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온양민속박물관 여송은입니다.
그날은 제가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습니다. 잘 들어가셨는지요?
박물관을 만들어 우리 문화를 지키고, 잘 보존하여 널리 알리겠다는 선생님 이야기 잘들었습니다. 박물관까지 찾아오셨는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제 영역 밖의 일이라 아무 말씀도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사립박물관에서 지냈다고, 조금은 보고 들은 것이 있어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박물관을 만드시려면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셔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직접적으로 말씀드리면,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비용도 생각해주셔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는 전시실 환경에 대한 비용, 유물 관리에 대한 비용(항온항습기, 유물훈증, 유물 보존 등에서부터 자질구레한 유물박스, 솜포, 라텍스 장갑 등에까지), 도슨트, 학예사, 교육사 등 박물관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 전시를 위한 비용, 연구를 위한 비용 등 보이는 비용보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예전 누군가 저에게 학예사를 백조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수면 위 백조 같지만, 물 속에서는 전쟁 오분 전이라고요. ㅎㅎ 우아하게 떠 있기 위해 수많은 발짓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박물관 운영자는 이 힘찬 발짓은 기본이고 이와 더불어 물속에서의 혹시 모를 위험요소에 대한 모든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속에는 암초가 있을 수도 있고, 소용돌이가 칠 수도 있고, 뾰족한 유리조각이 떠 다닐 수도 있으니까요.
선생님 지금도 전국에 수많은 사립박물관들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마 박물관 등록을 하지 않은 곳까지 합한다면 더 할 것입니다. 우선 나랑 우리 가족이 어떻게 운영해보면 되겠지. 나라에서 인력 지원을 해준다던데 그렇게 하면 되겠지. 지자체의 지원을 좀 받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이시라면 제가 말씀 드렸던 부분을 조금만 더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온양민속박물관은 저런 부분들 다 생각해서 개관했냐.’ 라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 제 대답은 ‘네’ 입니다. 당시로서는 철저한 고민끝에 온양에 자리하게 되었고, 민속을 주제로한 박물관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중간에 운영상 어려움으로 문을 닫은 적도 있었고, 여전히 어려움들이 곳곳에 존재하지만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소중한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전시와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박물관을 만드시겠다는 선생님께 응원을 보내드리며 사립 박물관에서 지내는 직원으로 주제넘지만....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직원이기에 준비되지 않은(박물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운영자, 시스템) 공간에서 근무하며 힘들어 할 직원들이 생각난 것도 사실입니다.ㅎㅎ 선생님 다음 대에 박물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생각해 주신다면 답이 좀 더 명쾌 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선생님의 좋은 소식 기다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송은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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