문 당시 이미 완료를 고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사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1단계 사업이 완료한 상태였으며, 그것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내가 알기로 이 사업에 돈을 댄 KOICA에서는 실상 이걸로 이 사업을 접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방문은 실상 이 사업의 존속 확대를 결정했다. 대통령까지 방문한 현장을 어찌 이걸로 땡치겠는가? 이 사업은 문통이 살려냈다.
또 하나, 문화재현장에서 정재숙이 대통령을 영접하는 일은 뒤로 미뤘지만, 곧바로 그런 기회가 왔다. 그 자리 역시 국내가 아닌 해외였다.
그 해외가 바로 우즈베키스탄이었고 그 유명한 아프락시압벽화가 있는 데였다.
이 건은 이후에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하여 문화재청장 영접 문제는 안하는 걸로 결론이 났다. 그 다음 문제는 누가 현장을 안내할 것인가였다.
이 사업은 코이카가 돈을 댄 ODA사업이고, 그것을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단이 대행했다.
보통 이런 일은 그 사업을 대행하는 업체에서 대통령을 안내하는 것이 관례다. 물론 코이카에서는 배석하고는 추가 설명을 하는 이런 시스템이다.
아무리 돈을 댄 기관이라 해도 현장 사정은 사업 수행자가 가장 잘 알기 마련인 까닭이다.
문제는 현장에 재단 관계자들이 남아있으냐였다. 앞서 말했듯이 이 사업은 실상 완료를 고한 까닭에 현장에 재단 직원들이 철수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걸 확인했으니 천만다행으로 다 철수하고 오직 직원 한 명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가 김지서였다. 허우대가 좀 멀쩡한 젊은 친구다.
여간 다행이 아니었다. 이를 확인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대통령을 안내하기에는 김지서 직급이 너무 낮았다. 보통 이런 일은 현지 책임자급이 하기 마련이다. 대안이 없었다.
첫째 안내는 반드시 재단이 해야했고, 둘째 그럴러면 무엇보다 안봐도 뻔할 코이카의 공세를 막아내야 했다.
코이카로서야 당연히 자기네가 하고 싶어할 것이다. 나중에 들었지만 실제 코이카가 하겠다고 나섰다고 들었다.
안 봐도 비됴인 이 사안을 타개하기 위해 나는 묘수 하나를 짜냈다.
"틀림없이 코이카에서 지들이 안내하겠다고 나서겠지만 이건 막아야 한다. 현장은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이 안내해야 한다. 이건 좀 신경 써주라."
이런 요지로 대통령을 수행하는 지인한테다가 연락을 취했더니 "알았다"는 간단한 메시지가 왔다.
나중에 보니 현장 안내는 김지서가 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통령을 안내했더라.
프레아피투 복원사업은 이렇게 해서 꺼져가던 불씨를 살렸고, 그것을 발판으로 지금은 그 인근 코끼리 테라스 복원으로 확장한 것으로 안다.
앙코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내고 이제 무대를 중앙아시아로 옮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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